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초재정수지 흑자 전환…글로벌 투자자 자금 유입 늘어나는 ‘선순환’
[머니 인사이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브라질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원자재 가격 강세 속에 콩·옥수수·육류·구리·철광석·원유 등이 주력 수출품인 브라질의 교역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관련 산업과 기업에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모처럼 브라질 경제에 훈풍이 불고 있다.그 결과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의 수요도 증가했다. 원·헤알 환율은 4월 20일 기준 헤알당 267원으로 연초 대비 원화보다 25%, 달러 대비 17% 강세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5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헤알화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국채 금리는 추가 금리 인상이 선반영되면서 장·단기물 모두 안정된 모습이다. 연초 이후 원화 대비 25%나 가치 오른 헤알화
헤알화의 가치가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브라질 국채를 둘러싼 투자 환경은 긍정적이다.
첫째 배경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무역 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증가한 점이 꼽힌다. 그동안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월간 기초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면서 재정 건전성 우려도 완화됐다. 2020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9.4% 적자였던 기초재정수지는 올해 1월 7년여 만에 처음으로 1.2% 흑자로 전환됐다.
둘째, 재정 건전성 우려가 완화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주식 시장에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셋째, 브라질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 예상되는 2023년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긴축 정책에서 완화 정책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브라질 중앙은행의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 전망은 내년 말까지 완만한 약세다. 하지만 이러한 훈풍을 타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헤알화 전망 컨센서스의 약세 폭은 계속 상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만약 지금부터 헤알화의 가치가 다소 약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상쇄할 높은 금리(표면 금리 이자 10.0%)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가운 헤알화 강세 환경이지만 원화 대비 헤알화 환율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까지 빠르게 반등하면서 걱정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브라질 국채 투자가 유행하던 3년 전 가격 수준에 이제 막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간의 마음고생을 뒤로하고 브라질 국채를 팔고 싶은 투자자도 많아 보인다.
더욱이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강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KB증권 역시 아직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침체에 빠질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만약 과거의 브라질 국채 투자 때문에 마음고생하던 투자자라면 다음의 네 가지 방법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절세 목적으로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던 투자자라면 브라질 국채를 일부 환매한 후 일부 KP물(한국 정부 또는 기업이 달러 표시로 발행한 채권)을 매수하는 방법이다. 1997년 발행된 달러 표시 한전채는 조세법상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고 농특세만 1.4% 과세돼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유리하다. 다만 유통되는 물량이 많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둘째, 절세보다 ‘채권 투자’ 관점에서 은행 예금보다 높은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원했던 투자자는 월지급식 또는 첫 조기 상환 조건을 낮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과 헤지펀드 등 변동성이 낮은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일부 재조정할 수 있다.
셋째, 시장 변동성에 노출되더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의 투자자는 주가 조정 시기를 활용한 주식형 랩이나 글로벌 성장주 펀드의 분할 매수,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자문 포트폴리오(EMP : ETF Managed Portfolio)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넷째, 브라질 국채에 계속 투자하기를 원하지만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싶은 투자자는 동일하게 비과세 혜택이 있는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로 갈아탈 수도 있다. 잔존 만기가 7년 정도 남아 있는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의 은행 예금 환산 금리는 연 5.4% 수준이다. 물론 달러가 원화보다 강세가 될 때는 환차익도 누릴 수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역시 ‘정치’
브라질 중앙은행은 2021년 1분기부터 기록적일 만큼 강한 기준금리 인상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월에 이어 5월에도 1.0%포인트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지면서 6월에도 0.5%포인트를 더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긴축 정책이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국채 금리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를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자릿수 물가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심할 수 없지만 선제적인 긴축과 헤알화 강세가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면 브라질 국채 금리는 중·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 가격에는 물론 긍정적인 요인이다.
채권 투자자에게 재정수지는 중요한 지표다. 재정수지가 적자라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국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브라질의 기초재정수지, 즉 이자 지출분을 제외한 재정수지는 6개월 연속 흑자다. 세수 증가가 재정 개선에 크게 기여했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 둔화를 감수하면서 지출을 줄이고 물가 관리에 집중한 결과다. 단기적으로 경기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재정 건전성 개선이 외국인의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는 경험적으로 신흥국의 자금 유출 우려를 높인다. 하지만 최근 신흥국 경제 중 브라질과 같은 원자재 생산국의 자금 흐름은 차별화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경제의 위험 요인은 오히려 중국의 경기 둔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브라질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31%나 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의 경기 둔화가 장기화된다면 브라질 교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향후 중국의 경기 부양책도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 리스크는 브라질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골 메뉴다. 올해 10월 2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이하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좌파인 룰라 전 대통령은 4월 초 중도파인 제라우드 아우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등 연정을 통해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현재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이 소폭 반등했고 패배 시 불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분위기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흐름이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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