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 변화 리포트
[ESG 리뷰] “갖고 있던 농지 모두 과수화상병 때문에 파내고 9917㎡(3000평) 남았어요. 그마저도 폐원할까봐 걱정입니다.”이맘때면 열매솎기가 한창이어야 할 충주 동량면 사과 농장에 포클레인이 들어섰다. 포클레인은 이내 사과와 무를 뿌리째 뽑기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충주 지역에 빠르게 퍼지며 ‘과일 구제역’이라는 무서운 별명을 얻은 과수화상병이 올해도 발병한 것이다.
충주 일대의 과수화상병뿐만 아니라 가뭄에서 파생된 울진 대형 화재 등 한국에서도 다양한 기후 위기 상황이 관측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2실무그룹(WG II)의 제6차 보고서(AR6, 한경ESG 5월호 참고)는 전 지구에 미치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꼽은 대표적 기후 변화 리스크는 저지대 연안 생태계 위험, 육상·해양 연안 손실, 물리적 네트워크 붕괴, 생계 위험, 건강 위험, 식량 안보 위험, 물 안보 위험과 강제 이주 등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농업 작물 생산량과 보건, 자연재해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특히 이상 기후로 인한 연안·농촌 취약 계층 피해, 낮은 식량 자급률, 생태계 파괴에 따른 식량 안보 위협 등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반도의 기후 변화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직접 현장에 가봤다.
기후 위기 직격탄은 취약 지역으로
과수화상병은 사과·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주로 발생한다. 새로 난 가지(신초) 끝이 지팡이처럼 구부러지고 잎자루를 따라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한 증세가 특징이다. 과수화상병의 무서운 점은 빠른 전염성이다. 오전에 나무 한 그루의 가지 몇 곳에서 과수화상병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오후에 확인하러 가면 주변 8그루가 모두 감염돼 있을 정도다. 치료 방법이 없어 5% 이상 발견되면 나무를 전부 매몰하고 과수원을 폐원 처리한다. 이후 3년간 사과·배 등 과수를 재배할 수 없다는 점이 과수 농가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5월 24일 취재 당시 파악한 확진 지역은 모두 34개소였다. 지난해(40개소)보다 확진 건수와 농가 수는 줄었지만 대형 과수원이 감염되면서 감염 면적은 오히려 늘었다.
과수화상병의 직접 발병원은 잠복한 화상병균이다. 정윤필 충주시농업기술센터 미래농업팀장은 “과수화상병은 2015년 천안·안성 지역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는 5~6월 집중 발병한다. 잠복기가 3~20년으로 매우 길다. 나무의 궤양에서 잠복하다가 날이 따뜻해지고 환경 조건이 맞을 때 발병하기 때문에 해마다 피해 농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수화상병을 일으키는 화상병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는 기온 상승과 관련이 깊다.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고 이상 기후로 나무의 동면 주기가 깨지면서 외래 병해충이 월동에 성공한 것이다. 오창식 경희대 원예생명공학과 부교수는 “전반적으로 겨울철 온도와 초봄 온도가 높아지면서 세균이 겨울 동안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과나 배꽃은 4월 중순부터 말까지 피는데 따뜻해진 날씨 때문에 생존한 병원균의 밀도가 높아진 것이 확산율·발생률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발견되는 병해충의 추이를 보면 이전에는 한국에서 관찰되지 않던 외래 병해충의 수가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월동할 수 없던 다양한 병해충이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생존율이 높아졌다. 살아남은 이후에는 새로운 병균의 매개체가 되면서 한국에 새로운 병을 전파한다. 대표적 예가 오렌지와 감귤류에 발병하는 황룡병(그린병)과 포도에 발생하는 피어슨병이다.
