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 도용 행위’ 적용 가능…미래 대비해 관련 법 적극 논의 필요

AI가 만든 창작물,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김우균의 지식재산권 산책]
인공지능(AI)이 음악·미술·시·소설 등을 창작했다는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보통 이런 창작물들은 저작권으로 보호받게 된다. 그러면 AI가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가 갖게 될까. 가장 먼저 전제되는 것은 AI는 사람(人)이 아니라 권리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논외로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 문제는 AI를 구입해 사용한 사람일까, 아니면 AI 알고리즘을 만든 개발자일까. 또 AI가 만든 창작물을 복제·전송 등 이용하려고 할 때, 누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까. 이 문제는 도대체 누가 ‘창작자냐’라는 질문과 직결돼 있다.
AI 구입자·학습자·개발자 모두 대상 아냐
AI가 만든 창작물,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김우균의 지식재산권 산책]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고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이며 저작자가 저작권을 가진다(저작권법 제2조 제1, 2호, 제10조). 창작자가 저작자가 되고 저작자가 저작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AI를 활용한 창작 과정을 보면 AI 창작물에 대해 과연 사람이 창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면 AI를 구입해 사용한 사람을 예로 들자. AI를 구입해 사용한 사람이 AI가 어떤 음악을 작곡하는 데 사람이 한 일이라고는 이를테면 ‘따뜻한 봄날의 정취가 느껴지는 밝은 톤의 노래를 만들어라’는 정도의 명령을 한 것뿐이다. 이는 AI가 만들어 낸 구체적인 선율에 대해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법원은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93다3073 판결 등). 이 정도의 기여만으로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AI 알고리즘을 개발한 사람 혹은 AI를 학습시킨 사람일까. AI 알고리즘을 개발한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AI가 작곡을 할 수 있게 하는 논리 구조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AI가 만들어 낸 구체적인 선율 자체의 창작에 기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A라는 소설가에게 소설 창작 방법을 가르친 선생님을 A소설가가 창작한 소설의 저작자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AI의 딥러닝을 위해 수많은 음악 저작물들을 선별해 AI에 제공한 사람 또한 AI가 만들어 낸 구체적인 선율 자체에 대해서는 단순히 소재나 자료를 제공한 것 정도에 불과하므로 저작자로 보기 어렵다.

이처럼 현행 저작권 법령상으로는 AI 창작물의 저작자를 정하기 어렵다. 이는 AI 창작물을 저작권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누구나 AI 창작물을 허락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오해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그 누구도 AI를 개발하거나 구입하지 않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관련 산업과 문화 발전에도 역행하게 된다. AI 창작물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호가 필요하다.

중국 법원은 AI가 작성한 주식 시장 분석 기사를 저작물로 인정하고 해당 AI를 구입해 사용한 회사를 저작자로 인정하는 판시를 한 바 있다. 회사 내의 특정 부서가 AI에 대한 데이터 제공, 트리거 조건의 설정, 알고리즘 모델의 훈련 등을 담당했는데 이와 같은 행위가 일종의 창작 행위라고 본 것이다. 구체적인 행위의 내용은 사안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은 행위 정도를 두고 일률적으로 창작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구체적인 법률 규정이 없는 현재로서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성과 도용 행위’로 의율해 보호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제2조 제1호 파목). AI 창작물은 AI를 구입하고 학습시킨 사람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로 평가할 수 있고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의 창작 과정과 AI 창작물의 사용과 유통 현황을 잘 반영한 새로운 법령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