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기업 미래 전략 인터뷰 - CJ제일제당
[ESG 리뷰] 최근 식품업계의 친환경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략을 추진하고 대체육 식품 등 신성장 사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의 맏형인 CJ제일제당은 탈탄소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제품·솔루션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사업장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한 스코프 3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 ‘이노백’을 통해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하며 친환경 브랜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정길근 CJ제일제당 지속가능경영담당 부사장은 “속도보다 진정성을 갖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이를 경영 전략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ESG 전도사로 꼽히고 있어요.
“제가 뭘 전도할 만큼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있지는 않아요.(웃음) 2019년 CJ제일제당에 합류하면서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처음 접했습니다. 글로벌 고객사·평가사의 요구 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접하다 보니 그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 거죠. 특히 ESG가 유행처럼 왔다 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로 판단되더군요. 사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저는 언론을 주요 이해관계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언론에 자주, 또 비중 있게 노출되면 기업이나 소비자 등 미디어 수용자들이 중요한 의제로 생각하게 되잖아요. 단편적 기사보다 ‘한경ESG’처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ESG 경영을 선도하고 한편으로는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CJ제일제당의 ESG 경영 의사 결정 체계를 소개해 주세요.
“ESG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이사회·경영협의체 그리고 실행 조직에 이르는 전사적 ESG 추진 체계를 갖췄습니다.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 주관으로 ‘지속가능경영협의체’를 구성했죠. 이를 지원할 전담 조직으로 ESG센터가 있습니다. 식품, 바이오, 사료·축산(F&C) 등 각 사업 부문별로 ESG 조직이 있는데 ESG센터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어요. 주요 프로젝트별로 실무 협의체를 운영해 유기적 협조가 가능한 구조로 운영하고 있죠.”
- 지난해 연말 기후 변화 대응 보고서를 썼는데 배경은 무엇입니까.
“ESG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내·외부 이해관계인들이 중시하는 핵심 가치가 지속 가능한 환경, 건강·안전 등 2가지였습니다.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총 8개 전략 과제를 도출했는데, 그중 첫째가 기후 변화 대응이었습니다.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죠. 6개월여에 걸쳐 큰 그림을 그리고 2030년까지 중기 목표를 산출해 봤습니다. ‘2050년 탄소 중립과 제로 웨이스트(Carbon Neutral & Zero Waste)’라는 로드맵을 수립했죠. 그 결과물을 별도의 스페셜 리포트인 기후 변화 대응 보고서로 낸 겁니다.”
- 기후 변화 대응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민간 어느 한 부분의 노력만으로는 힘듭니다. 기업은 원재료 조달에서 제품 판매와 폐기에 이르는 전 가치 사슬에 걸친 공급망과 이해관계인들이 함께 추진해야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아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급망 실사’가 요구되지만 ‘경영 간섭’, ‘갑질’ 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요. 또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가 의무화돼 연결 기준으로 공시해야 하는데 글로벌 사업장은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우리도 2025년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지만 산업 특성이나 글로벌 상황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추진됐으면 합니다. 수십 년 동안 준비해 온 글로벌 선진사들을 한꺼번에 따라가기가 버거운 상황입니다.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부서와 공감대 형성도 중요해요. 임원진과 실무진 모두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죠. 현업 부서에서는 실적이나 비용과 연관되다 보니 주저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합니다. 최고경영자(CEO)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사업 발전 기회로 삼자고 강조해 업무 추진에 큰 힘이 됐습니다. 내부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 중 하나가 신입 사원 세미나입니다. 프로그램 중 지속 가능 경영 강의가 있는데 질문의 수준이 깊어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 기후 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까.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은 글로벌 비율이 전체 매출의 45%로 절반에 육박하고 바이오 사업은 글로벌 매출이 90% 이상입니다. 그렇다 보니 글로벌 고객사에서 ESG 관련 평과 결과나 향후 계획을 요구합니다. 탄소 배출 비율로 보면 식품보다 바이오 사업 부문이 더 높아요. 최근 의미 있는 활동은 해외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제삼자 검증까지 받은 것입니다. 한국의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배출량을 산정·보고해야 하지만 해외 사업장은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중국·말레이시아·브라질·베트남 등 6개국 11개 글로벌 사업장의 온실가스 현황을 측정하고 제삼자 검증까지 하면서 선제적으로 현황 파악에 나선 겁니다. 측정은 곧 향후 개선 과제 도출의 의지죠. 그런 부분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해요. 향후에는 다른 해외 사업장까지 검증 체계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탄소 중립 로드맵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은 CJ제일제당 전 사업장에서 2030년 25%(2020년 대비)를 감축할 계획이에요.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 확보가 용이한 미주·유럽 사업장부터 2030년까지 사업장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 친환경 패키징 작업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해왔는데 성과가 있습니까.
