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자원 뜻하는 ‘서드 파티’…적극 활용해야 비즈니스에 활력·여유·자유 생겨

[테크 트렌드]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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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굳은 빵 사이에 부드러운 빵을 끼워 두면 딱딱한 빵도 어느덧 부드러워진다. 양쪽의 수분을 맞추려는 자연의 법칙 때문이다. 이 법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통한다. 딱딱한 비즈니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인터페이스들이 있다. 바로 외부 자원이다. 이들은 덩치가 크거나 엄청난 기능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비즈니스 관계에 부드러운 활력·여유·자유를 준다. 회사가 직접 고용한 직원, 직접 보유한 공장, 직접 확보한 자본이 아닌 제삼자(서드파티) 외부 자원이 산업의 판도를 바꾸기도 한다.

정보기술(IT) 사업은 이제 이 외부 자원에 눈을 돌렸다. 외부 자원과 손잡은 IT 사업 외부 자원과 손잡아 효율성을 극대화한 IT 사업, 어떤 것이 있을까.

개방형 제조 서비스 앱
자본이 없어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개인이나 작은 기업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3D 프린팅을 기반으로 맞춤형 소량 생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제품을 판매한 뒤 유지·보수 관리, 고객 서비스 관리까지도 할 수 있다. 제조 기반 인프라, 공장이 없는 개인과 기업도 제품을 쉽게 만들 길이 열린 것이다.

미국의 쿼키(Quirky)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투표를 통해 괜찮은 아이디어가 선택되면 하드웨어를 제조한다. 페블(Pebble)처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은 예산으로 전문 제조사를 수배해 협업한 뒤 스마트 워치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대기업이나 대자본의 직접적 제어 없이도 적극적으로 온라인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 기술·생산·경영 관리가 가능해진 시대가 왔다. 온라인 앱과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고객 특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으니 일단 소소하게라도 ‘시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온라인 자동차 회사
미국 자동차 제조회사 로컬 모터스(Local Motors)는 3D 프린터로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다. 벨트 컨베이어 없이 자동차를 생산한다. 자동차 제조 공장이 없다는 말이다. 100명의 직원이 다인 이 온라인 자동차 회사는 다른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외부 자원을 활용한다. 회사 직원이 아닌 외부 디자이너를 통해 차를 개발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간도 갖추지 않았다. 그 대신 주변 지역의 마이크로 팩토리에서 자동차를 제작한다.

유튜브
우리와 친근한 유튜브 역시 대표적으로 외부 자원을 활용해 크는 비즈니스다. 유튜브는 유튜브 직원이 아니라 외부의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힘으로 살아간다.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는 여러 크리에이터들을 모은 회사다. 이들은 유튜브 콘텐츠가 필요할 때마다 주문형으로 이 외부 자원, 즉 크리에이터들을 활용한다

아이폰
애플은 아이폰이 2007년 출시됐을 때 아이폰에는 애플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만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제삼자가 개발한 앱은 허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바로 1년 뒤 애플은 앱스토어를 만들고 아이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들어와 개발하고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아이폰 유저들이 제3의 판매자와 만날 수 있게 문을 연 것이다. 그 덕분에 아이폰 유저들은 다양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이폰의 앱스토어는 다양한 앱들이 들어오고 다양한 유저가 생기게 돼 더욱 풍성해졌다.

외부 자원과 손잡으면, 무엇이 좋을까.
첫째,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 중요한 시간 싸움에서 유리하다. 시장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수정,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해 보는 사이클이 빨라지니 궁극적인 최종 제품에 더 빨리, 더 정확히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 일단 아이디어를 데뷔시키고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보고 개선하면 더 많은 가능성, 더 많은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둘째,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영향력 있는 투자처, 능력 있는 개발자, 개성 있는 기획자를 각계 각층에서 빨리 모을 수 있어 제품을 더 키울 수 있다. 자본력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자기 자원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외부 자원과 손잡아 개발한 앱은 더욱 많은 선택지를 고객에게 주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안에 가장 풍성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부 자원은 주로 온라인 비즈니스 형태로 연결되는데 온라인에서는 자기 아이디어, 자기 제품에 주로 관심을 가지는 고객 연령·나이·지역·시간·특징도 빅데이터로 모을 수 있으니 자기 비즈니스, 자기 플랫폼, 자기 앱에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기 좋다. 또한 이들을 개선하기에도 유리하다. 좋은 외부 자원을 확보하려면?
메타가 '커넥트 2021'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메타버스 서비스 화면.[메타]
메타가 '커넥트 2021'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메타버스 서비스 화면.[메타]
이처럼 외부 자원을 잘 활용하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그냥 외부 자원이 아니라 좋은 외부 자원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 사업과 외부 자원이 기술적으로 잘 연결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제대로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외부 자원과 자기 비즈니스가 수시로 연결될 소통 채널이라든지, 섬세한 전문가 상담 창구 같은 인터페이스를 잘 구축해 둬야 보다 수준 높은 외부 자원을 자기 비즈니스로 끌어올 수 있다. 좋은 외부 자원을 자기 비즈니스로 끌어오려면 자기 비즈니스에 특별한 매력과 장점이 있어야 한다.

