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ESG 투자 위기론’…한국 기업의 ESG 경영 평가와 유망 투자 분야

[ESG리뷰]
왼쪽부터 Sk증권 박기현 수석, 미래에셋증권 이광수 수석, KB증권 김준섭 팀장, 삼성증권 양일우 수석. 사진=김기남 기자
왼쪽부터 Sk증권 박기현 수석, 미래에셋증권 이광수 수석, KB증권 김준섭 팀장, 삼성증권 양일우 수석. 사진=김기남 기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세계 금융 시장이 얼어붙었다. 한동안 인기를 누리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으로 화석 연료의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ESG를 내건 펀드의 ‘ESG 워싱’ 논란도 이어진다.

과연 ESG 투자는 한때 유행으로 끝나는 것일까. 한경ESG가 ESG를 둘러싼 최근 상황을 심층 진단하기 위해 6월 17일 주요 증권사의 ESG 리서치 담당 애널리스트 4인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ESG 투자가 위축될 수 있지만 ESG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평가 컨센서스가 정립되면서 향후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지난해 만든 ESG 조직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ESG 2.0’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봤다.

사회 : 금융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아 온 ESG 펀드에서 지난 5월 첫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ESG 투자 붐이 꺾이고 퇴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원(이하 이광수) : “그동안 ESG 펀드 자금은 많이 늘었지만 ESG 관점의 투자가 확대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대책으로 돈이 풀리면서 ESG 펀드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포함해 모든 금융 자산이 함께 커졌다. 당연히 금융 긴축과 인플레이션의 영향도 함께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ESG 관점의 투자가 향후 확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ESG 펀드에 돈이 많이 들어오긴 했지만 특별히 ESG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김준섭 KB증권 ESG솔루션팀장(이하 김준섭) :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그동안 일반 펀드보다 ESG 펀드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투자자들이 ESG에 주목했고 실제로 ESG 투자가 이뤄졌다. 향후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ESG 펀드 자금이 워낙 크게 늘어 추가 성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와 재작년보다 자금 유입 속도가 느려졌다. 하지만 ESG 투자의 위기로 보지는 않는다. ESG 투자는 2020년 전후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과거 사회책임투자(SRI)에서부터 흐름이 이어진다. 다만 이전엔 사회 책임 측면에서 고성과 기업을 구별해 낼 프레임워크 자체가 전무했다. 지금은 인공지능(AI) 활용과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ESG 투자가 부상한 배경이다. 코로나19 초기에 리스크가 큰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하락했지만 ESG 관련 자산은 좋은 성과를 냈다. ESG 기업이 리스크에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지금, 오히려 ESG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ESG 투자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ESG 투자, 이제는 ‘리들 리스크 하이 리턴’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이하 박기현) : “ESG 투자가 후퇴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전체 금융 시장이 좋지 않아지면서 당연히 ESG 관련 펀드도 영향을 받고 있다. ESG 투자가 전진하는지, 후퇴하는지 보려면 금융 시장에서 ESG가 차지하는 비율을 봐야 한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ESG ETF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몇 달 사이 오히려 높아졌다. 전체 ETF 시장이 퇴조하는 상황에서 ESG ETF가 선방했기 때문에 후퇴는 아니라고 본다. ESG 채권은 한국에선 올해 발행량이 줄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선 오히려 증가했다. ESG 투자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 있지만 ESG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주제다. 또 지속 가능성은 장기 투자해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당장의 성과로 ESG 투자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양일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이하 양일우) :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을 때는 어디든 자금이 충분히 갈 수 있지만 이제는 선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꼭 필요한 이슈라고 동의할 수 있는 분야에 ESG 투자가 집중될 것이다. ESG 자산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위기로 당장 싼 화석 연료를 쓰자는 움직임이 강해지면 결과적으로 기후 위기가 악화되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ESG 자산은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자산이 된다. 예전엔 ESG 자산이 ‘로 리스크 미들 리턴(저위험·중수익)’이었는데, 이제는 ‘미들 리스크 하이 리턴(중위험·고수익)’이 된 듯하다. 앞으로 ESG 투자는 방향만 잘 잡으면 리스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사회 : ESG를 내건 펀드의 ‘그린 워싱’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ESG 펀드의 기술주 편중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동안 ESG 요소를 제대로 반영한 투자가 이뤄졌다고 보나.