“‘친환경 패키징’ 과제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한 연구를 계속 추진하고 있어요. 햇반 용기 회수 업사이클링 체계를 구축했죠.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히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현재 PHA 제조 기술을 갖춘 회사는 글로벌에서 3~4개 국가에 불과한데 CJ제일제당이 그 기술을 갖고 있죠. PLA 등과 혼합해 물성(유연성)과 강도 등을 개선해 장기적으로 그물망과 자동차 내장재 등에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친환경 소재 솔루션 개발로 플라스틱 자원 순환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 햇반 용기 회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다 쓴 햇반 용기를 수거 상자에 담아 집 앞에 두면 수거하는 방식입니다. 햇반은 1년에 5억5000개 정도 판매되지만 그동안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 많았습니다. 햇반 용기는 95% 이상이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드는데 그 외 다른 소재가 섞이기 때문에 재활용 선별장에서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던 거죠. 제조하는 우리가 직접 수거해 재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범적으로 부천과 포항의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지역자활센터에서 수거한 햇반 용기를 분리·세척합니다. 전국적으로 지역자활센터가가 있어 범위를 더 넓히고 지자체와 연계하며 대형 마트와 제휴해 수거함을 늘릴 계획입니다. 수거한 햇반 용기는 현재 검증 작업을 하고 있어요. 불순물을 없애고 품질을 올려 일부는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 재활용 선순환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 진천공장은 바이오매스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에너지 전환 방법은 초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합니다. 베트남·말레이시아 공장에는 태양광을 설치하는 등 현지 사정에 맞게 진행하고 있죠. 가령 동남아·남미 등에서는 목재나 농산물 등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양이 풍부하고 사업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연료에 해당돼 바이오매스를 주 연료 전환 수단으로 활용하는 식이죠. 진천 CJ블로썸 캠퍼스에서는 여러 업체와 협력하는 형태로 진행하는데 우리가 부지를 제공하면 에너지 업체가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설치하고 우리는 다시 그 에너지를 구입하는 형태로 진행합니다. 향후에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혁신적 기술이 있다면 적극 도입할 예정입니다.”
- 바이오 분야에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사료 첨가제를 개발했습니다.
“CJ제일제당의 사료용 아미노산은 미생물인 코리네균과 곡물 원재료를 활용한 차별화된 발효 공법으로 생산합니다. 제조 과정에서 폐수나 폐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고 가축 소화율을 높임으로써 축산 농가의 사료 사용량과 질소 배설물을 감소시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죠. 특히 축산은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가 온실가스 주범으로 꼽히잖아요. 실제 친환경 발표 공법으로 만든 사료가 어느 정도 환경에 기여하는지 올해 전 과정 평가(LCA) 방식으로 측정해 보려고 합니다. 대표 제품의 원료·생산·소비·폐기에 이르는 LCA를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죠. 대표 제품으로 바이오 분야에서 L-메치오닌, 식품에서 햇반을 선정했어요. LCA 측정을 통해 제품의 탄소 중립 전략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비교 LCA도 진행하고 있어요. 사내 벤처 아이디어로 탄생한 바삭칩과 플랜테이블 만두를 선정했죠. 가령 플랜테이블 만두는 대체육을 쓰는데 실제 고기 만두를 쓸 때와 비교해 어느 정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지 검증하는 것입니다.”
