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AtpZ]
페깅 위한 복잡한 구조의 코인 거래 플랫폼 론칭이 뱅크런 사태 촉발…폭락 사태에서 교훈 찾아야

<
루나·테라 몰락의 방아쇠, ‘4풀’이 당겼다
테라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UST)의 시가 총액은 2022년 5월 약 187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UST와 연동된 자산인 루나(LUNA)의 시가 총액은 같은 기간 약 160억 달러에서 약 300억 달러 수준까지 증가했다. UST와 루나의 성공은 디파이 시장에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패러다임을 불러왔다. 기존에 존재하던 USDN과 FRAX 등 다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들을 재조명 받게 하는 한편 USN·USDD와 같은 새로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등장을 부추기기도 했다.
루나·테라 몰락의 방아쇠, ‘4풀’이 당겼다
3일 만에 추락해 버린 이카루스의 날개지난 5월 10일 UST가 1달러와 연동되지 못 하는 디페깅(depegging)이 시작된 이후 UST 연동 자산인 루나의 시가 총액이 추락했다. UST 사태의 경과를 돌아보고 사태의 원인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 봤다.
권도형 테라 창업자 트위터
권도형 테라 창업자 트위터
“DAI는 내 손에 의해 죽을 것이다(By my hand DAI will die).”
권도형 테라 창업자는 3월 22일 UST·FRAX·USDC·USDT 등 네 가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뤄진 ‘4풀(pool)’ 론칭 계획을 알리며 메이커다오(MakerDAO)의 스테이블 코인인 DAI의 몰락을 예고했다. 4풀은 스테이블 코인 거래 플랫폼 커브 파이낸스의 유동성 풀이다.

사실 4풀의 목적은 커브 파이낸스의 거버넌스 토큰 veCRV 홀더들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FRAX 풀과 UST 풀을 통합해 더 원활한 페깅과 더 많은 유동성과 사용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커브 파이낸스 생성 조건에 따라 최대 4종류의 토큰으로 풀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풀 설계 과정에서 USDC와 USDT에 비해 스테이블 코인 시장 점유도가 낮은 DAI가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다.

UST와 루나 하락 직전 테라 측은 커브 파이낸스 4풀 론칭을 위한 유동성 이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것이 이번 사건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여러 요인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차익 거래 메커니즘의 한계와 제한적인 대규모 자산 이동 시의 충격 완화 수단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보인다.변동 자산을 통한 차익 거래 메커니즘의 한계UST와 루나는 서로 연동돼 있어 1UST 발행 시 1달러 가치의 루나가 소각된다. 1UST 상환 시 1달러의 루나가 발행되는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UST에 대한 수요가 많아 UST의 가격이 1달러보다 높게 형성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루나를 이용해 1달러의 가치로 UST를 발행한 후 시장에 매도해 차익 거래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반대로 UST에 대한 수요 축소로 가격이 1달러보다 낮게 형성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UST를 시장에서 싼값에 매수하고 각 UST를 1달러의 루나와 교환하면서 차익 거래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메커니즘은 루나의 가격이 변하지 않거나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을 때만 유효하다는 한계가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테라 생태계의 전망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루나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루나 보유 시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UST의 가격이 1달러보다 낮을 때 UST를 상환해 루나를 보유하기보다 UST를 시장에 매도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차익 거래를 하더라도 생성된 루나를 시장에 바로 매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루나의 빠른 가치 하락을 초래한다. 특히 UST와 루나는 밀접하게 연동돼 있는 자산이었기 때문에 루나의 가치 하락이 또 다른 UST와 루나 보유자의 자산 매도를 유도해 두 자산 가격의 연쇄 하락을 불러오는 이른바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의 위험이 높았다.

이번 사태에도 UST-루나 사이의 메커니즘은 아무런 변동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UST 디페깅과 앵커의 UST 예치 자금의 빠른 감소로 인해 UST와 루나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면서 두 자산의 연쇄 하락을 일으키는 사상 초유의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대규모 자산 이동의 충격을 간과크립토 시장이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극히 낮다. 전 세계에 있는 1000조 달러의 자산 중 크립토가 차지하는 비율은 0.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떤 프로토콜이든지 외부의 더 큰 자본에 의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UST와 루나는 커브 파이낸스와 앵커 프로토콜에 대부분의 UST 발행량이 몰려 있었으므로 두 프로토콜만 공략한다면, 정확히는 커브 파이낸스 공략을 통해 UST 페깅에 대한 신뢰를 깨뜨린다면 테라 프로토콜 전체에 대한 몰락을 야기할 수 있는 단일 실패 지점의 문제를 노출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커브 파이낸스의 4풀 형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 이동은 약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UST 덤핑과 함께 이 단일 실패 지점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UST 디페깅에 의한 프로토콜 신뢰 하락으로 인해 UST와 루나의 데스 스파이럴이 가동되면서 테라 프로토콜은 몰락하게 된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스테이블 코인과 상관관계가 작은 자산을 담보 자산으로 취급해야 하고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과의 차익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 차익 거래 시 기대 이익이 확정적이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활한 차익 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자산은 법정화폐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 유일하므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부분적이라도 법정화폐 스테이블 코인을 담보 자산으로 취급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자금 운용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대규모의 자금이 제한 없이 이동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가했고 그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하락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대규모 자금 운용에 의해 발생하는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간 가중(time-weighted)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스테이블 스와프 거래 플랫폼 프랙스 파이낸스가 얼마 전 론칭한 DEX인 ‘프랙스스와프(Fraxswap)’에서 제공하고 있는 TWAMM(Time-Weighted Automated Market Maker)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TWAMM은 하나의 대규모 거래를 아주 작은 수많은 거래로 잘게 쪼개 실행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자금 거래 시 발생하는 유동성 고갈, 가격 급변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실에서는 뱅크런 등으로 인한 금융 시스템 마비를 막기 위한 장치로,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과 ‘예금자 보호 제도’를 두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 프로토콜은 중앙은행이 가진 발권력이 없어 최종 대부자 기능의 수행이 불가하지만 예금자 보호 제도의 기능은 디파이 세계에서도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파산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자는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시장 충격 발생 시 사람들의 공포를 억제해 뱅크런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진다.

이번 UST·루나 폭락 사태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 침체는 더욱 심화됐고 시장 외부에서 가상 자산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더욱 짙은 색안경이 씌워졌다. 암호화폐 시장의 겨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길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할 혁신을 키워 낼 수 있을지 남겨진 자의 마음가짐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예정이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디파이 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