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 역시 2명
삼성물산 사업별 대표는 모두 삼성 브랜드 아파트 거주

비즈니스 포커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의 거주지인 서울 평창동 롯데캐슬로잔 사진=연합뉴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의 거주지인 서울 평창동 롯데캐슬로잔 사진=연합뉴스
재계 회장들이 자신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빈손으로 시작해 성공한 이들은 물론 선대가 일궈 온 회사를 물려받은 회장들 역시 몸담고 있는 기업과 제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SK텔레콤인 만큼 지인들과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로 소통한다. ‘절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최 회장은 SMS를 활용한다.

신 회장도 비슷하다. 그는 국내외 출장으로 호텔에 묵을 때 롯데 계열사 음료만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콜라는 ‘펩시’만, 사이다는 스프라이트가 아닌 ‘칠성사이다’만 고집한다.

하지만 오너들과 전문 경영인들은 다르다. 건설사 대표가 어느 곳에 사는지 조사해 봤다. 10대 건설사 대표 중 자사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은 2명뿐이다. 다른 건설사와 공동으로 지은 아파트로 범위를 넓혀도 4명에 불과하다.

“역시 삼성” 충성도 높은 물산 3인 CEO

지난해 시공 능력 평가를 기준으로 10대 건설사는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SK에코플랜트 등이다.

이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중 해당 기업의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는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뿐이다.

오세철 사장은 서울 강남구 래미안 삼성1차아파트에 살고 있다. 오 사장 외에도 삼성물산 다른 사업부문의 대표 역시 자사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물산은 건설을 맡고 있는 오 사장과 상사 부문의 고정석 사장, 리조트 부문의 한승환 사장 등 3인 대표 체제인데 이들 모두 삼성물산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다. 고정석 사장은 서울 송파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한승환 사장은 서울 서초 래미안에 거주 중이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서울 종로 평창동 롯데캐슬로잔에 살고 있다. 그는 2017년 롯데건설 대표에 취임해 현재까지 5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하 사장은 이 기간 당초 살고 있던 서울 잠원동 신반포 20차 아파트에서 롯데캐슬로 이사했다. 지난해 2월부터 롯데캐슬로잔에 거주하고 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자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윤 사장은 현대건설·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이 함께 지은 서울 송파 가락동 헬리오시티에 살고 있다. 백 사장은 대우건설·현대건설·SK에코플랜트가 건설한 서울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에 거주 중이다.

반면 다른 건설사 CEO는 본인 회사와 무관한 곳에 살고 있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과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타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임 부회장은 2015년 12월 거주지를 옮겼는데 이전 자택과 현재 자택 모두 GS건설과 무관한 곳이었다.

DL이앤씨가 지은 서울 서초교대 e편한세상에 살던 임 부회장은 현재 인천 연수구 송도더샵하버뷰2 15단지가 거주지다. 회사 관계자는 “임병용 부회장은 현재 서울교대역 인근에서 거주하며 출퇴근하고 있다. 다른 가족은 자녀 교육을 위해 송도에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창민 대표는 서울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과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등은 서울 소재의 빌라에 거주 중이다.

건설사 대표는 대부분 해당 그룹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OO맨’들이다. 하지만 의외로 자사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이 적다. 높은 애사심에 특정 브랜드만 고집하면 주거 선택의 폭이 좁아질 뿐만 아니라 일반 분양은 직원이라고 해서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거주 중인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입구 사진=연합뉴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거주 중인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입구 사진=연합뉴스
10대 건설사 CEO 중 가장 비싼 집에 사는 이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다. 그가 거주하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공시 가격은 48억1200만원이다.

이어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서울 구기동 삼성빌라(41억7000만원)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맨션(23억7800만원)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20억2700만원)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서울 삼성동 래미안 삼성 1차 아파트(15억8200만원)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 서울 고덕동 고덕그라시움(15억800만원)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서울 평창동 롯데캐슬로잔(14억6700만원)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서울 논현동 스위트캐슬(13억6800만원)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서울 평창동 크래스빌(7억6700만원) 순이다.

가장 큰 집에 거주하는 이는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이다. 그는 전용 면적 219.78㎡의 평창동 롯데캐슬로잔에 살고 있다. 반면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국민 평수’로 꼽히는 84.9㎡에 살고 있다.

지역별로는 인천 송도에 거주하는 임병용 부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구별로는 △강남구 3명 △종로구 2명 △서초구 1명 △송파구 1명 △강동구 1명 등이다. 임 부회장이 송도로 터전을 옮기기 전까지를 생각하면 강남구에 4명이 거주한 셈이다.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 고정석 사장과 리조트 부문 한승환 사장은 각각 송파구와 서초구에 살고 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