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최근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일 새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논리적 토론 없이 주장만 되풀이되고 껍데기만 얘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균형 발전은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한 것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혜받은 지역이다. 기간산업이 부울경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부울경 지역은 그동안 그만큼 지원 받았으면 다른 지역 것을 뺏으려 하지 말고 부울경 스스로 자생해서 국가 경제와 다른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으로 부울경 지역에 2조~3조원 규모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2조~3조 창출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지만, 국가 경제에 20조~30조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쓴소리를 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두개의 금융중심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사실상 회장으로서 하는 ‘마지막 간담회’에서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2020년 9월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1년 5개월 정도 남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을 역임했고, 한국금융연구원장,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은 은행인 동시에 정부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집행하는 정책기관”이라며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게 순리”라고 사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