이광수 : “ESG ETF가 늘어났는데 실상은 다 애플에 투자한다. ESG 라벨링만 한 것이다. 그동안 펀드 규모가 작으니까 성장성이 높아 보인 측면도 있다. 도이치뱅크자산운용사(DWS)가 ESG 그린 워싱과 관련해 압수 수색을 당하는 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 ESG를 마케팅으로 활용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ESG로 브랜딩해 모은 자금으로 애플을 샀다. 하지만 모든 자산, 모든 흐름은 이런 출발점을 지니고 있다. 초기엔 공모펀드도, ETF 시장도 그랬다. 이런 시작점을 거치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다. 그다음이 진짜 ESG 투자가 될 것이다. 여기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떻게 패러다임을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

김준섭 : “지난 3월 유럽연합(EU)이 지속 가능 금융 공시 규제(SFDR)를 시행한 것은 그린 워싱을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룰과 ESG 투자에 대한 정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ESG 투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존 ESG 투자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DWS는 경쟁사들의 압박으로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둬 문제가 된 것이다. ESG 펀드의 기술주 편입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ESG 리서치를 해보면 테크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편입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또 그동안 좋은 성과를 냈다. 앞으로 ESG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펀드의 기준이 정교해지면서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본다.”

박기현 : “처음 ESG가 등장했을 때 사실 ESG로부터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호했다. 지속 가능성이 초과 수익률을 만들어 주는지, 아니면 기업 가치를 높여 주는지 혼란스러웠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의도적 그린 워싱이든 그렇지 않든 투자 상품과 가치에 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적 조치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면 그린 워싱 문제는 해소되고 상품도 투명해질 것이다. 유럽이 SFDR을 시행한 데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제 정책을 발표했고 최근 일본도 움직이고 있다. 또 ESG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통해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뚜렷해졌다. 투자자·금융회사·기업의 이해도가 높으면 자연스럽게 ESG 금융 상품도 정확한 목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양일우 : “ESG 투자를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SG 투자를 ‘이런 걸 해야 한다’가 아니라 ‘미래는 이런 방식으로 갈 것’이라라는 것을 바탕으로 보면 어떨까. 그런 경로에 맞춰 투자하면 질 이유가 없다. 미래 정보를 하나라도 가져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지 않나. 지금 혼란을 겪는 것은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아직 정확히 모르고 그 경로에 잘 적응하고 앞서 나가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서일 수 있다.”

기후 변화 임계점…외부 효과도 비용화

사회 : 기업 경영과 투자에서 ESG가 메인 스트림으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준섭 : “ESG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타이밍이 됐다. KB국민은행의 소비자 조사를 보면 2019년까지만 해도 친환경 제품이나 사회적 기여를 하는 제품에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재작년 조사부터는 결과가 달랐다. 소비자가 달라지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달라지니 기업도 바뀔 수밖에 없다. 더 근원적 요인은 정보기술(IT)에 따라 어떤 회사가 환경적·사회적으로 더 잘하는 곳인지 구분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IT의 발전에 따른 메가트렌드다.”