아직 한국에선 발병 사례가 없지만 이들 병원균의 매개충이 발견되고 있다. 오 교수는 “신규로 한국에 유입되는 병원균은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병에 대한 저항성 여부도 불투명한 데다 실제 유입 가능성이 큰 병에 관한 연구도 진행이 더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병해충의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 돌아간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금액으로 환산한 지난해 피해액은 124억원이다. 과수화상병 첫 발병 후 4년간 충주시는 660억원의 손실보상금을 피해 농가에 지급했다. 충주시는 지난해 1월 조직을 개편해 과수화상병 전담팀인 미래농업팀을 신설, 전국 최초로 행정 명령 시행과 재배 신고제, 과원 환경 개선제 공급 등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 피해 농가는 “10년간 키워 온 묘목을 전부 뽑아 매몰했다.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3년간 과수 농사를 짓지 못하는 피해가 더 크다. 주거 인구 대부분이 노인인 농촌에서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과수원이기에 밭작물로 교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농촌과 해안 연안은 기후 변화의 피해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곳이다.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과 어업이 생계 수단이기 때문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과 보호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계 수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기후 위기를 체감하려면 농촌과 해안을 방문해 보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태성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은 “한국은 도시화율이 높고 도시 내 인구 집중 비율도 높은 편이다. 재난 대비 인프라, 각종 위기 대처 시설이 포진된 도시 거주 인구는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며 도시 집중과 양극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도 농촌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최근 논란이 된 것은 ‘꿀벌의 실종’이다. 꿀벌은 과일·채소·씨앗·견과류 등 식량 생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수분 매개체다.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조사에 따르면 인간이 먹는 작물종의 약 75%가 꿀벌·나비 등 화분 매개 곤충에 수분을 의존하고 있다. 한국 농작물 역시 2020년 기준 67.2%가 꿀벌 수분에 의존한다. 꿀벌의 실종은 과도한 살충제 사용과 함께 기온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후 변화는 주요 작물의 개화 시기를 바꿔 놓았다. 여기에 냉해와 잦은 비 등 이상 기후 때문에 벌들이 밀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개체 수가 줄고 면역력도 덩달아 떨어졌다. 벌들이 병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에서 2009년 한국에 ‘꿀벌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SBV)이 유행했다. 꿀벌 애벌레와 성충 모두를 감염, 폐사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과수화상병 사례처럼 벌 역시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 상태로 생존 위기를 맞은 것이다. 벌 개체 수가 계속 줄어들면 향후 관련 작물 생산량이 감소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후 재해, 물가로 나타난다
기온 상승은 재해로 번지기도 한다. ‘때 이른 폭염’, ‘가뭄 대책 마련 총력’, ‘금값 채소’. 최근 보도된 기후 관련 주요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5월과 때 이른 더위로 농촌에는 평년과 사뭇 다른 긴장감이 감돈다.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는 등 봄 가뭄이 심해지면서 밭작물이 시들거나 생육이 뒤처지는 등 영향이 관찰된다. 이미 충북과 영남 지방에서는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 5월 23일 내놓은 3개월 치 기후 전망이 맞아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여름(6~8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80%에 달한다. 반면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확률이 40%, 비슷할 확률이 40%로, 평년보다 기온은 높고 비는 적게 오는 셈이다.
가뭄과 건조 현상이 겹치면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피해는 화재다.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경북 울진에서 5월 29일 다시 산불이 발생해 추가적 피해를 봤다. 3월 산불로 울진은 327가구, 466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농기계는 1715대, 농·어업 시설은 256곳이 소실됐다. 산불은 주거 지역뿐만 아니라 소득원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생계 자체에 대한 피해 복구도 어렵다.
높아진 기온과 고기압의 영향으로 여름부터 홍수·태풍의 빈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올여름 대기 불안정과 평균 수온 상승에 따라 국지성 호우와 태풍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경부가 제작한 홍수 위험 지도에 따르면 침수심 5m 이상의 범람 우려 지역이 여럿 발견됐다. 대전·충남 지역, 낙동강 유역의 경상남도 지역이 범람 시 최고 2~5m 이상 침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기후 재해는 IPCC 보고서에서 언급한 식량·생계·보건·강제 이주 등 주요 리스크와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식량을 생산하는 농어촌에 재해가 발생하면 주민 생계뿐만 아니라 작물 생산량까지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한국 농작물은 특정 주산지에서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관찰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아직 재해 피해가 일부 지역에 국한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더 광범위하고 빈번한 재해와 맞닥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1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밀이나 옥수수는 자급률이 각각 0.5%, 0.7%에 그친다. 공급 능력을 거의 상실한 것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세계식량안보지수는 32위로 최하위권이다. 부족한 한국 생산량을 해외 수입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점이 안일한 대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후 재해는 한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기후 재해는 나비 효과처럼 여러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식량은 수출 중단 등 무역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의 밀·팜유 수출 중단, 남미 가뭄 등으로 인해 닫혀 버린 수출 문이 그 방증이다. 국가는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장 먼저 수출 문을 잠근다. 내수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당장 식량 가격 상승 여파로 한국의 5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05%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 문제는 한 번에 나타나지 않는다. 2~3년에 걸쳐 누적된 위기가 인플레이션, 식량과 자원의 무기화 등으로 표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를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해충·질병·흉작·자연재해 등의 문제가 함께 등장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난민, 사회 불안, 실업 증가, 극빈층 증가 등의 사회 문제도 함께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곡물은 하루아침에 생산 기반을 늘리거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폐경·휴경 등으로 낭비되는 농지 전용을 줄이고 필수 농산물 비축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저감’이 가장 시급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화석 연료 수준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은 재생에너지가 유일하다. 김 위원은 “원전 설치·확대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수 없다. 에너지 자체의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 전기 요금 하락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평가 기관인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 단체인 뉴클라이밋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기후 변화대응지수(CCPI)는 64개국 중 59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매우 낮음’, 재생에너지와 기후 정책 부문에서는 ‘낮음’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탄소 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근본적 접근법을 빠르게 찾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 “온난화 속도 세계 평균보다 빨라…지역 공동체 중심 대응 나서야”
정태성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방재연구실 기후영향분석팀 연구관 - IPCC 보고서 주 저자로 참여했는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어떻게 보나.
