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및 반도체 등 전략적 디커플링으로 방어한 미국
블룸버그, 중국 성장 둔화 가능성 전망

[경제 돋보기]

1978년 덩샤오핑 국가주석이 남방순화를 통해 개방 정책을 선언했을 당시 중국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내 비율은 2%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중국의 GDP 규모는 17조5000억 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17%를 차지하며 24%인 미국의 뒤를 잇게 됐다.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국가로 등극할 수 있을까. 그 핵심 관건은 첨단 기술 확보다.

세계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세계 중간 기술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 무역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3배 증가해 30% 이상으로 높아졌다. 2009년과 2012년 각각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추월했다. 2018년 기준 중국 수출입에서 첨단 제품의 비율은 약 31%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은 여전히 불리하다. 통계상 중국의 수출로 잡히지만 첨단 산업 수출의 대부분은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 담당하고 있을 뿐 중국 토착 기업의 역할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화주의의 옛 영광을 오늘날 실현하고자 하는 중국몽(中國夢 : 중국의 꿈) 실현을 국정 목표로 내세웠다. 얼마 후 그는 중국몽 실현 수단으로 ‘중국 제조 2025’를 제시했다. 2025년까지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겠다는 것이 중국 제조 2025의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첨단 기술을 흡수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중국의 의도를 차단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및 리쇼어링(본국 회귀)을 독려하면서 고관세 부과와 디커플링(경제 분리) 정책을 추구했다. 이러한 대중국 정책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로 이어졌다. 다만 총체적인 디커플링에서 전략적·선별적 디커플링으로 바뀌었다.

미국과 구소련 간 경제적 상호 의존이 미미했던 냉전 시대 봉쇄와 달리 오늘날 미‧중 간에는 경제적 단절이 불가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서는 디커플링 분야를 선별적으로 정하고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군사‧가치‧기술 분야의 복합적 압박을 통해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중국의 행태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면 디커플링하기보다 신기술,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디커플링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포괄적 수출 통제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인권 보호에 대한 미국 국내법으로 화웨이를 비롯한 많은 중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접근을 막는 수출 규제 조치를 취했다. 2018년부터 미국은 다자 통상 규범의 안보적 예외(GATT 21조)를 근거로 자국의 수출 통제 제도를 크게 강화했다. 국가 안보 위협 우려 혹은 대량 파괴 무기(WMD)의 비확산 조치 위반 외에 인권 탄압, 유엔 제재 결의 사항 위반 등 다양한 이유로 독자 제재를 여러 차례 발동했다. 중국에 대해 수출 통제 체제를 강화하면서 세컨더리 보이콧 방식의 금융 제재, 투자(M&A) 심사 강화, 제3국 강제 규정 등을 도입했다.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을 교란시키면서 첨단 기술 분야에의 접근을 차단해 중국 제조 2025 달성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따라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향후 미국이 기술 봉쇄를 강화하면 첨단 산업은 중국에서의 조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의 수출 통제 제도는 중국의 기술 탈취와 기술 굴기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기술 굴기 전략은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은 외국의 접근을 막아야 할 기초 기술과 신기술의 목록을 정하고 이를 수출 통제 제도와 결부해 운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첨단 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법을 제정하고 있다.

언젠가 중국은 세계 최대 경제 국가가 되겠지만 그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밀릴 가능성이 세계적 경제 경영 뉴스 채널인 블룸버그에 의해 제기됐다. 미‧중 갈등이 불거지면서 중국이 세계 1위 경제 국가가 되는 시점이 2040년 이후이거나 아예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됐다. 무리한 기술 패권 야욕이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끌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미국 잡겠다더니’…‘성장 엔진’에 경고등 켜진 중국 [정인교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