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테린의 SBT(Soulbound Token) 논문 완전 정복①]
시장 확장하고 웹3 생태계 결점 보완할 개념…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착안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연합뉴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연합뉴스]
올해 5월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새 논문을 발간했다. 이는 ’탈중앙화 사회 : 웹3의 영혼을 찾아서(Decentralized Society : Finding Web3’s Soul)’라는 제목이다. 그는 사회적 정체성을 표현하기 어려운(혹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웹3의 결점을 보완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소울바운드 토큰(Soulbound Token, 이하 SBT)의 개념을 제시했다.

웹3 생태계는 태동한 지 10년도 안 돼 스마트 콘트랙트, 작업 증명(PoW), 지분 증명(PoS) 등의 개념들을 등장시키며 전례 없는 독자적인 개방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웹3는 신뢰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관계를 표현하기보다 이전 가능한 금융 자산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며 발전했다. 이러한 특성은 거래를 통해 생성되는 경제적 가치가 인간 그 자체와 서로 간의 상호작용에서 기원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웹3 생태계가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닥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든다.

비탈릭 부테린이 제시한 SBT은 유명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아이템 ‘소울바운드’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특정 지갑 소유자의 신원을 나타내는 정보를 담고 있는 전송 불가능한 혹은 ‘귀속’된 토큰이다.

그렇다면 현재 웹3에는 정확히 어떤 문제들이 있고 SBT는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웹3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웹2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웹3 생태계‘사회적 정체성의 부재’는 탈중앙화의 실현을 목표로 태동한 웹3 생태계가 그 자체로 구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중앙화된 웹2 인프라에 의존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의 사례에서 이러한 경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임에서 영감 얻은 ‘소울바운드 토큰’ 제시한 이더리움 창시자[비트코인A to Z]
<표1>의 사례 외에도 같은 원인으로 인해 저담보 대출이나 단순 계약과 같은 기본적인 경제 활동을 수행할 수 없는 어려움이 현 웹3 생태계에 존재한다. SBT가 웹3 생태계에 ‘사회적 정체성의 도입’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면 웹2 의존성을 극복하고 생태계 확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비탈릭 부테린이 발간한 SBT에 대한 논문을 들여다보면서 SBT의 기대 효과와 적용 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부테린의 SBT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용어를 정의하고 있다.
게임에서 영감 얻은 ‘소울바운드 토큰’ 제시한 이더리움 창시자[비트코인A to Z]
NFT에 부여될 ‘SOUL’…시장의 혁신과 확장SBT의 도입은 아티스트가 소울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특정 아티스트에게 속한 소울을 거쳐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발매한다면 소울이 가진 명성·소속 등의 특성이 작품에 투영될 것이고 구매자로 하여금 해당 NFT의 진위나 희소성을 더욱 쉽게 판별할 수 있다.

특정 작업이 이뤄진 시점에 대한 정보만을 다루는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이 창작물을 다룰 때 그것을 사회적 맥락과 분리했던 것과 달리 SBT는 사회적 신원을 추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에 창작물을 사회적 맥락과 재연결해 더욱 풍부한 서사를 창조하고 그 가치가 신뢰받는 커뮤니티에 의해 뒷받침되도록 만든다. 또한 SBT의 이러한 기능을 통해 진위 여부와 평판의 평가를 통해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예를 들면 대여 서비스 등)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신원 부여를 통한 대출 시장의 확장도 가능하다. 평판 혹은 신용 평가를 통해 창출해 낼 수 있는 금융 가치 중 가장 큰 것은 아마 신용이나 무담보(uncollateralized) 대출 시장일 것이다. 전통 금융 생태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무담보 대출 상품이 있고 이러한 상품들은 대개 중앙화된 방식으로 책정된 고객의 신용 평가 점수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충분한 신용 데이터를 쌓지 못한 사람들, 즉 소수 계층과 가난한 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불리한 점수를 부여하며 이는 사회적 차별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SBT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신용 생태계는 검열 저항, (하향식 신용 평가 시스템을 대체하는) 상향식의 사회적 신용 시스템을 구축한다. 학위 증명, 이력, 대출 기록 등을 나타내는 SBT를 통해 소울은 명성을 쌓아 나갈 수 있고 대출에 필요한 필요 담보물의 크기를 줄여 나갈 수 있다. 또 SBT와 부채 간의 상관성을 계산할 수 있는 점은 오픈 소스 대출 시장을 형성하고 SBT와 상환 리스크 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신용도를 예측하는 등의 더욱 진보한 대출 알고리즘의 탄생을 촉진할 것이다.

이러한 대출 시장의 혁신은 중앙화된 신용 평가 인프라의 역할을 줄일 것이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의 역할을 증대시켜 상환 과정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던 기존의 대출 방식에서 커뮤니티가 대출자의 상환 과정을 관리하는 대출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다.

SBT의 도입은 웹3 생태계의 활동 주체인 소울에 신원을 부여함으로써 많은 활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토큰 외에 커뮤니티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방안으로 작용해 더 다양한 커뮤니티를 창출해 내고 NFT에 더 풍부한 이야기를 담거나 대출 시장에 신용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다.

또한 각 주체가 보유한 SBT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탈중앙성 평가를 통해 웹3에 씌워진 황금 만능주의의 오명을 벗기고 진정한 탈중앙화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거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 특성을 가진 웹3 생태계에 신원을 나타내는 요소인 SBT가 도입된다면 현실과 구별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탈중앙화 사회(DESOC : Decentralized Society)’의 출현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디파이 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