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관계·인간관계·구조적 접근 등 세 가지 단계 거쳐야

[경영 전략]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판적 사고’[이태석의 경영 전략]
혹시 ‘크리티컬 싱킹’이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비판적 사고라는 의미다. 무엇에 대해 비판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사고’에 대한 비판이다. 즉, 자기가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지 체크(비판)하면서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에는 주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또 어떤 주제나 내용이든 상관없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제시된 것이 비판적 사고다.

사례를 들어보자. 어느 중견 건설 자재 회사에서 긴급 임원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열린 이유는 취급하고 있는 건설 자재 종류가 매우 다양해 재고 관리가 속을 썩여서다. 게다가 최근 신규 건축물 착공 건수가 늘어나 재고가 더 증가했다.

공사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신제품 유입도 증가해 기존에 있던 제품에 계속 쌓이는 것이다. 회사의 보관 능력은 한계에 달했다. 임원 회의에 참석한 관리부장은 일부 제품을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를 들은 사장은 처분 금액이 무려 10억원이나 된다는 얘기에 “이렇게 되기까지 도대체 뭐 한거야. 폐기 손실이 안 나오도록 이달 말까지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하라”며 펄쩍 뛰었다.어떤 과정으로 해결책 내놓을 것인가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해결책을 내놓겠는가. 아마 ‘물류 창고를 늘린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입출고를 더 철저하게 관리한다’ 등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당신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는지가 아니다. 그 해결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느냐다.

‘애초 무엇이 문제인가’, ‘갑자기 왜 재고량이 증가한 것인가’, ‘재고 공간은 왜 협소한 것인가’, ‘왜 신제품 유입이 증가했는가’ 등 여러 각도로 깊이 생각한 다음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잠깐 고민한 후 자신의 고유한 사고 방법과 상식에 근거해 대답한다.

그러다 보면 일시적으로 사태가 수습될 수는 있어도 얼마 후 비슷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책을 내놓는 태도로는 사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단계는 논리 전개다. 논리 전개는 몇 개의 메시지와 그것을 연결하는 고리다. 고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연역법’과 ‘귀납법’이다.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연역법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조합해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 방법이다. 이른바 ‘삼단논법’이다. 쉬운 예로 ‘모든 사람은 죽는다(전제 조건)’,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관찰 사항)’,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결론)’라는 식이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전제조건이 잘못되거나 논리가 비약된다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귀납법은 연역법과는 흐름이 반대다. 관찰된 사항이나 문제의 공통점에 착안해 결론을 도출해 낸다. 이것은 연역법과 달리 자동적으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C사는 기술이 우수하다(관찰 사항 1)’, ‘C사는 주가가 매우 싸다(관찰 사항 2)’, ‘C사의 창업자는 뒤를 이을 자식이 없고 은퇴하고 싶어한다(관찰 사항 3)’라고 한다면 ‘C사는 인수·합병(M&A)의 타깃이 될 것이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도출된 결론이 하나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관찰된 사항이 전부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납법에 의한 결론은 ‘…일 것이다’라는 추측의 형태를 지닌다. 하지만 대부분 어떨까. 관찰된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이다’라고 단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사고에는 좋은 점이 있다. 들으면 금방 이해가 되고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설득력도 올릴 수 있다.

둘째 단계는 인과 관계다. 즉 원인과 결과의 관계다. 이 단계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원인을 파악해야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결과의 배경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예를 들어보자. 특정 식품 제조 회사가 발매한 감자 스낵이 이번 시즌에 판매가 부진하다고 하자. 여기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맛이 떨어졌거나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TV 광고가 너무 평범해서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판매 부진으로 인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고 판매 책임자가 문책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인과 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과 관계가 잘못되면 결론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감자 스낵의 가격이 너무 비싸 실패했으니 가격을 내리자’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하자.

논리 전개로는 문제가 없지만 인과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는 가격이 아니라 맛에 문제가 있어 팔리지 않았다면 가격을 내렸다고 해도 문제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인과 관계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하지 않다. 복잡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금방 해결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셋째 단계는 구조적 접근이다. 복잡한 상황을 만나면 우리는 머리가 하얘진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인지적 구두쇠다. 가능하면 머리를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생각의 구조화다. 상황을 알기 쉽게 정리하는 것이다. 먼저 비슷한 몇 개의 요소로 분해하거나 그루핑(grouping)한다. 그리고 각 요소들 간의 인과 관계를 밝히면 된다.

예를 들어 가까운 곳에 커피숍이 두 군데 있다고 하자. 한쪽은 폭발적인 인기로 가게 앞에는 언제나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반면 다른 쪽은 찾아오는 손님도 드물어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다. 같은 커피숍인데 어째서 이렇게 다른 것일까. 우선 맛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격이나 커피 종류, 빵이나 케이크 같은 사이드 메뉴, 입지, 인테리어, 영업 시간, 종업원 수와 태도 등 얼마든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인기에 차이가 있는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또 그것을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처럼 복잡한 비즈니스 상황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한 기술이 구조적 어프로치다.

그 방법 중 하나로 ‘MECE(Mutually·Exclusive·Collectively·Exhaustive)’들 들 수 있다. 해석하면 ‘누락과 중복없이’라는 의미다. 모든 현상을 빠짐없이 정리해 관련성과 인과 관계, 중요도 등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이때 로직 트리(logic tree)를 활용하면 쉽다. 예를 들어 모 회사에 고객 상담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하자.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요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한다. 그리고 비슷한 속성을 가진 요소끼리 그루핑하고 인과 관계에 따라 로직 트리로 만들어 봤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판적 사고’[이태석의 경영 전략]
어떤가. 한눈에 문제와 원인이 들어오지 않는가. 이렇게 조합하고 메시지를 구성하면 상대도 알기 쉽고 자신의 사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정리해 보자. 비판적 사고의 세계적 권위자인 교육심리학자 린다 엘더는 “사고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사실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한 해결에만 집중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대처하다 보면 응급 처치 차원에서 끝난다.

하지만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른 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는 현상이다. 최선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