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 사막에서 1주일 동안 펼쳐지는 ‘해방 공간’…7만 장 티켓 거의 동났다

[비즈니스 포커스]
상공에서 바라본 블랙록시티. 사진=버닝맨 홈페이지
상공에서 바라본 블랙록시티. 사진=버닝맨 홈페이지
실리콘밸리 ‘인싸(인사이더)’들의 축제 ‘버닝맨’이 3년 만에 다시 사막에서 열린다. 버닝맨 페스티벌은 미국 서부 네바다 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행사다. 해마다 1주일간 8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9월 첫째 월요일까지 개최된다. 올해는 8월 28일부터 9월 5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지난 2년간 이 행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행사로 개최됐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끝나고 일상으로의 회복이 빨라지면서 3년 만에 다시 사막에 돌아온 올해 버닝맨 축제의 주제는 ‘깨어나는 꿈(Waking Dreams)’다. 현재 티켓을 판매 중인데, 7만여 개의 자리가 이미 대부분 판매됐고 현재 400여 개의 자리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1년에 단 1주일, 사막 위에 생기는 거대 도시

구글은 홈페이지 화면의 중앙에 자리한 구글 로고에 때때로 특별한 기념일이나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인물 등의 그림을 넣어 특별한 메시지를 보낸다. 구글이 낙서(Doodle)처럼 전달하는 이 메시지를 일컬어 ‘구글두들(Googld Doodle)’이라고 한다. 구글이 보낸 최초의 낙서는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버닝맨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워야 했는데 이를 알리기 위해 구글 로고 위에 불꽃을 그려 넣어 표시한 것이다. 두 사람이 에릭 슈미트 구글 전 회장을 영입한 결정적인 이유가 ‘버닝맨’이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슈미트 전 회장 또한 열광적인 버너(버닝맨 참여자)였던 것이다.

페이지 창업자와 브린 창업자, 슈미트 전 회장 외에도 실리콘밸리에는 버닝맨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대표적이다. 머스크 CEO는 “버닝맨이 바로 실리콘밸리다”라는 표현으로 이 행사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가 ‘버닝맨’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닝맨은 1986년 래리 하비가 친구들과 함께 사막 한가운데에서 모닥불 파티를 열고 2.4m 크기의 거대한 나무 인형을 불태운 데서 기원했다. 여자친구에게 실연을 당한 그는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한 방법으로 즉흥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추억의 장소에서 인형을 불태웠다. 그러자 모닥불을 중심으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하비는 그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새롭게 태어난 듯한 짜릿함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닝맨은 실험 정신으로 똘똘 뭉친 기업가들과 예술가들에게 ‘해방과 자유’를 상징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1997년 설립된 블랙록시티(BRC)라는 회사가 전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싸들’의 축제…3년 만에 돌아온 ‘버닝맨’
1년에 단 1주일, 사막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지구상 가장 유명한 축제이지만 버닝맨 주최 측은 ‘축제’라는 표현을 거부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상업적인 축제와 달리 버닝맨은 기업의 스폰서십 참여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버닝맨에서는 기본적으로 ‘금전을 통한 모든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버닝맨이 펼쳐지는 1주일 동안 버너들은 사막 위 가상의 도시인 ‘블랙록시티’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먹을 것, 잠잘 것, 입을 것 등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행사 주최 측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사막에서 살아남기’와 같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물·음식·침낭 등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가져온다. 미처 가져 오지 못한 것들은 다른 참가자들과의 ‘물물 교환’을 통해 조달한다. 돈으로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버너들은 갖가지 창작품들을 물물 교환에 사용한다. 이곳에서는 ‘돈’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 욕구’가 거래의 기본 단위가 된다.

이곳에서는 참가자들이 창작한 어떤 것이든 물물 교환할 수 있다.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마술을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쉴 곳을 제공하는 대신 먹을 것을 얻는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코비츠는 이곳에서 수백 가지 다양한 맛을 지닌 샌드위치를 제공하는 캠프를 운영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저커버그 CEO 또한 이 샌드위치 캠프에 합류해 버너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눠 주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인싸들’의 축제…3년 만에 돌아온 ‘버닝맨’
‘돈’ 아닌 ‘창의력’으로 물물 교환, 실리콘밸리 영감의 원천

버닝맨에는 예술가들과 기업인들의 갖가지 실험 정신이 넘쳐난다. 사막 위 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을 하더라도 허용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1주일 동안 갖가지 공연, 예술 작품 전시회, 세미나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출시 전인 시제품이나 초기 모델을 바로 이 블랙록시티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스타트업 기업가들에게 사막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시험 운영해 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이다.

