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트 점점 줄며 경쟁률 29 대 1로 뚝 떨어져
젊은 공무원의 자발적 퇴사도 증가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동작구의 한 공무원학원에 7급 공무원 강의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동작구의 한 공무원학원에 7급 공무원 강의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41 대 1, 2019년 39.2 대 1, 2020년 37.2 대 1, 2021년 35 대 1, 2022년 29.2 대 1.

9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경쟁률이 해마다 추락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5672명 선발에 16만5524명이 지원해 29.2 대 1을 기록했다. 30년 만의 최저치다.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경쟁률도 2016년 76.7 대 1에서 2022년 42.7 대 1로 지속 하락해 4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쟁률 하락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2030세대 인구 감소와 공무원 연금 제도 개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1년 전만 해도 경쟁률이 100 대 1에 가까울 정도로 취업 준비생 선호 직업 1위로 꼽히며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무원의 인기는 이제 옛말이다.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진 배경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있다.

취업 문 뚫었지만…박봉에 격무

올해 9급 공무원(1호봉)의 월 기본급은 168만6500원이다. 여기에 시간외 근무수당, 명절 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더하면 9급 공무원의 월 급여액은 224만1750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690만원이다. 7급 공무원(1호봉)의 월 기본급은 192만9500원으로 각종 수당을 더하면 월 250만원, 연 3800만원으로 추산된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가 올해 평균 임금을 9% 인상하고 SK하이닉스는 5.5%, 현대차가 9%를 인상하는 등 대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연봉 인상 행렬에 동참하면서 대기업 직장인과 공무원의 연봉 격차는 더 벌어졌다.

문제는 임금 인상률이 낮다는 점이다. 2022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1.4%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신입 사원 초봉이 4000만원 중·후반대인 것과 비교하면 1000만~2000만원이 낮다.

최근 5년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018년 2.6%, 2019년 1.8%, 2020년 2.8%, 2021년 0.9% 등으로 평균 1.9%였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민간 기업보다 낮다. 안정보다 연봉으로 즉시 보상받는 것을 선호하고 연봉 점프를 위한 이직이 흔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철밥통’은 더 이상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다.

코로나19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의 과로사, 악성 민원인 응대에 따른 번아웃 문제가 불거지면서 MZ세대에게 공무원은 진입 장벽이 높으면서 박봉에 업무 강도까지 높은 직업으로 각인됐다.

공무원 선호도도 밀리기 시작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21년 13~34세 청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는 대기업(21.6%), 공기업(21.5%), 국가 기관(21.0%) 순으로 나타났다. 0.1% 차이지만 대기업 선호도가 2006년부터 줄곧 1위였던 공무원을 제쳤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박봉 견뎠는데…연금 박살

새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부문 규모 축소로 공무원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시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정원을 매년 1%씩 줄이고 임금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공무원들의 불만도 들끓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2022년 6월 기준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를 기록, 외환 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최근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7.4%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 물가는 2.5% 올랐지만 2022년 임금 인상률은 1.4%에 그쳤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6월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킨다”며 민간에 임금 인상 자제를 당부한 만큼 공무원들의 임금 동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공무원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공무원은 낮은 임금을 연금으로 보전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바뀐 공무원 연금 제도로 연금 혜택이 줄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공무원연금의 본인 기여금이 7%→9%로 2%포인트 올라간 데 반해 지급률은 1.9%→1.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전보다 부담액은 늘어나지만 수령하는 연금액은 줄어드는 것이다.

한 공시생은 “공무원이 사기업 퇴직금의 3분 1 수준이어서 연금이 그걸 보완해 주고 있었는데 국민연금만 못해 공무원의 메리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공무원연금을 통해 은퇴 이후 노후가 보장된다는 장점 때문에 박봉을 감수하고 공무원을 했지만 업무 강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연금마저 ‘박살’나면서 굳이 공무원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이건 못 참지” 꼰대 문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공직 사회 문화도 공무원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는 공무원 사회의 관행인 ‘시보떡 문화’, ‘국·과장 모시는 날’을 없애자는 비판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시보 떡은 새내기 공무원이 6개월의 시보 기간을 마친 뒤 동료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떡을 돌리는 관행이다. 국·과장 모시는 날은 실·과가 돌아가면서 국·과장의 점심을 대접하는 것인데, 식사 비용은 팀원들이 갹출해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 공무원들이 불합리한 관행이자 없어져야 할 악습으로 손꼽는다.

행정안전부의 2020년 조사에서 MZ세대 공무원 89.2%는 ‘우리 회사에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꼰대 유형으로는 과거 경험만 중시하며 세대별 차이를 무시하는 ‘라떼는 말이야형(50.7%)’,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군대조교형(23.9%)’이 꼽혔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한 MZ세대는 조직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한다. 이 때문에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도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MZ세대(20~39세)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서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맞춰지고 ‘수도권’에 있으며 ‘연봉 3000만원대’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됐지만 자발적으로 사표를 던지는 젊은 공무원도 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5세 이하 퇴직자는 5961명으로, 2017년(4375명)보다 1580여 명 늘었다. 5년 이하 재직 중 퇴직자는 9968명으로, 전체 퇴직 공무원 4만7319명의 21%를 차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