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원지 생산 1위 태림 페이퍼, 5월 상장…예상 시총 7000억원

[마켓 인사이트]
태림페이퍼의 골판지. 사진=태림페이퍼 제공
태림페이퍼의 골판지. 사진=태림페이퍼 제공
한국 골판지 원지 생산 1위 기업인 태림페이퍼가 올해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태림페이퍼는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주문이 쏟아지며 골판지 수요가 급증해 수혜를 톡톡히 봤다.

2020년 택배 물량은 33억7000만 개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골판지 생산량도 최근 2년간 8.9% 늘었다. 국민의 소비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한 만큼 골판지 산업의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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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시장은 소수의 대형 업체들이 과점

태림페이퍼는 1986년 설립된 회사다. 본사는 경기도 안산에 있다. 이 회사는 골판지 상자의 원지를 구성하는 표면지·골심지·이면지 등을 생산한다. 한국 최대 골판지 원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로 한국 1위다.

태림페이퍼는 원지를 제조해 태림포장에 공급한다. 원지 제조에서 포장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골판지 시장은 태림페이퍼를 비롯한 소수의 대형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다. 골판지 원지 산업은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이어서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업황이 악화된 신문 용지 생산 기업들이 연이어 골판지 제조에 뛰어들었다. 늘어난 수요를 신규 업체가 채우면서 골판지 시장의 경쟁이 예전보다 심해졌다.

태림페이퍼는 대량 생산과 고품질 제품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했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된 골판지 원지는 총 598만 톤으로 생산 한계점에 도달했다.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2024년에는 골판지 원지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태림페이퍼는 한국 최대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정확한 납기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고객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골판지 박스를 만들기 위해선 표면지·중심지·이면지 등 3장 이상의 조합이 필요한데 한국 제지 기업 중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태림페이퍼와 아세아제지 등 두 곳뿐”이라며 “태림페이퍼는 제품 선택군이 넓고 균일한 품질의 원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빠른 배송과 고객 응대력도 강점이다. 태림페이퍼는 수도권 6곳, 중부권 5곳, 남부권 3곳 등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지역별 배송이 용이하다. 또 정기적으로 주요 고객사와 만나며 전담 대응 인력도 운영 중이다. 품질보증팀과 기술연구소도 설립해 신제품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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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실적 개선 뚜렷

태림페이퍼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889억원이다. 전년 대비 19.6% 늘었다. 영업이익은 58.8% 늘어난 11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3.2%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초부터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지만 제품 가격을 인상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태림페이퍼는 2020년 12월 월산페이퍼를 합병한 이후 역성장을 멈추고 순이익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올해도 실적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택배 물량뿐만 아니라 친환경 상품의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골판지는 재활용률이 높아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골판지는 폐지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생산된 골판지 원지는 골판지 상자로 가공되고 포장재로 사용된 후 다시 골판지 원료로 재사용되는 선순환 과정이 이어진다.

최근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용기 구조와 재질을 바꿔 플라스틱 사용량을 40% 줄였다.

마켓컬리는 ‘올페이퍼챌린지’를 통해 포장 박스를 모두 종이로 바꿨다.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했고 맥도날드는 아이스크림 용기를 종이로 대체했다. 2025년까지 100% 재활용 용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흐름에 발맞춰 제지 업체들은 소유 중인 조림지를 탄소 저장소로 활용하거나 바이오 기술을 통한 재활용 제품을 개발하는 등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태림페이퍼도 이 경향에 맞춰 재생지와 신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플라스틱의 대체 수단이자 친환경 고수익 신제품으로 분류되는 크라프트지와 코팅 원지(SC마닐라) 등의 개발에도 투자한다.

고재웅 태림페이퍼 대표는 “친환경 이슈가 대두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종이 포장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술연구소에서 골판지와 함께 다양한 포장 소재를 개발해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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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주주는 글로벌세아그룹의 세아상역

태림페이퍼는 이번 상장으로 810만4000주를 공모한다. 상장 예정 주식 수(3241만4687주)의 25%다. 예상 시가 총액으로 6159억~7131억원을 제시했다.

할인율(23.69~11.65%)을 적용하기 전 기업 가치는 8075억원으로 평가됐다. 비교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률(PER) 11.1배를 적용해 도출한 수치다. 비교 기업은 아세아제지·대영포장·삼보판지 등을 선정했다. 이 중 아세아제지와 삼보판지의 PER은 4배 수준, 대영포장의 PER은 24.75배로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동종 기업 대비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림페이퍼의 최대 주주는 글로벌세아그룹의 주력사인 세아상역이다. 의류 제조사 세아상역은 2019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태림포장·태림페이퍼·태림판지의 지분을 7300억원에 인수한 후 지배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기존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태림포장이 주축이었지만 태림페이퍼를 중심으로 수직 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태림페이퍼가 태림포장 지분 68.85%와 태림판지 100%를 갖고 있다. 태림페이퍼는 2020년 12월 태림포장 지분 9.93%를 보유하고 있던 월산페이퍼를 흡수·합병하고 자회사 지배력과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세아상역은 태림페이퍼의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공모 구조를 살펴보면 전체 공모 금액 1540억~1783억원 중 40%가 구주 매출로 이뤄졌다. 구주 매출은 기존 주주가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세아상역은 보유 주식의 11.8%인 324만2000주를 내놓아 616억~713억원을 확보한다. 상장 후 지분율은 85%에서 75%로 낮아지게 된다.

태림페이퍼는 기업공개(IPO)로 약 1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중 약 700억원을 시설 투자에 활용한다. 탄소 중립 기본법에 따라 악취 배출 시설 보완과 소각로 선택적 촉매 환원법(SCR) 설치, 폐수 처리장 개선 투자 등에도 자금을 사용한다.

올해 5월 9~10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실시한 후 공모가가 확정된다. 일반 청약은 5월 12~13일이다. 대표 주간사 회사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에서 청약할 수 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