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심리적 고립감·연결 욕구 커지며 MBTI 유행
‘마음’이 브랜드 성패 좌우

[브랜드 인사이트]
에어비앤비는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여행에 대한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 재도약할 수 있었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는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여행에 대한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 재도약할 수 있었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인간의 욕구와 마음을 사로잡는 것.’ 모든 기업의 공통된 목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툴을 활용한 고객 분석 방법론을 끊임없이 제시해 왔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들은 성공적으로 시장의 혁신을 이뤄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새로운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람의 심리는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고 예측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매분 매초 수많은 전략과 방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브랜드는 사람의 마음을 보다 깊게 들여다보고 읽는 방법인 ‘휴먼 트루스(human truth)’에 대한 탐구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Why에 대한 해답이 큰 기회를 창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한국 사회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성향을 더욱 상세하게 묘사하는 MBTI 테스트가 유행하면서 수많은 밈(meme : 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창출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기회에 편승해 이를 접목한 설문형 마케팅 기법을 앞다퉈 제시했지만 그 결과는 상이했다. 고객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온 것도 있는 반면 시큰둥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도 있었다.

이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MBTI라는 유행에 대한 접근 자세다. MBTI 자체를 ‘왓(What)’으로 접근할 것인가, 그것에 몰입하는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맞춘 ‘와이(Why)’로 접근할 것인가.

MBTI가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확대되면서 개개인의 심리적인 고립감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사회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탐구 필요성이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사회 속에서 나와 타인을 ‘연결’하려는 심리에 기반한다. 단순히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고객의 유형을 분류하는 공급자적 관점의 마케팅 접근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지만 고객의 취향과 성격을 정교한 유형으로 분석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 마케팅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미 사람 간의 연결에 대한 욕구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움직이는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이 비슷한 사람들을 묶거나 동류의 취향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오늘의 집’이나 ‘지그재그’로 대표되는 버티컬 플랫폼(특정한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이런 버티컬 플랫폼들의 역할은 단순히 서로의 취향을 정의하고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공유하면서 이를 함께 발전시킨 것으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마케터와 기업들은 고객에 대해 고도화된 수많은 데이터를 제공받으며 ‘왓’에 대해 파악하지만 그 사이에 자칫하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놓칠 수 있다. 그 저변의 ‘와이’가 무엇인지 판별하는 것이 브랜드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한 변수가 된다.

팬데믹 직격탄 에어비앤비, Why에 집중해 부활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고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자세는 기민함이다. 역동적인 시장 환경에서 브랜드들은 이전과 다르게 트렌드의 속도에 맞춘 민첩함이 요구된다. 현재 트렌드와 고객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면서도 경쟁자보다 한발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이 여행업이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도 초기 팬데믹 시기 급격한 매출 감소로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빌롱(belong)’의 관점에서 팬데믹 시대 여행에 대한 사람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봤다. 여행의 본질, 즉 ‘왜 사람들은 여행을 하는가. 여행으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지금까지 여행이라면 물리적으로 장소를 이동하고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 소비하는 그 자체에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와이’에서 출발한 질문은 여행이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라는 고객의 잠재적인 욕구를 재발견하게 했다. 이를 토대로 에어비앤비는 일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편하게 일도 하고 휴식도 누릴 수 있는 복합적인 양상을 띤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제시했다.

그 결과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성공을 이뤄낸 것뿐만 아니라 다른 동종업계의 경쟁사와 차별되는 아이코닉 무브(iconic moves)를 이뤄낼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은 여행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이를 팬데믹 상황에서 적절하게 시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인터브랜드 서울 오피스도 ‘휴먼 트루스’ 접근법에 기초해 MZ세대가 금융에 대해 가지고 있는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금융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선발해 온라인상에서 50일간 활발한 상호작용을 거쳐 그들의 마음 속에 내재된 이야기를 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금융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욕구와 내재된 고민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MZ세대가 정의하는 잘사는 삶은 스스로 주체가 돼 소중한 것을 성취하는 삶이었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주린이(주식 초보 투자자)’, ‘코린이(코인 초보 투자자)’ 등 화제성을 끄는 단어들이 그들을 정의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사실 원하는 가치를 실행하기 위한 재테크 수단 또는 소비 계획 수립의 과정이었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고객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기울이는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들은 ‘편리함’, ‘간편함’ 등의 키워드를 내걸고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브랜드는 해당 키워드만으로는 그들이 금융 서비스 과정에서 경험하는 근원적인 고민과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MZ세대가 금융 서비스에 대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 고민을 짚어 주는 전략을 제시할 때 소비자의 강력한 호응을 얻고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불확실성 시대 ‘사람의 마음’이 키포인트

고객의 마음은 기업의 움직임보다 항상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우리는 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트렌드를 경험하고 있다.

이럴수록 마케터와 기업은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트렌드 자체보다 그 저변에 있는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고 기민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 브랜드만이 아이코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급변하고 예측 불가한 미래일수록 사람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충분히 알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간과하기 쉬운 사람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 새로운 시사점을 도출할 때 미래를 이끌어 갈 브랜드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진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고진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고진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