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럭 운전사, 연봉 10만 달러에도 없어서 못 뽑아…자율 주행으로 물류업 구인난 해결

[테크 트렌드]
월마트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로, 게틱과 손잡고 자율주행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월마트]
월마트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로, 게틱과 손잡고 자율주행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월마트]
전 세계를 강타한 물류 대란은 특히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국의 유통·물류업계에서는 인력 부족 사태의 장기화에 대응해 로봇의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물류 창고 내에서 사용하는 무인운반로봇(AGV)과 자율주행로봇(AMR) 도입에 초점을 뒀던 월마트·아마존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은 여러 스타트업들과 제휴해 운송·택배 업무를 전담할 자율 주행 트럭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미국, 트럭 운전사 8만 명 부족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인력 부족은 미국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구인난은 특히 운송 서비스가 중요한 유통·물류 시장에서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트러킹협회(ATA)에 따르면 현재 부족한 트럭 운전사의 수는 약 8만 명에 달하지만 높은 업무 강도와 열악한 노동 환경, 타 산업 대비 적은 수입 때문에 최근 수년간 신규 충원이 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운전사 확보에 드는 기업들의 비용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장거리 운송용 대형 트럭 운전사의 평균 연봉은 최근 수년간 2배 인상된 10만 달러에 이르렀다. 유통업계의 선두 주자인 월마트는 배송 차량 운전사의 연봉을 30% 이상 인상하고 운전 면허 교육비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장시간 집을 떠나야 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높은 규제 장벽 등으로 당분간 충원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ATA는 나이 든 운전사들의 은퇴로 인해 향후 10년간 부족한 트럭 운전사의 수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통·물류 기업들의 로봇에 대한 관심은 창고 내 피킹, 운반 작업을 담당하는 AGV나 AMR을 넘어 택배·배송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자율 주행 트럭으로 확장되고 있다. 주요 유통·물류 기업들은 스타트업들과 제휴해 자율 주행 트럭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들 마일’ 자율 주행 선점 게임
월마트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로, 게틱과 손잡고 자율주행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월마트]
월마트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로, 게틱과 손잡고 자율주행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월마트]
요즘 미국 각지의 주요 물류 경로에서는 다양한 자율 주행 트럭들의 테스트 주행이 진행되고 있다. 유통·물류 기업들 중 자율 주행 트럭의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월마트다. 월마트는 자율 주행 트럭이 창고와 매장 간에 재고품을 주고받는 등의 고정적이고 반복적인 운송 서비스에서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뉴로(Nuro)·개틱(Gatik) 등의 스타트업들과 함께 각종 운송 서비스에서 자율 주행 트럭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

뉴로는 구글의 자율 주행차 프로젝트 웨이모(Waymo)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2016년 설립한 회사다. 뉴로는 마트 등 매장에서 고객의 집으로 식료품 등을 배송하는 도심 라스트 마일 배송에 적합한 소형 자율 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뉴로의 자율 주행차 R1·R2는 일반 승용차의 절반 정도 크기이고 10여 개의 상자만 실을 수 있는 소형 무인 전동 차량이다. 뉴로는 첫 파일럿 테스트에서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해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자율 주행 차량을 투입했지만 그 이후부터 R2 등 자사의 무인 차량도 사용했다. 뉴로는 실제 현장에서의 테스트 주행을 늘리기 위해 월마트 외에 크로거·페덱스·도미노피자·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유통·물류 기업들과도 제휴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개틱은 뉴로와 달리 물류 창고와 매장 간의 운송 경로와 같이 비교적 짧고 고정적인 노선에서 빈번하게 상품을 운반해야 하는 미들 마일(middle mile) 운송 서비스용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들 마일 운송용 자율 주행 기술에 관심을 가진 기업 중에는 구글의 웨이모도 있다.

개틱의 자율 주행 차량은 전기차 개발 업체인 비아 모터스(Via Motors)의 소형 전기차나 일본 이스즈의 중형 트럭 N 시리즈 모델에 레벨 4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을 탑재한 중소형 트럭이다. 뉴로의 R1·R2와 달리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이다. 월마트와 개틱의 발표에 따르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람이 탑승하도록 했지만 실제 테스트 과정에서는 운전사가 주행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개틱의 자율 주행 시스템은 가장 오른쪽 차로로만 주행하고 우회전만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고정 경로에서 반복적으로 주행하는 미들 마일 운송에 최적화된 자율 주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좌회전 등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업계 최초로 실제 공도에서 미들 마일 운송 서비스의 상용화 테스트를 추진한 개틱은 자율 주행 트럭 개발을 위해 월마트뿐만 아니라 캐나다의 유통 기업 로블로(Loblaw) 등 북미의 여러 유통 기업들과 제휴해 다양한 자율 주행 시험을 해 왔다. 작년 말에는 월마트 본사가 있는 아칸소 주 벤턴빌에서 온라인 주문에 대응하는 풀필먼트센터와 오프라인 매장 간의 운송 작업에 개틱의 자율 주행 트럭이 투입되기도 했다.

GM크루즈도 월마트와 함께 시내 배송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크루즈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를 기반으로 만든 자율 주행 차량으로 우선 애리조나 주에서 시험 주행을 진행한 다음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단거리 배송용 자율 주행 트럭에 특화된 뉴로·개틱·크루즈와 달리 장거리 운송 서비스에 최적화된 자율 주행 트럭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들도 있다. 장거리 운송용 자율 주행 트럭 개발 기업들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장거리 주행에 필요한 기술과 시스템에서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투심플(TuSimple)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속으로 주행해야 하는 장거리 운송에 적합한 대형 자율 주행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투심플의 자율 주행 시스템은 눈비 등의 악천후나 야간에도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라이다·레이다·카메라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사각지대 없이 360도 탐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한 안전한 고속 주행을 위해 장애물 탐지 거리도 1km에 달한다. 투심플의 자율 주행 트럭은 서부의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동부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이르는 장거리 북미 종단 노선에서 테스트 주행을 해왔고 2021년 12월 공도에서 야간 자율 주행 테스트도 추진했다고 한다.

최근 약 7500대 분량의 장거리 트럭용 자율 주행 시스템이 예약됐고 미국 상용차 업체 내비스타(Navistar) 등은 수년 내로 투심플의 자율 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대형 트럭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장거리 운송용 자율 주행 트럭을 개발 중인 엠바크(Embark)는 클라우드 기반의 차량 관제 시스템(FMS : Fleet Management System)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FMS 기술은 장거리 주행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적인 주행을 하도록 돕는 군집 주행을 지원하고 여러 차량의 주행 상태를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어 대규모 운송 서비스에 필수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