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 전쟁 속 승리 공식은 ‘긍정적 직원 경험’…직원의 ‘개인적 동기’ 자극해야 인재 몰려
[경영 전략] 인재 전쟁이 가속화되는 시대다. 일하기 좋은 직장에는 인재가 몰리고 그렇지 않은 직장은 인재가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긍정적 직원 경험을 한 직원은 부정적 경험을 한 직원보다 8배나 더 회사에 머무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모집부터 퇴직까지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미래학자 제이콥 모건은 250여 개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펴낸 ‘직원 경험(The Employee Experience Advantage)’에서 “직원 경험은 존재 이유에서 시작되며 조직의 물리적 환경, 기술적 환경, 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회사나 조직의 존재 이유가 일하는 공간, 일에 활용하는 기술,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이런 환경이 모집부터 퇴직까지 직장 생활 전반의 경험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존재 이유가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구성원들에게 큰 꿈을 꾸게 만들고 이를 이루기 위해 결집하고 흥분하게 만든다면 긍정적 직원 경험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회사 가치관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면긍정적 직원 경험을 위해 회사는 조직의 존재 이유인 가치관을 재정립하거나 기존의 가치관을 교육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요즘 세대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에 발맞춰 회사 가치관 교육을 잘하면 인재 확보와 인재 유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약 1년 전 필자는 가치관 기반 경영에 대해 고민 중인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다.
한 CEO는 이렇게 질문했다.
“1996년 식품 원료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년 10~20% 내외의 지속 성장을 만든 것은 창업할 때의 존재 이유, 회사의 가치관을 잘 지켜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회사의 가치관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 입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 가치관을 직접 교육하고 별도로 챙기는데 조기 퇴사율이 늘고 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선 삶의 순위가 바뀌고 있다. 링크트인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가치나 미션에 부합하는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기꺼이 직책과 보상을 타협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베이비 붐 세대는 9%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Z세대 포함)는 8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요즘 세대는 회사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느냐 보다 회사의 가치가 자신의 가치와 맞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명 도서 ‘리더십 챌린지’의 저자인 제임스 쿠제스와 배리 포스너는 책에서 개인 가치관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담았다. 조직의 가치관과 개인의 가치관을 분명하게 알고 있느냐에 따라 조직에 대한 헌신도(일에 대한 몰입도)를 조사한 결과다.
조직의 가치관은 분명하게 알지만 개인의 가치관을 모르는 경우와 조직의 가치관은 잘 모르지만 개인의 가치관이 분명한 경우 어느 쪽이 조직에 더 헌신할까. 답은 개인의 가치관이 분명한 경우다.
조직의 가치관을 열심히 교육해도 개인 가치관이 분명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의 조사 결과로 과거 베이비 붐 세대도 개인의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만 행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목적을 통해 일터를 바꾸고 있는 유니레버지난 3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는 ‘목적을 통해 일터를 바꾸고 있는 유니레버 이야기’가 실렸다. 유니레버는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면서 14만 명이 넘는 인력을 재편하고 있는데 전환 배치, 노동 시간 단축 등이 아니라 목적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목적에 초점을 맞추면 낡은 변화 관리 모델보다 더 빠르고 수익성 있게 미래에 적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인이 먼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이해해야 공동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2009년에는 400명이 넘는 고위 경영진이 자신의 목적을 찾고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니레버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추후 이 프로그램을 모든 직원으로 확대했다.
2021년 여름까지 직원의 40%인 6만여 명이 자신의 목적을 발견했고 지속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목적 발견 워크숍에 참여한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커리어 경로와 이에 필요한 주요 기술 개발 단계를 담은 ‘미래 적합 계획(future-fit plans)’을 세운다.
회사는 미래 적합 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 결과 목적 발견 워크숍에 참여한 직원의 92%가 노력을 더 기울이도록 영감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은 3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유니레버는 회사의 목적을 2배로 강화하면 미래의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는 인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회계와 경영 컨설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KPMG는 2015년 ‘신뢰를 부여하고 변화를 주도하라’는 새로운 미션을 발표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목적의식을 높이는 여정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회사의 새로운 미션을 교육하기보다 직원 개개인이 목적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스토리를 공유했다.
‘나는 테러와 맞서 싸운다’, ‘나는 농장이 성장하도록 돕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만들어 공유한 것이다.
생각해 보자. 회계 컨설팅을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과 농장이 성장하도록 돕는다고 생각하며 일하는 직원의 차이가 떠오르는가. 실제로 직원의 90%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하고 76%가 직장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회사 가치관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CEO의 고민 해결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가치관에 공감하는 리더들을 선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개인 가치관 발견 워크숍을 열었다.
그리고 워크숍에 참여한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가치관 발견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제조 현장의 구성원이 많은 회사의 특성상 주 1회 1시간씩 대개는 6~8회면 되지만 많게는 22회까지 진행한 팀도 있었다.
22회를 진행한 리더는 “같은 회사를 다니는 동료의 가치를 나누면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참여자 모두 삶의 가치를 돌아보면서 더 굳건한 인생을 살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개인의 가치관 발견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퇴사율도 줄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장의 다양한 혁신 활동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가치관 발견 워크숍에 참여하고 싶다는 직원들이 점점 더 늘고 있어 보람이 있다”고 했다.
개인 가치관 발견 워크숍을 짧게 설명하면 먼저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의 여정을 돌아보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았던 경험을 발견한다.
이때 자신이 기여한 일과 이를 통해 세상이나 사람에게 준 영향력을 말로 표현한다. 필자는 ‘사람들의 동기를 자극함으로써 그들의 성공을 돕는다’는 미션을 발견했다.
그런 다음 이 미션을 실현해 이루고 싶은 꿈인 비전을 정립한다. 그리고 미션을 실현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삶의 원칙과 기준인 핵심 가치를 정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행동 약속까지 만들면 마무리된다.
개인 가치관 발견 워크숍을 진행해 보면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회사나 조직의 가치관과 연결해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회사의 가치관과 개인의 가치관이 연결된다. 회사는 개인의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러면 회사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경험을 갖게 된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회사에서 긍정적 직원 경험을 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까.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또 얼마나 높아질까.
구성원 개개인의 직원 경험이 중요한 지금, 개인의 가치관을 발견하도록 해보자.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회사로 알려지게 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싶은 인재들이 몰리고 오래 다니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