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네이버
[ESG 리뷰] 지난 6월 21일 방문한 네이버 1784 사옥. 노출 콘크리트로 된 견고하면서 개방감 있는 실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넓은 사옥 곳곳에 배치된 식물이 싱그러워 보였다. 직원들은 출입할 때 사원증을 센서에 태그하는 대신 얼굴로 인증했다. 네이버 클로바의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이용한 페이스 사인이다. 마스크를 쓴 채로도 얼굴 인식이 가능했다. 한국의 대표 정보기술(IT) 회사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건물 지번인 정자동 178의 4와 산업혁명이 시작된 1784년에 착안해 이름 지은 신사옥 1784는 지하 8층, 지상 28층 규모로 바로 옆에 있는 기존 사옥인 그린팩토리의 1.6배 규모다. 그린팩토리와 마찬가지로 LEED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LEED는 건물의 전 생애 주기에 걸친 친환경성과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그린 빌딩 인증으로 플래티넘 등급이 가장 높다.
사원 아이디어로 재활용 기기 설치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회의실이었다. 겉보기엔 일반 회의실이지만 손잡이가 아닌 손잡이 옆 손 모양 버튼에 손을 대기만 하면 문이 열린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위생을 고려해 설계한 것이다. 네이버랩스에서 연구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과 장애인도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문턱도 모두 없앴다. 커피를 주문하면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의 자율 주행 로봇 ‘루키’가 배달해 준다. 루키는 주문한 커피를 쟁반에 싣고 정확한 곳으로 이동해 배달한다. 배터리 충전량이 낮아지면 커피숍 옆 지정된 장소에서 스스로 충전한다. 루키는 도시락 배달도 가능하며 우편물도 수령해 준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커튼처럼 보이는 이중벽(더블스킨)이 눈에 띈다. 회의를 하는 동안 각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회의실 온도·조명·환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중벽인 루버가 닫혔다 열리며 자연광도 조절된다. 앱을 켜면 현재 온도와 습도가 나온다. 온도는 최저 섭씨 영상 17도 최고 섭씨 영상 32도까지 내리고 올릴 수 있다. 조명도 최고 100%부터 0%까지 조도를 맞출 수 있고 루버는 5단계 각도로 움직인다.
루버는 겨울엔 태양광을 이용해 난방비를 절감하고 여름엔 뜨거운 햇볕을 막아 냉방비를 절감한다. 조성엽 네이버 환경팀 담당은 “건물 외벽에 유리 창호를 한 겹 덧댄 것으로 창호 사이에 바람길을 조성해 햇볕으로 발생하는 열을 건물 외부에서 흡수해 자연스럽게 식힐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옥상에는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연간 123MW의 전력을 생산한다. 빗물과 생활용수 재활용 시설, 수축열, 지하 240m 아래 지열을 활용하는 시스템도 설치했다.
환기를 위한 공조 시스템도 눈에 띈다. 한국의 민간 고층 건물 최초로 모든 천장 공간에 공조 배관을 넣어 찬물이 흐르게 했다. 바닥에서 시원한 바람이 올라가고 동시에 천장에서 시원한 공기가 내려오는 복사 냉방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일반 건물 대비 연간 13%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 같은 공조 시스템은 층간 공기 오염을 막아 감염병 확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네이버 신사옥은 절수형 위생 기구와 중수 처리 시스템을 통해 물 사용량을 연간 38% 절감한다. 1784의 단위 면적당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연간 ㎡당 160.7kWh로,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제공하는 건물 평균값(연간 ㎡당 217.9kWh)보다 26% 정도 낮다.
폐기물 관리에도 신경 썼다. 친환경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와 협력해 다회용 컵을 제공하고 각 층에 컵 회수 공간을 설치해 일회용 쓰레기를 줄였다. 또 캔·페트병·우유팩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수퍼빈과 협력해 인공지능(AI) 리사이클링 기기를 설치했다. 재활용에 참여 시 제공하는 크레디트는 사내 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신상미 그린임팩트 ESG팀 담당은 “구성원이 친환경에 관심을 갖고 많은 의견을 내놓는다”며 “1784에 분리 수거 쓰레기통을 두자는 것도 직원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40 카본 네거티브’ 목표 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 스코프 1·2 배출량 60% 감축이라는 중간 목표를 수립했다. 지난해에는 환경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부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환경 경영 체계 구축도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업무 차량 전기차 전환, 공사 중인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 등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계약 추진 등을 차례대로 이행해 나갈 예정이다. 또 환경 경영 체계(ISO-14001) 정착과 개선에 나서고 사업장별 환경 관련 온실가스와 수자원, 폐기물의 핵심 성과 지표(KPI)도 설정한다. 네이버는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클라이밋 체인지, EV100(전기차 100%) 등 네이버의 산업 특성에 맞는 친환경 이니셔티브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 강화…AI 윤리 준칙 제정
네이버는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물론 업종별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에 따른 SASB 보고서, 기후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춘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보고서 등 세 종류의 보고서를 통해 비재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2020년 네이버는 친환경 이커머스 생태계 조성, 구성원 성장 몰입 지원, 파트너 성장 지원 확대, 주주 가치 제고, 2040 카본 네거티브 달성, 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리스크 최소화, 공정거래, 윤리 경영 강화 등을 중·장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으로 설정했다. 친환경 생태계를 위해 녹색소비 얼라이언스와 친환경 상품 브랜딩을 강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인권 경영과 ESG 리스크 관리를 위해 위한 파트너 ESG 관리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2021년부터 스마트스토어 상품 상세 페이지에 제품의 환경 인증 정보를 제공하는 ‘환경 표지 인증 정보’ 제공을 시작했다.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에 환경 표지 로고를 표시해 자발적 환경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내에 1350여 건의 환경 표지 상품이 등록괘 있다.