박기현 : “환경적으로 임계점에 도달했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산불·가뭄 등 많은 재난이 이어졌다. 중국은 허난성이 물에 잠기고 광저우는 가뭄 때문에 수력 발전이 중단되기도 했다. 예전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하면 ‘그러면 그동안은 왜 재난이 발생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를 더 쓰겠다는 것은 지구가 얼마나 빨리 물에 잠기는지 실험 해보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선택권은 없다. 변해야 한다. 사회적 측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벌어진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은 사회적으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양일우 :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빨라졌다. 옛날 같으면 모르고 지나갈 일이 이슈화되고 있다. IT의 발달로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나오는 시가 총액의 격차도 커졌다. 예전에는 ESG 투자를 하려면 수익률을 포기해야 했는데 이제는 수익률도 나온다.”

이광수 : “기업도 투자자도 돈이 되니까 ESG에 투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외부 효과의 비용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ESG가 돈과 연관되기 시작했다. 이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기업 내부적으로 비용이 증가한다. 예전에 폐수를 몰래 방류하면 벌금을 내고 끝이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퇴출될 수 있다. 그런 만큼 기업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도 방만한 기업보다 ESG를 잘하는 기업이 비용을 절약하고 투자 수익률도 높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돈을 벌려고 투자한다. 이제는 기업이 ESG 관점에서 얼마나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 봐야 한다. ESG 관점으로 보면 기업의 이익 자체가 기존에 추정하던 것과 달라질 것이다. ”

사회 : 블랙록이 기업의 무리한 탄소 중립 정책에 반대한다는 기존 방침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텍사스 주와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박기현 :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올해 연례 서한에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 기업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견을 바꾼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이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이 석탄 발전을 이유로 채권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블랙록은 더 나은 전환으로 가기 위한 단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탈석탄 선언을 했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도 고민 중이다. 발전 사업자들은 국가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데 석탄 발전을 한다고 투자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2050 탄소 중립에 따라 언젠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지만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너무 빠른 전환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단계적으로 어떻게 가져갈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광수 : “ESG 관점에서 돈을 벌려면 좋은 회사가 아니라 변화하는 회사, 좋아질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석탄 발전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 석탄 발전 회사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하면 ESG적으로 좋아진다. 모두가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으로 투자하다 보니 초과 수익률이 나오지 않아 투자자로서는 당연한 변화다. 앞으로 산업 간 비교가 아니라 산업 내 비교가 필요하다. 석탄 기업과 태양광 기업을 비교하면 안 된다. 한국전력은 다른 화석 연료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블랙록이 왜 전 세계 1위 자산 운용사인지 보여주는 매우 유연한 변화다.”

양일우 : “투자자는 어느 구간에서도 손실을 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블랙록이 ESG의 조정 국면을 생각보다 길게 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S’와 ‘G’ 이슈의 영향력 커진다

사회 : 테슬라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SG 지수에서 제외되자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ESG는 사기”라며 비난했다. ESG 등급 평가가 평가 기관마다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김준섭 : “평가 기관별로 ESG 평가 결과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보면 재미있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많은 애널리스트가 커버하는 기업일수록 추정치가 정교해진다. ESG 평가 기관이 늘어나고 기업이 어떤 ESG 요소를 갖고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평가가 점점 더 정교해질 것이다. 10년 전의 ESG 평가와 지금은 ESG 평가는 매우 다르다. 한 기업이 어디서는 ‘C’ 등급을 받고 다른 데선 ‘A’ 등급을 받는 일이 10년 전에는 종종 벌어졌지만 최근에는 그런 정도의 갭은 거의 없다. ESG 평가 논란은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다.”

