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과학’이란 책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요즘 고래 얘기 하나쯤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인용해 봤습니다. 저자는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들도 공감이라는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례를 언급합니다. 핵심 주장은 “진화가 공감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세상엔 타인에 대한 착취만 난무할 것이다” 정도 아닐까 합니다.
이 사례를 보면서 동물들도 갖고 있는 능력,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이 공감이라며 그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편견은 아닐까.개인적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몇해전 한 부서의 부장으로 발령났을때 일입니다. 같이 일하게 된 부서원들의 명단을 봤습니다. 대부분 과거에 함께 일해본 적은 없던 후배들이었습니다. 어린 후배들이 많았습니다. 명단을 보면서 이런 저런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들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저렇고.
순간 두려워졌습니다. 과거에 개인적 인연이 얽혀 나에게 전해진 말들로 누군가를 규정해버리는 것, 그것이 새로운 부서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래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겪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에 필요하지 않은 기타요소를 걷어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손이 빨라 급하게 일을 시키기 좋았고, 깊이 있게 파고 드는 게 장점인 친구, 글을 완벽하게 쓰는 친구, 무슨 일을 시켜도 안심이 될 정도로 정확한 친구 등. 이들과 함께 2년간 적지 않은 일을 큰 무리없이 해냈습니다. 편견을 걷어내니 새로운 점이 보인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그때입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내부에서는 이 소재가 적절한지 반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성공은 이미 주가를 움직였고 수출을 앞두고 있는데 경제 이슈가 아닌 게 어디 있겠느냐고 할수도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사회와 조직운영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고 편견이 가져온 정치 · 사회 · 경제적 피해가 엄청난 것을 알고 있기에 다루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스타도, 막장 스토리도 없이 시청률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비결은 다양합니다. 실증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 박은빈이라는 배우의 탁월한 연기력, 자폐 변호사라는 뜻밖의 소재, 매력적인 조연 등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에 이은 슬로 드라마의 성공이라는 평론가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한국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위안을 받는다고 해서 선한 드라마라는 평도 있습니다.
깊이 있는 성공 요인 분석은 평론가들에게 맡기고 그중 메시지가 될 만한 몇 가지 주제를 추려 냈습니다. 우선 편견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제목 자체가 편견에 대한 일침으로 들립니다. 다름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질타겠지요. 또다른 키워드는 독서입니다. 박은빈 연기력의 기초가 된 것은 독서라고 한 데서 착안했습니다. 명사들의 추천 도서도 담았습니다. 이 밖에 권모술수와 관련된 직장 생활, ‘듣보잡’ 채널 ENA를 관심 채널로 바꿔 놓은 KT 얘기도 다뤘습니다.
휴가철입니다. 여행 가방을 챙기면서 한 권의 책 정도는 넣어가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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