‘동네 시장 장보기’ 서비스의 입점 가게를 중심으로 100%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한 친환경 봉투도 지원한다. 폐기물 저감(less waste)을 넘어 폐기물 제로(zero waste)가 목표다. CJ대한통운과 제휴한 친환경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는 100% 종이로 된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 주문을 630만 건 출고했다. 이를 통해 박스당 비닐 사용량 29g으로 계산해 총 182.7톤의 비닐 포장재를 절감했다.
IT 업종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는 정보 보안과 프라이버시, 이용자 보호 및 서비스 책임이다. 네이버는 현재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겸직해 개인 정보 리스크를 관리하며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고경영자(CEO)를 의장으로 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출시와 개편 시 적용되는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검토한다.
네이버는 개인 정보 수탁자 개인 정보 취급 점검 활동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법령에 따라 40개 점검 항목을 설정하고 이를 리스크에 따라 상·중·하로 분류해 위반하면 페널티 스코어를 부과한다. 주민번호 같은 고유 식별 정보를 처리하는 부서는 고유 식별 정보 안전성 확보 조치 준수 사항 점검도 별도로 실시한다. 고객의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 존중을 위해 한국 최초로 네이버 서비스 이용 시 발생한 개인 정보 수집 및 이용 내역과 본인이 동의한 ‘제3자 제공’ 이력을 개인 정보 이용 현황 페이지를 통해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또 매년 2회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해 개인 정보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그린인터넷 캠페인을 통해 음란 게시물 차단, 불법 게시물 차단, 아동·청소년 보호, 저작권 보호, 개인 정보 보호, 이용자 만족 및 보호 등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와 함께 ‘인공지능(AI) 윤리 준칙’을 만들고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네이버-SAPI AI 리포트를 발간했다. 리포트는 AI가 어떤 기술로 구성되고 이 기술이 네이버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AI 윤리 준칙은 사람을 위한 AI 개발, 다양성의 존중, 합리적 설명과 편리성의 조화, 안전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 보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네이버는 포털 내 욕설, 혐오 표현 등 악성 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댓글 닉네임과 활동 이력 공개, 특정인의 댓글 차단 기능을 도입했고 2021년 초에는 욕설뿐만 아니라 과도한 성적 표현까지 차단하도록 이를 업그레이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람 중심 경영을 선언하고 사내 인권 현황 진단을 실시했다. 인권 영향 평가, 조직 문화 평가, 고용노동부 특별 근로 감독 결과, ESG 외부 평가 기관 진단 결과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근절, 과중한 노동 문화 개선 등 중점 개선 과제를 도출했고 차별 금지, 결사·단체 교섭의 자유 보장, 안전·보건, 개인 정보 보호, 디지털 안전, 서비스 접근성 증진,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 AI 윤리 등이 잠재 과제로 선정됐다. 현재 네이버의 전체 리더 직급 중 여성 비율은 27%로 높은 편이다. 사내 독립 조직인 CIC 대표를 포함한 C 레벨 중 여성 비율도 16%에 달한다.
[인터뷰] 김민 네이버 IR·ESG 담당 책임리더
“친환경 커머스 촉진하는 생태계 구축” - 네이버는 ESG 이슈를 어떻게 관리하나.
“이사회 내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_) 관련 안건을 처리하는 ESG위원회가 있다. ESG를 전담하는 곳은 그린임팩트팀이다. ESG 특성상 인사·노무·환경·지배구조·이사회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린임팩트팀의 주관으로 각 조직이 상시적으로 코워킹한다. 연간 단위로 고도화할 과제를 추진하면서 성과 관리도 함께 하고 있다.”
-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했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통해 탄소 발생량을 줄여 나가려고 한다. 탄소 배출량은 직접 배출인 스코프 1과 사업 운영상 간접 배출하는 스코프 3, 공급망을 포함하는 스코프 3가 있다. 최근 지난해 스코프 3 배출량을 산정 중이다. 배출량 산정을 통해 기준선을 잡아 감축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이를 개선해 카본 네거티브 목표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업종은 디지털 윤리와 개인 정보 보호가 주요 이슈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IT 업종의 다양한 리스크를 관리한다. 개인 정보 보호 규정도 한국과 해외 규정에 자발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사용자 창작 콘텐츠(UGC)에서 불법 게시물이나 음란성 게시물 등을 차단하는 등 이용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인터넷 캠페인이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AI 윤리 준칙을 서울대와 함께 만들었다. 최근에는 사내 인권 평가를 실시하고 그 내용을 반영해 10대 인권 지침을 제정했다.”
- 파트너 성장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파트너와 함께 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구성원·판매자·창작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과 협력하고 같이 성장해야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 파트너를 돕는 ‘프로젝트 꽃’에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포함된다. 소상공인도 창업자이고 창작자가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커머스 사업자들을 위해 사업 컨설팅과 비용 지원, 수수료 감면 등을 해주는 ‘디커머스 프로그램’이 있다.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근에는 친환경 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공들이고 있다. ESG 확산을 위해 친환경 상품에 대한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그런 상품이 잘 판매되도록 지원한다. 친환경 포장재를 활용한 물류와 최적화된 배송도 지원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2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