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복 에코아이 대표-금융권 출신의 탄소 배출권 시장 전문가

[ESG 리뷰]
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에코아이는 2003년 법인 설립 이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진행한 기업이다. 국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획득한 외부 사업 인증 실적(KOC)은 누계로 800만 톤에 달한다. 배출권 거래와 중개량은 2000만 톤 이상이다.

에코아이의 경쟁력은 장기간에 걸친 수많은 국내외 감축 사업 경험과 여기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차별화된 시장 분석 능력, 해외 탄소 시장과 한국 금융권의 탄탄한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에코아이를 이끄는 이수복 대표는 채권 시장에서 29년간 근무한 금융 전문가 출신으로, 현재 배출권시장협의회 임원이기도 하다. 여의도에 있는 에코아이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한국의 탄소 시장 전망에 대해 들었다.

- 탄소 배출권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가 금융권을 떠나 배출권 시장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5년 전입니다. 당시 배출권 시장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배출권 시장이 금융 시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죠. 배출권 시장은 외환 위기 직후 국채 시장과 매우 비슷했어요. 거액의 국채가 매주 쏟아져 나와 소화하기 쉽지 않았죠. 다양한 만기 때문에 위험 관리 수단도 충분하지 않았어요. 그런 한국의 국채 시장이 15년 만에 전 세계에서 유동성이 가장 뛰어난 최고 시장으로 변했습니다. 금융 당국과 시장 조성자들의 완벽한 협업이 이를 가능하게 했어요. 비슷한 성장의 가능성을 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봤습니다. 많은 참여자가 뛰어들고 있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죠.”

- 에코아이의 주요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크게 국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 환경 컨설팅, 탄소 배출권 금융 등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에코아이의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탄소 배출권을 생성하는 활동입니다. 국내외 많은 기업과 투자를 함께 진행해 왔어요. 환경 관련 정책 대응에 필요한 컨설팅도 하고 있죠. 배출권 거래제 도입 초기에 선보인 배출권 시장 분석 서비스 ‘카본아이(Carbon-I)’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배출권 할당 기업의 효과적인 시장 대응에 필요한 금융 서비스 출시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 감축 프로젝트 선별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CDM 사업은 배출권을 본격적으로 확보하기에 앞서 초기 준비 기간이 최소 2년 정도 소요됩니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감축 수단으로 어떤 네크워크를 통해 감축 사업을 할 것인지, 또 시범 사업을 통해 실제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투자가 시작됩니다. 투자 과정에서도 프로젝트별 사업 등록과 실행·평가·검증·인증 등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교토 체제에서 CDM 사업으로 탄소 배출권(CER : 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을 발급받으면 유효 기간이 10년에서 21년까지 인정됩니다. CER을 한국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외부 사업 인증 실적(KOC)으로 전환하면 할당 기업의 의무 제출 배출권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교토의정서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1997년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기후 변화가 심화된 만큼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선진국의 메커니즘이 CDM이었죠.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이를 대체하는 지속가능개발체제(SDM)를 말합니다. 각국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넘어 지속 가능 개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죠. 파리협정은 개발도상국에도 감축 의무를 부과합니다. 따라서 전체 회원국이 취득할 수 있는 배출권은 CDM 프로젝트만큼 많지 않게 되지만 비시장적 접근도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직접 프로젝트를 시행해 감축하지 않더라도 유엔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를 충족하거나 적응·금융·기술 이전 등 비시장적 접근도 인정할 수 있다는 거죠. 아직까지 완전한 규정이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라 장기적 시각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 에코아이가 진행한 대표적 해외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쿡스토브’ 보급 사업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에코아이가 전 세계 15개국에서 진행하는 감축 사업 중 80% 이상이 쿡스토브 사업이에요. 첫째 해외 사업은 에코아이의 업무 역량과 한국중부발전의 재무 역량을 결합해 방글라데시에서 진행한 해외 탄소 배출권 공동 개발 사업이었습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시행한 제1호 i-KOC 발행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었죠. 방글라데시 현지 환경청 승인과 유엔기후협약 등록을 완료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미얀마에서는 맹그로브 조림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전력과 공동 투자한 프로젝트로, 50ha 규모의 해안 지역에 맹그로브 숲을 조성해 20년간 17만 톤의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맹그로브 사업은 쓰나미와 홍수 피해로 매년 피해를 보는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많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빠르고 효율이 높아요. 일반 조림 사업과 달리 수상 식물이기 때문에 화재 위험도 낮은 편이죠. 특정 나라의 전력청과 협업해 발광다이오드(LED) 전등 교체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 쿡스토브를 탄소 감축 모델로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쿡스토브 사업은 한국의 인식과 달리 빈곤 퇴치, 보건 위생, 인권 보호 등 다양한 지속 가능 가치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유엔에서 권장하는 아이템입니다. 아열대와 열대지방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사용은 대부분 취사와 관련돼 있습니다. 주로 낙후된 인프라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온실가스와 유해 물질이 다량 발생합니다. 유해 물질 흡입으로 발생한 사망자가 연간 400만 명에 달합니다. 실사를 통해 쿡스토브 도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봤습니다. 보건 문제뿐만 아니라 연료비용, 조리 시간, 산림 보호, 연료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권 문제 등이 해결됩니다. 쿡스토브를 보급하면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SDGs에 부합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쿡스토브 한 대가 연간 1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냅니다.”

- 에코아이는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입니까.

“에코아이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탄소 금융’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권 전문 기업으로 발행(감축 사업 투자를 통한 배출권 생성)·중개·운용·자문·투자 등 모든 단계에서 금융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여러 자산 운용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고객 니즈에 따라 제공하는 자산 종합 관리 서비스인 랩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이 있습니다. 배출권 할당 기업 중 탄소 배출권 전담 조직은 없지만 의무 이행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행 서비스죠. 앞으로 탄소 시장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탄소 배출권이 거래되는 한국거래소에서 배출권 시장팀은 일반상품시장부에 소속돼 있죠. 그런데 증권사는 순자본비율(NCR :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위험 자산에 한계가 있습니다. 탄소 배출권이 위험도가 높은 일반 상품으로 남아 있는 이상 시장 참여 금융회사의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늘리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처럼 탄소 배출권을 금융 상품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배출권은 주식 거래처럼 금융회사의 위탁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개인 투자자의 배출권 시장 참여도 가능하고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탄소 배출권’이 고려되겠죠. 금융 상품 전환은 시기의 문제일 뿐입니다. 다른 나라도 기후 금융의 역할에 크게 주목하고 있어요. 그간 배출권 사업자로서 쌓아 온 에코아이의 포트폴리오와 제 금융 경험이 탄소 금융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발적 탄소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기업이 처음 할 일은 무엇인가요.

“시장을 신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시장은 참여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곳입니다. 현재 탄소 배출권 시장은 성장 초기인 만큼 불안정성이 커요. 앞서 말한 국채 시장의 사례처럼 시장이 성장할 때까지 믿고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보다 시장의 자발적 성장을 기다려야 하고 정부·기업·금융회사 등 모든 시장 참여자가 사명감을 지녀야 해요. 기후 변화라는 질환에 병든 지구라는 환자를 위해 모든 사람이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기업에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죠. 결국 모든 시장 참여자가 거부감을 빨리 내려놓고 시장에 뛰어들어야 배출권 시장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0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