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자금은 이미 충분히 확보, 가장 큰 변수는 머스크의 ‘변심’
[글로벌 현장] 엘론 머스크는 크게 3개의 직함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와 우주 탐사 업체 스페이스X, 초고속 지하 터널 굴착 업체 보링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다. 직접 창업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등은 뺀 숫자다.조만간 한 개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의 CEO다. 보유 자산 기준으로 세계 최고 부자로 손꼽히는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상장 폐지하고 개인 회사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트위터는 물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장이 확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 많다. 다만 최종 인수까지 변수가 적지 않다.
머스크 “인수 후 일하는 문화 확 달라져야”
2009년 트위터를 처음 시작한 이후 1만8000여 개에 달하는 트윗을 올려 온 머스크 CEO는 그동안 트위터에 비판적이었다. 발언(언론)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보수 인사들의 트위터 퇴출에 대해 “정말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머스크 CEO는 1억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유력 인플루언서다.
트위터 내부 문화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머스크 CEO는 최근 트윗에 “트위터의 수익성이 너무 낮다”며 “기술 분야 인력이라면 전부 기술적으로 뛰어나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고 썼다. 능력이 부족한 기술자들이 트위터에 적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지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는 “매니저급 직원들도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잘 다뤄야 한다”며 “소프트웨어를 잘 모르는 관리직은 말도 탈 줄도 모르는 기병대 대장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인수한 이후 트위터의) 근무 환경이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내 자신에게 요구하는 수준보다는 훨씬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여러 개의 회사를 경영하면서 잠 자는 시간까지 아끼는 ‘일벌레’로 잘 알려져 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 후 스팸 봇(무작위 악성 게시물)을 규제하되 표현의 자유를 활성화해 이용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트위터가 창업 이후 줄곧 허용하지 않았던 편집 기능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알고리즘을 오픈 소스로 만들 것”이라며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조차 계속 트위터를 쓰길 바란다”고 했다.
머스크 CEO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진 뒤 트위터 내부의 반발 기류가 강해졌다는 보도가 이어진 가운데 미국인 중 다수는 머스크 CEO를 지지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 조사 업체인 해리스폴에 따르면 미국인 중 59%가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를 찬성하고 있다고 경제 매체 포천이 최근 전했다. 채용 플랫폼인 글래스도어의 대니얼 자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추진 후부터 트위터 입사에 대한 관심이 종전 대비 3.6배 치솟았다”며 “머스크 팬이 매우 많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를 위해 조달하겠다고 공시한 금액은 총 465억 달러(트위터 주당 54.2달러)다. 이 금액 인수엔 트위터 이사회도 동의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테슬라 주식 담보 대출 125억 달러 △금융권 직접 대출 130억 달러 △직접 조달 210억 달러 등이다.
이 중 머스크 CEO가 자기 자본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210억 달러가 문제였다. 세계 최고 부호이지만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식으로 묶여 있어서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테슬라 주식을 추가로 팔아야 할 처지였다. 테슬라 지분을 추가 매도하면 막대한 세금 부담과 함께 경영권 약화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었다.
테슬라 주식 담보 대출도 마찬가지였다. 테슬라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가가 떨어지면 담보를 추가로 제공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마진콜(증거금 납입 요청)을 당할 수 있다.
이때 머스크 CEO의 오랜 지지자들이 등장했다. 인수 자금을 대주겠다는 투자자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등 19명이다. 이들은 총 71억4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머스크 CEO가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액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가장 많은 액수를 약속한 사람은 알왈리드 왕자다. 총 19억 달러의 자금을 태우기로 했다. 그는 “트위터의 엄청난 잠재력을 머스크 CEO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테슬라의 비상임 이사를 맡고 있는 엘리슨 창업자는 10억 달러를 투자한다. 테슬라의 주요 주주인 론 바론 바론캐피탈 CEO도 참여하기로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설립자인 중국계 캐나다인 창펑자오는 “머스크 CEO가 내세우고 있는 대의명분을 위해 지원자로 나서기로 했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로봇 계정 확인·집단 소송 등 쟁점도 많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트위터 매출을 2028년 264억 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작년 매출(50억 달러) 대비 5배 이상 키우겠다는 얘기다. 이용자당 평균 매출은 작년 24.83달러에서 2028년 30.22달러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광고 매출 비율을 현행 90%에서 45%까지 낮추기로 했다. 구독 서비스의 매출 비율을 크게 높일 방침이다. 2028년엔 구독 서비스로만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봤다. 작년에 선보였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트위터 블루) 가입자는 2025년 69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머스크 CEO는 “트위터 블루 요금을 낮추고 광고를 금지하는 등 서비스를 개편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만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최종 인수하기까지 몇 가지 난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머스크 CEO의 변심 여부다. 상황에 따라 머스크 CEO가 10억 달러의 위약금을 물고 손을 떼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최근 “트위터 전체 계정 중 로봇이나 스팸 계정이 5% 미만이라는 트위터 자체 평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인수 절차를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인수 추진은 그대로”라고 확인했다. 기술주 주가가 대거 폭락하자 종전 시세보다 싸게 매입하려고 판을 흔들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계정을 무작위로 추출해 로봇 계정이 얼마나 되는지를 시험할 것”이라며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알려 달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부지 봇센티넬 CEO는 “트위터 계정의 10~15%는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맞장구쳤다.
다만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머스크가 적은 수의 샘플링으로 자신의 오류를 정당화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계약을 3년 연기해 달라는 주주 집단 소송도 일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경찰 연기금은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추진은 델라웨어 주 회사법에 어긋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1980년대 제정된 델라웨어 주 회사법은 주주 의결권 보호를 위해 신속한 합병 절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장치다. 연기금은 현재 트위터 지분 9%를 보유한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에 제약 조건을 가진 ‘이해 주주’라고주장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소유하려면 법에 따라 3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머스크 CEO의 이해 주주 지위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규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비영리 단체인 오픈마켓연구소는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직접 통제할 수 있다”며 인수 중지를 촉구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는 계약상 10월 24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당국이 승인을 미루면 6개월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가 최종 확정되거나 결렬될 때까지 트위터와 테슬라의 주가는 춤을 출 수 있다.
뉴욕(미국)=조재길 한국경제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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