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ERT(신기업가정신협의회) 출범…‘대한민국 새로운 문제를 기업의 새로운 방법으로 풀자’
[비즈니스 포커스]
기업가 정신도 이 논쟁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당대 기업가의 미션이 이 범위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기업가 정신에 대해 새롭게 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창업 1세대들은 대부분 사업을 통해 나라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을 내걸었다. 그들에게 해외 시장은 보국할 수 있는 운동장이었다. 2세대들은 글로벌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음 세대의 기업가 정신을 정립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기술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와 국가 인류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쪽으로 한 발 더 다가갔다.
“우리가 맞이한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인구 절벽 등의 새로운 위기와 과제 해결에 기업도 새로운 역할을 다해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5월 24일 열린 ‘신(新)기업가 정신 선포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계는 이날 신기업가 정신을 선포하고 실천기구로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출범시켰다.
신기업가 정신은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기업 본연의 역할인 경제적 가치 외에도 윤리적 가치 제고, 기업 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지역 사회와의 상생 등이 신기업가 정신의 주요 실천 과제다.
대한상의 측은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기업의 기술·문화·아이디어 등을 통해 전혀 새로운 해법으로 풀어 내겠다”며 “실천 다짐을 전 경제계로 확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등 대기업 대표, 이종태 퍼시스 회장, 정기옥 LSC푸드 회장 등 중소·중견기업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유니콘 기업 대표 등 40여 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별 실천 의지를 다졌다.
이날 선포식에 앞서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과 배달의민족·토스 등 벤처기업, 미래에셋증권·IBK기업은행 등 금융권, 경총·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단체 등 총 76명의 기업인이 ERT의 신기업가 정신 내용이 담긴 기업 선언문에 서명했다.
신기업가 정신의 실천 기구인 ERT는 전 경제계가 함께하는 ‘공동 챌린지’, 개별 기업의 역량에 맞춘 ‘개별 챌린지’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실천 과제를 수행한다. 이날 회의에서 언급된 ‘공동 챌린지’ 예시에는 임직원이 모두 눈치 보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 ‘눈치가 없네’, 하루 동안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제로 플라스틱 데이’,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줍줍’, 다회용 용기로 포장 시 할인해 주는 ‘용기내 챌린지’ 등의 과제를 경제계 전반에서 공동 실천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개별 기업의 실천 과제는 일자리 창출, 기업 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등 다양하다. 현대차는 ‘H-온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스타트업에 자금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외식 업종 자영업자에게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배민의 ‘꽃보다 매출’을 소개했다. 토스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사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급과 무관하게 능력 있는 구성원이 권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종이 박스 회수 서비스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을 토대로 나무를 심는 ‘샛별 숲 조성’사업을, 한화는 유치원과 학교에 공기정화기를 제공하는 ‘해피선샤인’ 사업을 소개했다.
<표1> 참가 기업들이 밝힌 개별 챌린지 사례 모음 | |
분류 | 구체적 실천 아이템 |
① 경제적 가치 제고 | 스마트 공장, 미래 산업 발굴 연구·개발(R&D) |
② 윤리적 가치 제고 | 협력 업체 지원, 스타트업에 노하우 전수 |
③ 기업 문화 향상 | 심리 상담 프로그램 제공, 가정의 날 |
④ 친환경 경영 | 나무 심기, RE100 실천, 태양광 시설 설치 |
⑤ 지역 사회 상생 | 로컬 상품 출시, 지역 소외 계층 교육 |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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