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형 웹’ 위한 VR·AR 기기 활용 크게 늘 것…‘혁신 서비스’ 여는 자가 미래의 기회 잡는다

[FuturePlay's SIGNAL]
[FuturePlay’s SIGNAL] 5년 후의 웹은 지금의 웹과 어떻게 달라질까
12년 전 카카오톡이 세상에 나왔다. 당시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사들은 세상이 망한 듯 굴었다. 통신사 매출의 5% 수준인 문자 송신료가 증발한다고 난리였다. 실제로도 카카오톡의 등장은 이통사들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텍스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수요가 곧바로 카카오톡으로 이동했고 유료와 무료의 경쟁에서 승자는 너무나 분명했다. 우버의 탄생 역시 기존의 택시업계에 직접적 영향을 줬다. 우버는 택시의 필요를 직접적으로 대체했고 이는 많은 도시에서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모든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이 직접적 영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서비스의 탄생은 직접적·간접적으로 기존의 업계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인스타그램은 기존의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대체하지 않았다. 반면 페이스북은 달랐다. 페이스북의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리가 TV를 보는 시간의 일부를 대체해 나갔다. 배달의민족은 또 다른 예다. 직접적으로는 전단지를 대체했고 간접적으로는 극단적 간편함을 무기로 집밥을 대체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어느날 갑자기’ 등장할 차세대 웹

지금까지 두 개의 버전의 웹이 있었다. PC 웹과 모바일 웹이다(웹 2.0, 3.0 등의 정의가 있다지만 차치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모바일 웹은 인류가 인터넷을 다루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 표면적으로는 모바일 웹이 기존의 PC 웹을 대체한 듯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모바일 웹은 기존의 타 산업이 움직이는 방식을 바꿨을 뿐 PC 웹을 대체하지는 않았다.

실제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면 모바일 웹이 PC 웹을 완전히 대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우리가 구글 닥스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PC 웹을 통해서다. PC에서 유효한 서비스는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한다(페이스북처럼 PC에서 주로 사용하다가 모바일로 이동한 경우는 PC와 모바일이 근본적으로 같은 서비스이기에 차치하도록 하자). 그리고 앞서 예로 든 인스타그램·배달의민족·우버는 모두 모바일 웹에 적합하도록 새롭게 태어난 서비스들이다. 다시 말해 PC 웹에 맞게 디자인된 서비스들은 계속해 PC 웹을 통해 사용하고 있고 모바일 웹에 맞춰 탄생한 서비스들은 주로 모바일 웹을 통해 사용한다.

이 다음 세대의 웹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모바일 웹이나 PC 웹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구글을 사용하듯이 구글을 사용할 것이고 지금 아마존을 사용하듯 아마존을 사용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웹에 적합한 새로운 서비스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우리를 강력하게 유혹할 것이다.
자료=퓨처플레이
자료=퓨처플레이
‘공간형 웹’의 탄생 조건, 디바이스와 웹 그리고 서비스

필자는 다음 세대의 웹에 가장 유효한 후보는 공간형 웹(spatial web)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공간형 웹을 구성하는 요소는 세 가지가 있다. 디바이스·웹·서비스다.

