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300원 돌파 시 외인 투자 자금 빠른 유출 가능…낮은 원화 가격, 수출 경기엔 긍정

[머니 인사이트]
미·중·일 주요국 통화 정책 온도 차에 출렁대는 환율
국제 금융 시장에서 2021년 이후 달러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됐다. 지난해 달러화지수는 예상보다 가파른 미국 경제 경기 개선 탄력과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빨라지며 반등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달러화지수는 103 수준을 고점으로 빠르게 하락한 이후 89에서 저점을 형성한 이후 상승 전환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달러화지수는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의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금리 인상 등과 함께 크게 상승하며 코로나19 사태 발생 당시 고점을 상향 돌파했다. 이와 함께 최근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280원대에 진입하며 코로나19 사태 발생 당시 고점을 웃돌았다.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 아직까지 원·달러 환율 컨센서스는 중·장기적 하락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 외환 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환율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거시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달러화 강세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 위안화 가치의 약세 전환 등으로 경제 여건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이 우세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의 외환 시장 수급 여건도 무역수지 적자 전환과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 기조 등으로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국제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와 함께 일본 엔화 약세가 큰 이슈가 됐다. 최근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30엔대에 진입하며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엔·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은 미국과 일본 통화 정책의 차별화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미국은 5월 FOMC에서 빅스텝 금리 인상과 함께 6월부터 월간 475억 달러(약 60조원) 규모로 Fed의 자산 축소가 대기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일본 국채 10년 금리 0.25% 수준에서 일본은행이 무제한 채권 매입에 나섰다는 점이 극명하게 대조된다.
미·중·일 주요국 통화 정책 온도 차에 출렁대는 환율
또 외환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위안·달러 환율의 상승 전환도 이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며 위안·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채권 시장의 국제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투자 자금 유입과 중국의 통화 긴축 기조 등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국의 실물 경기 둔화와 함께 작년 연말부터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며 중국 위안화 약세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과 중국의 통화 완화 전환이 맞물리며 최근 위안·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최근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이러한 주요국의 통화 정책 온도 차가 환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과 캐나다 등은 통화 긴축이 가속된 반면 일본과 중국 등은 통화 완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작년에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던 신흥국들은 전 세계적 경기 둔화 이슈가 나타나며 금리 인상 조기 종료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통화 정책도 향후 금리 인상 가속과 함께 연내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이러한 통화 정책 온도 차가 외환 시장에서 주요국의 통화 가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중·일 주요국 통화 정책 온도 차에 출렁대는 환율
‘트리플 약세’ 보이는 한국 금융 시장 한국 금융 시장에서는 채권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 약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나타나며 채권·주식·원화 등 금융 시장의 트리플 약세가 전개되고 있다. 이는 금융 시장 측면에서 투자 심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5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290원대에 진입하며 1300원대 환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300원대 환율은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본 적이 없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대외 건전성 측면에서 한국 경제는 양호한 상황이고 이러한 환율 상승세가 대외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전 세계적 경기 둔화 이슈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은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원화 약세가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경기 둔화를 방어하는 요인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물가 안정 여부와 한국 기업의 수출 경기 향방이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세계 경제 여건에서 물가 안정 여부와 한국 기업의 수출 경기 부분이 한국 경제의 방파제가 될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