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 기업어음 · 현금 등으로 담보금 구성…결국 민간 스테이블 코인과 CBDC로 양분될 것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태블릿에  가상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한국경제]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태블릿에 가상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한국경제]
테라(UST)가 붕괴되면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심상치 않다. 우선 시가 총액 기준 1위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의 시총은 2022년 6월 24일 약 87조원으로 전 고점 대비 20% 정도 줄었다. 반면 테더 대비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USD코인(USDC)은 꾸준히 시총을 늘리며 72조원을 기록했다. UST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지닌 트론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USDD의 가격은 페깅이 깨지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테더의 붕괴가 다음 가상 자산 시장 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테더는 가상 자산 시장에 일종의 기축 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 년간 준비금 부족에 대한 의혹과 함께 미국 당국과 법정 소송을 벌이는 등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지난 5월 UST 페깅이 깨질 때 테더 역시 일시적으로 0.96달러까지 가격이 하락하며 페깅이 깨진 바 있다. 반면 USDC 가격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는데 이는 테더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USDC 대비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따라서 테더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다면 테라 UST보다 훨씬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일견 납득이 간다.

그런데 테더는 정말 위험한 것일까. USDC 대비 테더가 불안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지표를 분석해 보면 현재로서는 테더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테더 담보금, 위험 자산 낮추고 안전 자산 높여
스테이블 코인 시총 1위 ‘테더’는 안전할까[비트코인 A to Z]
테더는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분기별 보고서를 발표하고 담보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테더의 담보금은 기업어음(CP)·머니마켓펀드(MMF)·미국 국채·현금·가상 자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테더의 담보금 구성 비율에서 위험 자산인 CP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21년 2분기 CP와 미국 국채의 비율은 각각 49%, 24%였는데 2022년 1분기 해당 비율은 24%, 48%였다. 게다가 CP 중에서 A-3 등급 위험 자산 비율 역시 낮아지고 있는데 해당 수치는 2021년 2분기 7%에서 2022년 1분기 1%로 낮아졌다. 마지막으로 테더의 최고기술책임자(CTO) 파올로 아도이노는 현재 시장에서 창산 위기에 몰린 셀시우스·3AC와 연관된 손실이 없다고 밝히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바 있다.

그렇다면 테더가 분기별로 공개하는 보고서를 검증하는 대리인은 신뢰할 만할까. 해당 업무를 하고 있는 주체는 두 군데로 파악된다. 우선 무어글로벌은 2021년 2분기와 3분기에 해당 보고서를 검증했다. MHA카이만은 2021년 4분기부터 테더의 보고서를 검증했다. CPA프랙티스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무어글로벌은 2021년 기준 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3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영국계 글로벌 회사다. MHA카이만 역시 영국계 회사의 자회사로 런던 증시에 상장돼 금융 당국의 통제를 받는 회사다. 따라서 테더의 분기별 보고서를 검증하는 주체는 규모가 작거나 불투명한 회계 감사를 하는 곳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테더를 발행하는 주체 역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적절한 담보금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테더 내부 관계자가 테더 발행을 요청해 숫자를 조작하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테더 발행량의 약 90%는 바이낸스·FTX·오케이엑스·비트파이넥스·컴버랜드·점프크립토 등과 같은 대형 중앙화 거래소와 마켓 메이커들에 의해 발행됐다. 테더와 연관된 관계사들의 비율은 전체 발행량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부자 거래와 숫자 조작으로 인한 잠재적 피해액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테더, 준비금이 담보된 스테이블 코인 테더는 기본적으로 준비금이 담보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 때문에 디페깅된다고 하더라도 UST처럼 0에 수렴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보인다. 아마 담보물의 가치에 상응한 가격이 유지될 텐데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정확한 잠재적 손실액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담보금에 대한 신뢰도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당국이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테더의 향방을 주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만약 테더에 대한 디페깅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가상 자산 시장은 다시 한 번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것이 가상 자산 시장의 종말을 의미하는 신호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테더의 빈자리를 USDC를 비롯한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지난 14년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자산 시장이 증명한 명제다.

스테이블 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필자는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 생태계로 양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는 정부의 규제를 받는 중앙화 스테이블 코인(USDC와 USDT가 대표적)과 함께 가상 자산 생태계에 특화된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DAI가 대표적)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라 UST 사태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에 경종을 울렸고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하면 이런 비극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깨우쳐 줬다. 미래의 스테이블 코인은 지금보다 신뢰도가 높고 기술적으로도 진보된 형태의 디지털 화폐일 것으로 믿는다.

*이 기고문은 @alphanoncestaff 트위터 쓰레드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