가장 먼저 ‘디바이스’를 들여다보자. 스페이셜 웹을 만드는 기기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그리고 이를 통합해 부르는 확장현실(XR)이 있다. 긍정적인 것은 기기의 저변이 분명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VR 장비는 메타에서 판매 중인 오큘러스의 퀘스트2를 들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VR 헤드셋 점유율 1위다. 독립형 헤드셋으로, 출시 첫해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넘었다. 이는 출시 때만 반짝 수요가 몰린 것이 아니라 매월 꾸준히 100만 대 수준의 판매가 지속됐기 때문에 가능한 지표다. 오프닝 효과에만 기댄 수치가 아니다. 이전 버전인 퀘스트1의 총판매량이 100만 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차기 버전은 10배가 넘는 성장도 기대해 볼만하다.
[FuturePlay’s SIGNAL] 5년 후의 웹은 지금의 웹과 어떻게 달라질까
2021년 1분기만 하더라도 연구 기관들의 2021년 한 해 동안 VR 기기의 전체 출하량을 700만 대 수준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를 기기 한 종이 넘어선 것이다. 이와 같은 판매 수치가 얼마나 상징적인 것인지는 다른 기기들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아이폰은 출시 첫해 600만 대를 판매했다. 애플 워치는 출시 첫해 1200만 대를 판매했다. 엑스박스는 2021년 한 해 동안 800만 대를 판매했다. 물론 엑스박스 출하량은 반도체 공급 부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는 퀘스트 2도 마찬가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VR·AR 관련 인력을 지속 채용 중이고 개발 코드상에도 VR·AR 준비 흔적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애플은 제품 출시 전 제품에 대해 절대 언급하지 않지만 2023년 전후로 출시될 것이라는 게 복수의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AR 영역에서도 많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구글은 ‘구글 글라스’에서 참패하고 데이 드림 VR도 사라지게 놓아 두고 XR 기기에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구글이 ‘프로젝트 아이리스(Project Iris)’라는 이름으로 2024년 AR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란 소문이 돈다. 예전 구글이 투자한 적이 있는 ‘매직립’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이미 팀에 합류시킨 상태다.

2020년 2분기에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AR 안경 업체인 노스(North)까지 인수했다. 2014년 구글 본사가 5억 달러 이상 투자한 매직립은 2021년 사업을 접는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헬스케어·군사용·엔터프라이즈용으로 타깃을 수정해 제품 재출시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2021년 1분기 미국 국방부와 연구 및 홀로렌즈 공급 목적으로 220억 달러의 계약을 했다. 최근 삼성도 2022~2023년 AR 디바이스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슬그머니 들려온다.

다수의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산업이 실패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실패한 한 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3D TV다. 당시 필자는 도대체 3D TV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당시 3D 디스플레이 경쟁에 애플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참여한다. 스티브 잡스 복귀 후 애플은 틀린 적이 없다.

둘째는 웹이다. 기기의 저변이 확보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웹을 사용하게 될까. 더 정확하게는 어떻게 웹을 만들게 될까. 확실한 것은 이와 같이 저변이 넓어진 환경에서 VR이나 AR 기기들로 우리가 여전히 제페토나 로블록스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제페토나 로블록스가 공간형 웹에서 ‘하나의 서비스’일 뿐 표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차세대 웹’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웹을 웹으로 만드는 것은 표준이다. 모든 참여자들이 표준을 따르고 그 표준에 맞춰진 기기와 서비스가 하모니를 맞춰 움직인다. 이와 같은 과정은 모바일 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웹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HTML5(웹 문서의 표준 형식), CSS(웹 문서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미리 저장해 둔 스타일시트) 등이 등장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포함하는 더 광의적인 모바일 웹에서는 안드로이드의 자바, 머리티얼 사용자 환경(UI), 애플의 스위프트 등이 표준으로 작동했다.
[FuturePlay’s SIGNAL] 5년 후의 웹은 지금의 웹과 어떻게 달라질까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서비스다. 우리는 공간형 웹의 기반 위에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까. 달리 말하면 VR과 AR헤드셋을 쓰고 무엇을 하면 우리가 ‘진정한 가치’를 느낄수 있을까. 아마도 생수를 사서 마시고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는 단순한 일상생활에서의 행위는 아닐 것이다. 극도의 몰입감이 가미됐을 때 가치가 극대화되는 서비스는 아무래도 오락성일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웹에서는 카카오톡·배달의민족·우버 등 많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사람들에게 이스마트폰을 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줬다. 스마트워치도 마찬가지다. 노티피케이션과 헬스케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워치를 사야만 했던 것이다.

지금의 VR·AR·MR·XR 모두 마찬가지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탄생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디바이스를 사야 할 이유가 생긴다. 아직은 호소력과 설득력이 충분하지는 않다. 설득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미래를 여는 사람들의 역할이고 거기에 미래 사업의 기회가 존재한다. 그 미래를 여는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

안지윤 퓨처플레이 전략기획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