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자금으로 발전용 연료전지 설비 투자…해외 적극 진출

[마켓 인사이트]
범한퓨얼셀의 수소연료충전소 사진=범한퓨얼셀 제공
범한퓨얼셀의 수소연료충전소 사진=범한퓨얼셀 제공
수소 연료전지 개발사 범한퓨얼셀이 올해 6월 코스닥 시장 입성에 도전한다. 이 회사는 잠수함과 건물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에는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도 진출한다.

정부의 수소 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1500MW로, 건물용 연료전지 목표 보급량의 30배에 달한다. 전 세계 수소 경제 시장 규모가 29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상장 후 수소 수혜주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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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두번째 잠수함용 연료전지 상용화

범한퓨얼셀은 2019년 12월 범한산업의 수소연료전지 사업부가 물적 분할해 설립됐다. 잠수함용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으로 건물용 연료전지, 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독일에 이어 세계 둘째로 잠수함용 연료전지 모듈 상업화에 성공했다. 2018년부터 해군의 장보고-Ⅲ 사업인 3000톤급 차세대 잠수함에 연료전지를 납품하고 있다. 범한퓨얼셀이 양산에 성공한 잠수함용 연료전지 모듈은 잠수함에 탑재된 수소·산소를 사용해 물속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 장치다.

잠수함용 연료전지는 독일 지멘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자국의 214급 잠수함에 적용했다. 한국은 독일 214급 잠수함의 기술을 도입해 장보고-Ⅱ 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이 잠수함이 운용되기 시작하자 순수 한국 기술로 차세대 장보고-Ⅲ 잠수함 개발을 시작했고 2014년 개발을 완료했다.

독일·러시아·프랑스 등 잠수함 강국에서 20여 년 전부터 잠수함용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노력했지만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독일 지멘스와 범한퓨얼셀뿐이다.

범한퓨얼셀은 잠수함용 연료전지 모듈에 사용되는 특수한 막전극 접합제(MEA)와 분리판 제조 기술도 갖고 있다. 지상에서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산소 농도 21%의 공기를 사용하는 반면 잠수함용 연료전지는 산소 농도 100%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

범한퓨얼셀은 “일반 연료전지를 잠수함에 사용하면 수명이 금방 끝난다”며 “수중이라는 특수 상황에 맞게 효율적인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기술력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범한퓨얼셀은 해외 진출을 위해 여러 회사와 협력 관계도 맺고 있다. 2018년 스웨덴 파워셀과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부생 수소 생산 능력을 보유한 롯데케미칼, 호주의 올리에너지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중공업과 중대형 선박용 MW급 수소 연료전지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범한퓨얼셀은 잠수함용 연료전지 외에도 건물용 연료전지도 개발 중이다. 아파트·빌딩·오피스텔 등과 같은 건축물에 설치하는 건물용 연료전지는 건물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건물에 온수를 공급한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전기 효율은 35~40%, 열효율은 45~55%다. 전체 에너지 효율이 90% 내외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범한퓨얼셀이 생산하는 제품은 고분자 전해질막(PEMFC) 연료전지로, 사용하는 연료에 따라 수소용과 도시가스용 모델로 나뉜다. 이 가운데 도시가스형 5kW, 6kW 제품에 대해 KS 인증을 획득했다. 앞으로 10kW, 25kW 제품의 KS 인증을 받고 도시가스용 총 4가지 모델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수소 에너지 네트워크에 출자해 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에도 진출했다. 수소 충전소는 수소를 필요로 하는 승용차·상용차 등의 수소 전기차량에 수소를 공급하는 설비다. 수소의 압력을 높이기 위한 압축 패키지, 수소를 저장하는 수소 저장 용기, 발생 열 제거를 위한 수소 냉각 설비, 수소를 차에 충전하는 수소 충전기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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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자금으로 연료전지 설비 적극 투자

범한퓨얼셀의 지난해 매출액은 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4%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 수소 연료전지 제품의 지속적 매출 성장과 수소 충전소 수주 및 매출 확대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게 상장 주간사 회사의 설명이다.

코스닥 상장으로 조달한 공모 자금 중 260억원은 연료전지와 설비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부터 고체 산화물(SOFC)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했고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총면적 1만㎡ 규모의 제2공장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잠수함용 개질 기형 연료전지 시스템과 경량형 연료전지 시스템, 암모니아 기반의 친환경 선박용 연료전지, 메탄올 개질기 등의 연구·개발(R&D)도 진행 중이다.

향후 △선박용 연료전지 △수소 전기 버스 △발전용 연료전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은 2025년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 엔진을 연료전지로 전환한다면 2050년까지 총 300GW 규모의 선박용 연료전지 발주가 예상된다.

공모 주식 수는 총 213만6000주다. 100% 신주 모집으로 진행된다. 이번 상장으로 688억~854억원을 조달한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2200원에서 4만원으로 제시했다. 예상 시가 총액은 공모가 기준 2823억~3507억원 수준이다.

이 회사는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기업 가치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EV/EBITDA)’ 방식을 사용했다.

EV/EBITDA는 자기 자본과 타인 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범한퓨얼셀은 에스퓨얼셀·상아프론테크·비나텍·제이엔케이히터 등 4곳을 비교 회사로 선정하고 이들의 EV/EBITDA 평균 거래 배수 35.61을 적용해 기업 가치를 4950억원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27.76~41.85%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6월 2~3일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8~9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참여할 수 있다. 상장 후 유통할 수 있는 물량은 313만8781주로, 상장 예정 주식 수 876만7055주의 약 35.80%다. 기관투자가들의 의무 보유 확약에 따라 유통 물량이 소폭 줄어들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는 범한퓨얼셀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 업체 SK쉴더스와 토종 애플리케이션 마켓 원스토어, 골판지 원지 제조사 태림페이퍼 등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을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실패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