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구동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선두주자...우주인터넷·탄소배출관리도 도전장

미래로 날아오르는 한화시스템
'드론을 닮은 날렵한 비행체.' 한화시스템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기체인 버터플라이(butterfly)의 모습이다. 날렵한 기체에 좌우 양측과 꼬리 두 갈래 등 4개 로터와 블레이드로 기하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버터플라이는 한화시스템이 지분 30%를 인수한 미국 오버에어와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버터플라이는 최신 센서·레이다·항공전자 기술과 오버에어의 에너지 절감 비행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100% 전기로 구동되어 탄소배출이나 공해 문제에도 자유로우며, 전기모터를 사용해 기체 제작비도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블레이드 제어를 통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넓은 활주로가 필요 없으며, 기존 헬리콥터 대비 고성능·고효율과 저소음의 성능을 구현한다. 버터플라이는 최대속도 320km로 서울과 인천을 20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래의 비행체, UAM

UAM은 전기로 구동하는 비행체 기반의 차세대 항공 이동 서비스다. 이른바 '에어택시'라고 불린다. 사람이나 화물을 싣고 30~50km의 이동거리를 비행하는 기체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배터리 및 모터 기술의 발전과 충돌회피, 자율비행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UAM은 미래의 새로운 운송수단으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최적 속도 틸트로터(OSTR, Optimum Speed Tiltrotor)’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버터플라이의 상세 설계를 진행 중이다. 2023년 상반기 무인 시제기 제작이 목표다. 무인 시제기로 항행 관련 기술검증이 완료되면, 유인 시제기로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비행시험을 통해 안정성을 인증할 예정이다. 유인 시제기에는 5명까지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시스템은 앞으로 기체 개발에 더해 도심 항공의 항행·관제 솔루션, 이착륙 시설 인프라 및 온라인 플랫폼 구축 등 미래 모빌리티 토탈 솔루션 제공을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은 2025년 국내 서울-김포 시범 운행을 목표로 도심 상공의 항행·관제 솔루션, 기존 교통체계 연동 시스템 등 항공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체를 개발하더라도 UAM이 실제로 구동하는 데는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우선 기존 헬기보다 약간 높은 300~600m 고도에 UAM 전용 하늘길이 조성되어야 한다. UAM 이착륙장도 필요함은 물론이다. UAM 사업에 여러 기업·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업하는 이유다. 2025년 UAM의 관광·공공용 상용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팀 코리아 UAM 컨소시엄에는 한화시스템,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연구원, 한국기상산업기술원 등이 참여했다.

UAM 컨소시엄에서 한화시스템은 UAM 개발과 항행 안전을 전담하고, SK텔레콤은 UAM 예약과 탑승, 통신관제, 기체 내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개발 및 서비스 등을 맡았다. 한국교통연구원은 UAM의 수요예측과 발생 비용, 교통흐름 등 최적의 서비스 편익을 연구하고, 기상산업연구원은 기상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공항공사는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 구축 및 운영을 맡는다. UAM 인프라가 구축되면 소비자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UAM을 예약하고, 기체에 탑승하고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우주 인터넷 사업에도 도전장

최근 한화시스템은 UAM과 함께 전자기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 사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지구의 저궤도(200~1000km)에 쏘아올린 인공위성의 신호를 송수신하는 전자식 빔 조향 안테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안테나는 위성의 신호를 받아 인터넷 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해상·상공·지상 전 영역에서 초고속 통신 즉 '우주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에어택시와 같은 UAM이나 개인용 비행체나 해상용 선박에 단말 장착을 통해 이동 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화시스템은 방산기업으로서 안테나의 핵심인 ASIC칩 설계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고주파의 4개 안테나 신호를 적은 손실과 높은 효율로 처리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으로 통신 인프라가 망가진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우주인터넷을 제공해 화제가 됐다. 우크라이나 측의 긴급한 요청을 받아들여 스페이스엑스가 우주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엑세스 포인트인 스타링크 단말을 보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우주인터넷은 통신망이 끊긴 상황이나 지상 인터넷망이 닿을 수 없는 곳들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한화시스템도 우주 인터넷이 전쟁과 같은 특수 상황을 넘어 고성장하는 민간 우주 산업에서 쓰임새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본격 뛰어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통신위성·위성통신 안테나와 초소형 SAR 위성 기술을 통해 지상·해상·공중 및 우주의 모든 플랫폼 간 광대역의 다계층·초연결 네트워크를 보장하는 우주 인터넷 통합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는 우주 인터넷 시장 규모가 20년 안에 약 670조원(최대 582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UAM과 우주 위성통신 안테나 등 신사업을 통해 한화시스템은 기존 방산 기업에서 미래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친환경을 위한 에너지 절감이나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환경에 이롭지 않은 기술을 대체할 좀 더 이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도심항공모빌리티와 저궤도 위성은 환경을 생각하고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기술 사업으로써, ESG의 궁극적인 목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돋보기] 탄소배출 관리 시스템 ‘맹그로브’ 선보여

한화시스템은 AWS 클라우드 및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기반의 탄소 데이터 수집 및 모니터링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예측하고, 운영 최적화 방안을 제시해 주는 맹그로브 솔루션을 개발하며 탄소배출 관리시스템에도 뛰어들었다. 맹그로브 솔루션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나무인 맹그로브를 모티브로 했다. 이 솔루션을 한화63시티에 적용해 시범 운영 중이다. 탄소배출과 관련한 향후 솔루션의 고도화를 통해 스마트 빌딩,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로 적용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에너지 절감만이 아니라 전체 탄소배출량 감소에 초점을 두고 할당량 대비 배출량을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실시간으로 예측, 직접배출량(스코프 1)에서 공급망 배출량(스코프 3)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다. 정해진 한화시스템 상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ESG 데이터의 보안을 강화했으며, 개별 빌딩뿐 아니라 여러 빌딩간의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는 '군 관리'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