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터리 사업 실탄 확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NCM9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NCM9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온이 국내외 정책 금융 기관으로부터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해 유럽 배터리 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SK온은 28일 독일 무역보험기관인 오일러 헤르메스,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총 20억 달러(약 2조 6240억원)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SK온은 이번에 확보한 재원을 헝가리 이반차 시에 건설 중인 유럽 3공장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총 3조 3100억원이 투자되는 이반차 공장은 2024년부터 연간 기준 전기차 4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3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는 SK온의 유럽 배터리 사업이 국익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오일러 헤르메스는 SK온의 배터리를 장착한 자국 폭스바겐 자동차가 해외 시장에 수출된다는 점에서 파이낸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재무관계자는 “이번 재원 마련은 SK온이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다양한 재원 마련책을 통해 기업 성장을 뒷받침 해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3개 기관은 SK온이 해외 상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과정에서 보증을 서거나 보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오일러 헤르메스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각각 8억 달러와 7억 달러 규모의 보험을 제공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억 달러의 보증을 선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동시에 3억 달러를 직접 SK에 대출한다.

SK온은 이를 토대로 오는 8월부터 7개 해외 상업은행으로부터 순차적으로 자금을 인출할 예정이다. 2년 거치 5년 균등 분할 상환 조건으로, 장기 대출 형식이다.

SK온은 2021년 10월 물적분할로 설립됐을 당시부터 3개 기관 및 해외 상업은행들과 긴밀한 협의를 가져왔다.

파이낸싱에 참가한 3개 기관은 모두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다. ECA는 자국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국익을 창출하기 위해 기업에 직접 대출해주거나 대출 과정에 보증 또는 보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게 된다.

SK온이 이번 그린 ECA 파이낸싱을 통해 확보한 20억 달러는 세계 배터리 업체의 ECA딜 중 최대 규모다. 오일러 헤르메스가 한국 기업을 지원한 사례 중에서도 최대다.

SK온은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이미 수주 받은 다량의 공급 물량과 탄소를 절감하는 대표적 그린 비즈니스라는 점을 ECA들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이 대규모 투자재원을 확보함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 역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선제적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처음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9위를 차지하며 10위권에 진입한 후, 2년만인 2021년 5위까지 순위를 높였다.

SK온은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를 통해 2017년 1.7GWh였던 생산 능력을 2022년 말 77GWh로 늘리고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