아마존은 아마존에 가입된 회원들이 먹여 살린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가입된 애플 팬들이 먹여 살린다. 아마존과 애플은 이 회원들을 확실하게 관리하기 위해 신속 정확한 소통 창구, 게시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운영하며 로열티에 대한 보상 체계, 재미있는 이벤트도 운영한다. 적기에, 적소에 가장 좋은 외부 자원을 데려오고 다른 비즈니스에 이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가장 좋은 외부 자원이 어떤 산업에 들어와 스타가 되면 그는 그 산업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 강한 임팩트를 준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효과가 생긴다. 리소스를 투자하기도 하고 3차, 4차 외부 자원을 더 끌어오기도 하고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고 기획에 참여하기도 하고 작사에 참여하기도 하는 핫한 전문 크리에이터 외부 자원이 많아질수록 그 산업은 붐업된다. 그래서 최대한 자기 플랫폼, 자기 회사에 이들을 끌어들여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은 보상을 강화하며 최고의 크리에이터 확보 전쟁에 힘쓰고 있다.

왜냐하면 요즘은 제작사·유통사 같은 거시적 개념보다 콘텐츠를 실제로 완전히 장악해 지휘하는 개인에게 고객들이 집중하기 때문이다. 방송사·감독·배급사 외에 특정 스타 작가, 특정 게임 개발자, 특정 투자자, 특정 메이커 개인의 브랜드가 더 위력을 떨치지 않는가? 한 번 마음에 쏙 든 드라마라면 그의 후속작은 무조건 믿고 보거나 세계관이 환상적인 게임 개발자라면 그의 후속작은 묻고 따질 필요 없이 바로 유료 서비스로 신청하듯이 말이다.

2021년 4월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에게 10억 달러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쇼트 폼에서 인기 크리에이터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틱톡도 질 수 없었다. 틱톡은 2억 달러의 크리에이터 펀드를 통해 3년간 20억 달러를 조성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1억 달러 펀드로 조회 수와 기여도가 높은 크리에이터에게 보상을 지급한다. 이렇게 플랫폼은 외부 자원에 대한 강력한 베네핏 제공에 열을 올린다.

플랫폼 기업들은 혼자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외부 자원과의 활발하고 효율적인 인터페이스가 관건이다. 좋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좋은 외부 자원들이 플랫폼 기업에 북적이게 될수록 외부 자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 일할수록 그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 자원들을 통해 공공의 이슈를 해결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이 될수록 그 기업의 이미지, 산업 콘셉트 자체가 고객들에게 호감이 되는 효과도 놓칠 수 없다.
어디에서 수익을 얻을까?플랫폼과 앱들은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다. 이들은 어디에서 수익을 얻을까. 중개 수수료·광고·구독료·아이템 판매가 일반적인 수익 모델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앱스토어 앱들은 아이템 유료 판매 시 수수료 30%를 애플에 낸다. 우버는 드라이버가 올린 매출,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의 숙박 거래, 알리바바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광고는 대표적으로 구글이 택한 수익 모델이다. 구글이라는 앱 자체는 무료지만 수익은 광고에서 나온다. 구글 검색에 노출되는 웹 사이트와 광고주는 광고 수익을 구글과 나눈다.

구독료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과 방식으로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에서 월 구독료를 받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가 있다.

아이템 판매는 앱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을 판매하는 것으로 일종의 굿즈 형태다. 캐릭터와 기프티콘 같은 콘텐츠 판매를 말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플랫폼과 앱들의 최고의 수익은 이들이 아니다. 최고의 이득은 바로 사용자 빅데이터 확보다. 거래 빈도 확보, 시장점유율, 충성 고객, 고객 적응률, 참여율, 킬러 기능, 멤버십 등 다양하게 수집된 고객 빅데이터가 정말 소중한 수익이다.

이들이 있어야 현재 플랫폼도 개선하고 차기 비즈니스도 계획하고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오는 선순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플랫폼은 이 빅데이터가 있어야 더 나은 외부 자원, 더 딱 맞는 외부 자원, 더 효율적인 외부 자원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빅데이터가 있어야 외부 자원들도 서로에게 더 딱 맞고 더 나은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 빅데이터가 있어야 상호 윈-윈이 가능한 조합이 된다. 플랫폼 산업도, 외부 자원도 각각 이를 통해 성장하고 이익을 내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 자원과 손잡은 IT 사업의 최대 수익은 바로 운영하면서 쌓이는 빅데이터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최고의 방법은 일단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활용하자, 자기 주변의 모든 외부 자원을….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