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다양성 눈높이 높아진 브랜드 리더십 2.0 시대
‘윤리적 리더십’ 이 뉴 트렌드로

[브랜드 인사이트]
레고의 ‘모두가 멋져요’ 세트.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진=레고 제공
레고의 ‘모두가 멋져요’ 세트.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진=레고 제공
전 세계적으로 문명의 발전을 위해 희생된 지구 환경과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지구 환경을 지키고 다채로운 행복이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기업·브랜드가 그 중심에 서 있다. 비즈니스 모델과 별개로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평판을 관리하던 1.0 시대를 지나 비즈니스의 전체 혹은 일부를 통해 소비자의 선호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2.0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환경’과 ‘다양성’을 바라보는 눈높이 또한 과거와 다르다.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를 외치며 환경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각인시킨 바 있다.

새 제품에 대한 구매 주기를 늦춰 온실가스, 자투리 원단의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한 메시지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새로운 것을 사지 마세요(Buy no new things)’ 운동을 주도하는 브랜드가 있다. 미국의 중고 의류 브랜드 굿페어다.

중고 제품만 취급하고 패스트 패션이 불러오는 환경 오염에 반기를 든다. 소비자들이 새것을 사지 않겠다는 선언에 동참하게 하며 이 선언은 주변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달된다. 지구 환경을 위해 새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브랜드와 소비자의 의식 수준이 진화하고 있다.

도브는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획일적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존으로부터 시작되는 아름다움을 고찰하게 하면서 피부색과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하는 외모에 대한 존중을 전했다.

최근 떠오르는 메이크업 브랜드 어바웃페이스는 비주얼적 다양성을 넘어 개개인이 보유한 정체성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이 보유한 다차원적 정체성의 표출을 지지하는 이들의 슬로건은 ‘많은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어요(Made for the many of you)’다. 다양성의 개념이 성과 인종 등의 물리적 구분을 넘어 다양한 자기표현에 대한 포용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고도화되는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고 기대를 넘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전히 특정한 날에 친환경 활동을 진행하고 다문화 가정을 후원하는 버전 1.0에 머물러 있다면 환경과 다양성에 대한 브랜드적 지향점을 설정하고 제품·서비스로의 구현을 고려해 보자.

인터브랜드는 이를 ‘브랜드의 윤리적 리더십(Ethical leadership)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고 에시컬(윤리적) 리더십 확보를 위한 영역 설정, 브랜드 개발, 관리 체계에 대해 전달하고자 한다.

1. 대표 영역 설정

브랜드의 에시컬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선 산업 특성, 내부 사업 방향성, 경쟁 환경을 고려한 대표 영역의 설정이 필수적이다. 차별적 자산 구축을 견인할 대표 ‘주제’와 ‘소재’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위 주제와 소재는 비즈니스와의 밀접한 연계성이 확보돼야 한다.

LG화학은 그들의 윤리성을 친환경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는 화학이라는 업의 인식을 극복하고 친환경 소재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친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재활용·식물성·생분해’라는 세 가지 구체적 소재를 설정해 사업적 연계성을 확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전력 소비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제거하고 지구에서의 더 많은 성취를 돕는다는 사업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IDC를 해저에 설치해 자연 냉각을 유도하고 조력·파력 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친환경을 해저 데이터센터를 통해 구현하는 프로젝트로 많은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에시컬 리더십의 확보는 브랜드 활동을 임팩트 있게 부각할 수 있는 주제 선정이 우선돼야 하고 실질적 비즈니스로 연계되는 구체적 소재 설정이 동반돼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해저 데이터센터 실증 연구인 나틱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활용한 밀폐형 데이터센터.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마이크로소프트가 해저 데이터센터 실증 연구인 나틱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활용한 밀폐형 데이터센터.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2. 자산화를 위한 브랜드·슬로건 개발

브랜드 윤리성을 견인할 대표 주제와 소재가 설정됐다면 이를 자산화할 수 있는 브랜드·슬로건 개발이 필요하다. 전면에서 제품에 대한 보증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면 브랜드 개발을, 새로운 변화로의 동참을 유도하는 운동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슬로건 개발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브랜드 개발은 소재·에너지 기업이 친환경을 강조하기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탄소 중립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친환경 제품군에 ‘렛제로’라는 브랜드를 적용해 기존 제품들과 다름을 나타낸다. GS칼텍스 또한 친환경 브랜드 ‘에너지플러스에코’를 론칭하며 미래 제품군을 보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 많은 친환경 브랜드들이 시장에 등장해 리더십 확보를 위한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의 본질적 변화가 존재하고 친환경 제품군이 사업의 중심축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면 인식 선점을 위한 브랜드 개발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다음은 슬로건이다. 슬로건은 소비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변화 선도의 인식 확보가 주목적이다. 나이키는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를 이야기하며 제로 폐기물을 향한다. 재활용 소재로 제작된 제품 패키지에 해당 슬로건을 표기하고 있고 제품 구매를 통한 제로 폐기물 운동의 동참을 유도한다.

레고는 ‘모두가 멋져요(Everyone is Awesome)’를 외치며 다양성을 포용한다. 내부 임직원 대상의 슬로건이기도 하고 성소수자를 테마로 한 ‘모두가 멋져요’ 브릭(여러 가지 블록) 출시와 함께 대외 슬로건으로도 활용 중이다. 놀이 문화에 다양성이 자리 잡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두 사례 모두 변화를 선도하는 아이코닉한(상징적인) 브랜드로의 인식을 만들고 있고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제품 라인을 기반으로 에시컬 리더십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슬로건을 통한 운동과 캠페인을 전개해 보자.

3. 관리 체계 구축

대표 영역에서의 브랜드·슬로건이 준비되면 리더십이 확보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내재화해야 한다. 즉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최고다양성책임자(CDO)·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등 최고 담당자를 중심으로 윤리성을 내재화하고 있다. 내부 교육을 진행하는 수준을 넘어 담당 조직·역할을 명확화하는 것은 성공적 내재화의 핵심이다.

또한 프로세스적으로 에시컬 리더십의 내재화 수준, 외부 인식 수준을 트래킹하고 지속적 개선 과제를 도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트래킹의 핵심은 우리가 선정한 주제·소재에 대한 내·외부적 인식의 수준이다. 우리의 브랜드 윤리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꾸준한 진단과 개선을 멈춰선 안 된다.

지구 환경과 다양성에 대한 접근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거부할 수 없는 미래의 변화 흐름이다. 내부적 실체가 마련됐다면 브랜드의 에시컬 리더십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시도해 보자.
허재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허재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허재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