“기후 위기는 해수면 상승부터 기온 상승, 더 나아가 산불·가뭄·태풍까지 심각한 재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기온 상승으로 인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긍정적 방향의 변화가 아니다. 기후 변화는 모든 인간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취약 계층은 주거지가 황폐해지고 생계 수단이 위축되는 등 안정적 삶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 IPCC 6차 보고서에서 주요 리스크로 꼽은 것은 무엇인가.
“크게 7가지다. △집중호우·태풍 등 재난으로 인한 저지대 연안 생태계 위험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에 의한 육상·해양 생태계 손실 △자연 재난과 인간 활동에 의한 물리적 네트워크 붕괴 △기후 변화 적응, 산업 체계 변화, 재난·경제 양극화 등에 따른 생계 위험 △폭염·한파 심화, 전염병 창궐로 인한 건강 위험 △기후 변화로 인한 농경지 축소, 재난 증가로 인한 식량 안보 위험 △물 안보 위험과 인간 (강제) 이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 한국이 가장 주목해야 하는 리스크는 무엇인가.
“첫째는 재난 관리 리스크다. 홍수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경북 영덕, 강원 삼척 등의 연안 지역 침수 범람 피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저지대 연안의 생태계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취약 지역 주택과 전기·통신·상하수도 시설 차단 등 시설이 파괴되면 주민 고립 같은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둘째는 식량 안보다. 인간 활동, 무분별한 양식장, 토지·연안 이용과 산불 등으로 인한 육상·해양 연안 생태계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벌목이나 건설로 인한 생태계 단절과 고립 역시 심각하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꿀벌의 실종이다. 꿀벌 실종이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상당수 수분을 꿀벌에 의존하는 현 상황을 볼 때 예상하지 못한 식량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양극화로 사회 불안 리스크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탄소 중립 역시 발전 과정에서 혜택을 받는 지역과 받지 못하는 취약 지역을 동시에 만든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진정한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전략적 접근과 대책이 필요하다.”
- 기후 재난은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 어떤 대응책이 가능한가.
“5차 보고서와 6차 보고서의 차이는 리스크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한 데 있다. 기존에는 리스크를 위해성·취약성·관리 역량만으로 평가했다면 6차 보고서는 기후 변화 적응과 대응 대책까지 이야기한다. 대책이 적절하지 않으면 부적응·부작용으로 인한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이 제시하는 17개 지속 가능 개발 목표, 기후 탄력적 발전 목표(CRD)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영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농지 확보와 도시화로 인한 농지 손실 대응, 종자 개량, 생산력 확대를 위한 정부와 기업 활동의 중요도가 더 높은 시점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정책·기술 개발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 때문에 더욱 적절한 시기의 대응과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 2050 탄소 중립 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대책은 시기적절해야 효과가 있다. 리스크 전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해관계인 간 합의를 시기에 맞게 도출하고 리스크를 낮추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 농업 부문에서 기후 변화 영향이 발견되고 있다.
“농업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지면 약 3%대로 비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비율이 가장 높은 비에너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가 동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 기후 위기가 한국에서는 해외에 비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06년간(1912~2017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약 1.8도 상승해 전 지구 평균 기후 변화(0.99도)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홍수·산불 등 자연재해도 증가했다. 그럼에도 기후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양극화 때문이다. 기후 위기에 취약한 지역이나 계층은 이미 변화와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도시 거주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아 체감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취약 계층, 지역 붕괴는 곧 국가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한반도의 기후 위기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언론 보도가 나와야 한다.”
- 기후 변화 대응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나.
“안타까운 부분이다. 사례에 기반해 대책을 마련하고 세부 방안을 세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직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효과를 밝혀내기에는 역사가 짧다. 대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효과적인 부분이 어디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 6차 보고서의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 바람직한 대응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지역 공동체 중심의 탄소 중립 발전 방향과 재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 변화가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대응책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후 변화와 그 영향을 지역 주민 스스로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만들어진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적응·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86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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