페이지와 브린 창업자는 이곳에서 구글 맵의 초기 버전을 선보였다. 두 사람은 캠프장 한가운데서 상공으로 비행기를 날려 보내 블랙록시티의 항공 사진을 촬영했고 이는 구글 맵에 올라온 첫 지도가 됐다. 머스크 CEO가 테슬라의 첫 전기차를 실험한 곳도 바로 여기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는 2004년 머스크 CEO가 사막 한가운데서 ‘테슬라 시제품’을 실험하는 장면의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머스크 CEO가 태양광 에너지 솔라시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곳 역시 버닝맨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 또한 버닝맨에 자사의 임직원들이 ‘버닝맨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버닝맨의 티켓 가격은 대략 475~2500달러(약 61만~323만원) 정도다. 티켓 가격 외에 사막 위 생존에 필요한 장비 등을 포함하면 1주일간의 사막 위 휴가를 즐기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들의 휴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사막 위 자유’를 만끽하는 1주일간의 경험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깨우고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갖가지 세미나를 통해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시제품과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실리콘밸리 인싸들’의 축제…3년 만에 돌아온 ‘버닝맨’
버닝맨 행사의 정점은 마지막 이틀간 펼쳐지는 의식이다. 사막 위 지어진 거대한 신전 ‘템플’과 사람 모양의 구조물 ‘맨’을 불태운다. 여기서 ‘맨’은 타인을 의식하는 자신을, ‘템플’은 각자의 사연과 아픔이 담긴 공간을 의미한다. 이 거대한 구조물들을 불태우며 버너들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창의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에 실리콘밸리가 버닝맨에 열광하는 이유가 숨어 있다. 자본주의의 정점과도 같은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에게 버닝맨은 시장을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부호들을 중심으로 갖가지 호화로운 캠핑 장비를 갖춘 참가자들이 늘어나면서 ‘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구’로서의 의미가 퇴색돼 가고 있다는 비판 또한 강해지고 있다.
<돋보기>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은 어떻게 휴가를 보낼까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소유한 개인요트 '옥토퍼스'.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소유한 개인요트 '옥토퍼스'. 사진=연합뉴스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는 예전부터 종종 ‘압력 밥솥’에 비유되곤 한다. 구글·애플·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를 만큼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번아웃과 우울증을 다스리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은 휴식을 취하는 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부자들의 ‘요트 사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생일을 맞아 터키 남서부 지역의 시미 비치 클럽에서 화려한 휴가를 즐겼다. 그가 휴가를 보낸 것은 개인 요트인 ‘라나’로, 자쿠지·체육관·수영장까지 갖춘 거대한 요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 또한 요트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실리콘밸리 부호 중 한 명이다. 앨런 창업자는 개인 소유 요트인 ‘옥토퍼스’에서 바닷속 보물 찾기를 즐긴다. 보물선을 찾기 위한 구조와 복원 작업, 혹은 학술 연구 등에도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명상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고전이 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구글·메타·트위터 등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직원들을 위해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자신의 내면 찾기(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이나 인텔의 ‘직장 생활 깨어 있기(Awake@Work)’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도인과 같은 삶’을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중에는 하루 한 끼만 먹고 주말에는 금식한다. 얼음물에 목욕을 하고 매일 산책을 즐기며 명상을 잊지 않는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태극권 고수다. 태극권의 동작과 명상을 통해 꾸준히 수련하고 있다.

이 밖에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휴식을 즐긴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광팬이고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종종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함께 개인 소유의 섬에서 연 날리기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스포티파이의 창업자인 다니엘 에크 최고경영자(CEO)는 휴가 시간에 기타를 집어들고 록음악을 연주하곤 한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여가 시간에 자신의 아들과 함께 소파에 눌러앉아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