박기현 : “테슬라는 성장성은 높지만 한동안 수익을 내지 못한 만큼 재무적으로는 좋지 않은 회사였다. 성장성의 가치를 높게 보는 투자자는 테슬라 주식을 사고 그렇지 않은 투자자는 사지 않는다. ESG 평가도 마찬가지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생산해 보급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활동이다. 하지만 노동자를 80시간, 90시간씩 일 시키고 소수 주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환경적 가치는 높게 평가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낮은 평가를 할 수 있다. ESG 평가사들도 예전에 등급 발표를 할 때마다 고객을 대상으로 설명했지만 이제는 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하다. 각자 알아서 해석하라는 것이다. 똑같은 재무제표를 보고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줄지, 낮은 밸류에이션을 줄지는 재무제표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ESG 평가도 생물 다양성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의견이 다를 수있다. 정성 평가가 들어가기 때문에 ESG 등급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한다. 신용 평가처럼 긴 역사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다 똑같아진다면 오히려 문제다. 각자 달라야 논의를 비교할 수 있고 좋은 컨센서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양일우 : “머스크 CEO는 사실 ESG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이다. 테슬라는 한동안 탄소 배출권을 팔아 겨우 수익을 냈다. 사실 전기차 자체보다 전기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연료가 얼마나 친환경적이냐가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테슬라가 전기차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수혜를 본 것이다. 각각의 기준을 만들어 ESG를 다양하게 평가하는 것이 맞다. 기업 측면에서 권위 있는 평가기관 한두 곳의 등급을 잘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린 워싱일 수 있다.”

이광수 : “ESG에서 E·S·G를 함께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 요소는 통합돼 있어 따로 떼어 평가할 수 없다. S를 잘해야 환경에 도움이 되고 G를 잘해야 소셜이 의미 있다. S와 G를 잘해야 환경적으로도 의미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다. 각각을 독립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ESG를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테슬라 이슈는 매우 중요하게 화두를 던졌다. 앞으로 S와 G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를 테슬라가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동안 너무 E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업과 투자자가 변화하고 초과 수익을 내려면 ESG의 통합과 밸런스가 중요하다. ESG 평가는 기업이 보고하고 공개하는 자료를 기초로 이뤄진다.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보고하고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공시 체제나 프레임워크도 정량화나 체제의 완결성이 목적이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보고할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기록하고 보고해야 기업이 변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회 : 한국 기업도 ESG위원회 설치 등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ESG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나.

이광수 :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기업의 비용 증가, 리스크 확대가 불가피한 구조로 가고 있다. ESG위원회를 만든 뒤 단순히 쓰레기 줍기나 텀블러 나눠 갖기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ESG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ESG위원회가 필요한 게 아니라 CEO가 ESG 경영을 해야 한다. ESG는 부수적인 게 아니라 경영 전략의 일부다. 가장 먼저 우리 기업에 중요한 ESG 이슈가 무엇인지 발굴해야 한다. 건설회사에 중요한 ESG 이슈는 클린 테크다. 환경 보호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인수·합병(M&A)이나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섬유회사의 가장 큰 ESG 이슈는 노동이다. 가장 노동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노동 문제가 안정화되지 않으면 향후 비용이 엄청 증가한다. 방글라데시에서 더 이상 옷을 만들 수 없게 될 것이다. 회사별로 중요한 ESG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올해 본격적 이행이 시작되는 ESG 2.0

박기현 : “코스피 200 기업 중 48%가 ESG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사회의 ESG 안건 비율은 10%밖에 안 된다. ESG 담당자들도 ESG 등급 평가 관리 외 특별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CSR 업무를 하던 사람이 ESG를 담당하면서 사회 공헌 관점으로 접근하면 겉돌 수밖에 없다. 한국은 ESG 개념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어떻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활성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한 실정이다.”

김준섭 : “지난해까지는 ESG위원회를 만들고 추진 체계와 방향을 잡는 단계였다. 올해는 그동안 세운 ESG 전략과 체계를 이행하는 ‘ESG 2.0’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피드백이 이뤄지면 내년에는 자체적 ESG 성과 평가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양일우 : “지금은 ESG와 관련해 못하면 마이너스되는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혹 ESG 정보를 공시할 때 지금 당장 잘하는 데이터만 올리는 기업이 있다. 예를 들면 탄소 배출량을 해외 사업장은 빼고 본사 기준으로만 보여준다. 그런데 재무제표의 매출·이익은 모두 연결 기준이다.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지 않아 어떻게 하든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나중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진실성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사회 : 기업의 탄소 중립 선언이 이어지는데, 실제로 실현 가능할까.