- 스코프 3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2050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스코프 3 저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스코프 3에서 탄소 배출을 어떻게 측정할지 기반을 마련하고 있고 감축 목표 수립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스코프 3 중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분야를 정의하고 측정을 위한 데이터 확보에 집중할 계획입다. 중·장기적으로는 스코프 3의 범위도 점차 확대하고 관리 체계를 구축해 전 가치 사슬 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 푸드 업사이클링은 어떤 콘셉트인가요.
“식품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노백’을 통해 식품 부문 사내벤처 1호 사업으로 푸드 업사이클링을 선정했습니다. 직원들이 100일간 현업에서 손을 떼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 실제 상품화까지 이어진 프로그램이었어요. 푸드 업사이클 브랜드 ‘익사이클(Excycle)’로 바삭칩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익사이클 바삭칩은 제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깨진 조각쌀과 콩비지 등 식품 부산물로 만든 스낵입니다. 제조 과정에서 나온 깨진 쌀과 콩비지는 대부분 폐기되는데 이를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킨 거죠. 크라우드 펀딩인 와디즈를 통해 시범 판매했고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익사이클은 익사이팅(exciting)과 푸드 업사이클(food upcycle)을 조합한 용어입니다. 평균 10년 차 이하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한 겁니다. 포장지도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적 가치를 높였습니다.”
- 대체육을 확대할 것인가요.
“대체육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플랜테이블 비비고 만두 외 하반기에 함박스테이크와 떡갈비 등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제품이라도 맛이나 품질이 뛰따르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에요. 식감이나 향, 외관까지 기존 육류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체육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한국·글로벌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 등 투자를 늘리는 중입니다. ESG는 리스크가 아닌 사업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육향을 내는 천연 발효 조미 소재인 테이스트엔리치(TasteNrich)를 개발해 글로벌 비건 식품 기업에 납품하기도 하죠. 그룹의 4대 미래 성장 엔진이 C.P.W.S(Culture, Platform, Wellness, Sustainability)인데, 그중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는 신소재나 친환경 기반 혁신 기술로 지속 가능한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대체육이나 푸드 업사이클링, 앞서 말한 PHA 모두 그 전략에 맞는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 지난해 CJ셀렉타가 산림 파괴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어떤 배경에서입니까.
“아마존산 대두를 구매하지 않기로 한 것은 고객사의 요구로 시작됐습니다. 특히 노르웨이를 비롯해 유럽의 고객사들이 산림 파괴를 야기하는 대두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했고 우리도 적극 동참하기로 한 것입니다. 고객사의 요구에서 시작했지만 아마존 대두 구매 중단 선언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원재료 조달을 고민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소싱을 위해 아마존 지역 농민에게 종자 보급, 자금 지원 등을 지원하고 수확한 대두를 전량 수매하는 종자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죠.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팜오일협의체(RSPO) 인증을 받은 친환경 팜오일만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팜 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팜오일은 식품이나 화장품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숲 황폐화, 생물 다양성 손실, 화전 경작을 통한 대기 오염, 원주민 인권 침해 등 환경·사회 문제를 야기하죠. 이 밖에 지속 가능한 원재료 조달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ESG 담당 임원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전해 줄 말이 있나요.
“저는 ESG가 끊임없는 소통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SG 평가에서 고객사·지역사회·주주·평가사 등 외부 이해관계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데 실제로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내부 이해관계인, 즉 현업과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어떻게 보면 내부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아요. 가령 C레벨 경영진 사이에 ESG 추진의 필요성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판단돼 실무진과 대화를 하면 비용 문제 등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을 얘기하곤 합니다. 우리만의 주장을 고집하기보다 현업의 애로 사항에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우선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게 CEO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ESG 경영을 추진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비용 부담이 따릅니다. CJ제일제당은 CEO가 비용 증가나 리스크로만 인식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과 미래를 위한 투자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힘을 실어 주는 덕분에 우리 조직이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듣고 보고 계속 공부하고 소통하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진정성 있게 ESG를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85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대담=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정리=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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