박기현 : “기업이 성장 활동 자체에서 넷 제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돌아다니기만 해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온실가스 저감 사업에 투자해 자신들이 배출한 것을 상쇄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한국 정부도 기업들이 최대한 국제 탄소 시장과 연계해 해외 저감 사업에 투자하고 크레디트를 구매해 상쇄하기를 바란다. 자발적 탄소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배출 거래제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기업에 탄소 저감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해외 탄소 크레디트는 톤당 10~20달러에 거래된다. 한국 배출권 가격이 2만원대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탄소 크레디트를 구매하는 것이 기업에 큰 부담은 아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과학적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기준에 맞춰 어떤 식으로 감축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정말 감축이 어려운 부분은 상쇄하면 된다.”

양일우 : “스코프 1(직접 배출)은 감축이 어렵지만 어쨌든 기업이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반면 스코프 2(전력 사용 등 간접 배출)는 정부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주면 기업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석탄을 수출해 온 호주는 이제 수소로 전환하려고 한다. 과거 수입하던 석탄을 수소로 바꾸기만 해도 많은 양을 감축할 수 있다.”

이광수 :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은 아직 선언적 수준이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거시 경제 불안 요인이 가중돼 탄소 감축 노력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 감축 목표와 함께 투자가 실행돼야 한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에스크로 계좌나 충당금 설정이 필요하다.”

탄소 포집과 해상 풍력·수소 산업 주목

사회 : ESG 투자 측면에서 향후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어디인가.

김준섭 : “탄소 중립이 가장 큰 이슈이고 기업도 공격적 목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탄소 중립 달성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배출 상쇄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탄소 포집 기술이 중요하다. 배출을 상쇄하려면 어디선가 탄소 배출권을 공급해 줘야 한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머스크 CEO는 엑슨모빌이 ESG 기업이냐고 비난했지만 CCUS를 선도하는 곳이 바로 엑슨모빌 같은 정유 회사다.”

박기현 : “해상 풍력과 수소가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특히 중국은 장기적으로 해상 풍력 중심으로 갈 것이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자원이 서쪽에 있고 사람은 동쪽에 주로 거주한다. 전력 생산의 미스 매치가 발생하다 보니 서쪽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전력 수급 측면에서 중국 동쪽 연안 지역에 해상 풍력을 설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한국은 육상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역시 해상 풍력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모든 것이 전력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장 매체가 필요한데 에너지 저장 장치(ESS)는 부피나 안전 문제상 한계가 있다. 수소가 저장 매체가 될 수밖에 없다.”

양일우 : “미국의 탄소 배출권 가격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각국 정부의 정책이 같다면 부자 나라의 가격이 높은 것이 맞다. 유럽은 전쟁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탄소 배출권 가격이 더 오르기 어렵다. 미국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국가 단위의 배출권 거래제도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많은 주가 탄소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관심이 높아지면 탄소 배출권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 연계된 상품이 유망하다. 호주도 지불 능력에 비해 탄소 배출권 가격이 낮은 나라다. 많은 선진국이 2030년까지 40~50% 정도 탄소 감축을 말하는데 과거 호주는 26~28% 감축 계획에 그쳤지만 이젠 43% 감축을 이야기한다. 앞으로 탄소를 많이 감축해야 하기에 호주의 배출권 가격도 오를 것이다. 호주는 광활한 토지와 자연환경으로 그린 수소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 수소 관련 기업 중 기술력을 갖춘 곳이 있는데 호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광수 : “미국 철도 부문은 화물 운송 비용 상승과 탄소 배출 규제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곡물 유통 산업 분야도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기후 변화로 곡물 생산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아 종식을 위해서도 곡물 유통업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0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사회=장승규 편집장, 정리=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