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 CJ제일제당

[ESG 리뷰]
 이젠 100% 썩는다…자연으로 돌아가는 플라스틱
지난 7월 26일 찾은 경기도 수원시 CJ블로썸파크. 7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마스크 사이로 스며 들어오는 쿰쿰한 냄새는 이곳이 미생물을 발효하는 공간임을 상기시켰다. 다양한 물질을 다루는 연구실인 만큼 복도 천장에는 비상 샤워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 통합연구소인 CJ블로썸파크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의 현주소를 볼 수 있었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생분해 평가 연구실’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였다. 생분해 능력을 검증하는 중이었다. 한 연구원이 생분해 설비실 문을 열자 투명한 원통이 줄지어 있고 그 안에는 흙이 담겨 있었다. 장치와 연결된 모니터에선 그래프가 눈에 들어왔다. “흙 속에 PHA(Poly Hydroxy Alkanoate) 샘플을 넣어 온도를 맞추고 해당 온도에서 분해되는지 체크한다. 분해되고 나면 이산화탄소가 나오데, 그 수치를 측정하는 중”이라고 이영민 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부장이 설명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또 다른 연구원이 이번에는 2개의 비커를 가지고 왔다. 한 곳에는 종이컵이, 또 다른 곳에는 김 트레이가 담겨 있었다. 종이컵은 분해가 가속화돼 형체가 무너진 모습이었고 트레이도 부식된 것이 확연히 보였다. 플라스틱 몸체에 구멍이 뚫려 분해되는 모습이 생생했다. 종이컵과 김 트레이 모두 PHA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흙 속에 담아 상온에서 3개월을 놓아 둔 결과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정 조건이 아니면 잘 분해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PHA를 선보이면서 흙 속에서도, 해양에서도 분해된다는 인증을 획득했지만 실제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아도 분해되는지 상온에서 확인해 본 것”이라고 이 부장은 설명했다.

종이컵이 썩지 않는 이유는 폴리에틸렌

일반적으로 종이컵이 썩지 않는 것은 종이컵 안쪽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하기 때문이다. 종이컵에 폴리에틸렌 대신 PHA 코팅을 해보니 3개월 후 상당 부분 분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이컵보다 더 큰 성과는 김 트레이에 있다. PHA와 PLA(Poly Lactic Acid)를 혼합한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PLA는 시중에 나와 있는 대표적 생분해 플라스틱이지만 섭씨 영상 58도, 습도 70% 이상, 퇴비화 설비 등 특정한 공정을 거쳐야 분해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반 환경에서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린 워싱’ 논란의 포인트였다. PHA 자체의 생분해 능력은 100%다. 그런데 PHA와 섞었을 때도 PLA의 분해를 촉진하는 ‘부스팅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20 대 80 비율로 PHA와 PLA를 섞었을 때 20%만 썩는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고 PLA의 생분해를 촉진한다는 데이터를 확인했기 때문에 ‘원천 기술’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아직 3개월 관찰한 결과지만 다른 조건으로 더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CJ제일제당은 PHA 기반의 다양한 컴파운딩 소재를 개발하는 데 동력을 얻게 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최근 탄소 중립과 함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 방안으로 꼽힌다. 매년 플라스틱이 늘고 있지만 재활용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플라스틱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이 플라스틱 연구하는 이유

CJ제일제당은 특히 PHA를 통해 플라스틱의 미래를 열어 가고 있다. PHA는 미생물이 세포 안에 쌓아 놓는 고분자 물질이자 자연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크게 생분해성과 사용 원료에 따라 4가지로 구분하는데, 그중 PHA는 생분해되면서 바이오 원료에 해당한다. 토양과 해양을 비롯한 대부분 환경에서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김현동 CJ제일제당 부장은 “기존 생분해 소재는 제한된 환경에서만 분해되거나 석유화학 계열 원재료로 만드는 반면 PHA는 바이오 원료로 만들고 바닷물에서 100% 생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중요한 원료 소재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바이오연구소 연구현장 /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 연구현장 / CJ제일제당
PHA를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현재 전 세계에 3곳뿐이다. CJ제일제당과 미국의 대니머 사이언티픽, 일본의 가네카, 그중에서도 비결정(非結晶)형 aPHA(amorphous PHA)를 대량 생산하는 기업은 CJ제일제당뿐이다. 대니머 사이언티픽과 가네카는 주로 결정형(cPHA) 혹은 반결정형(scPHA)을 만든다.

aPHA는 고무와 비슷한 부드러운 물성을 지녀 포장재나 비닐봉지 등 변형이 필요한 여러 품목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부장은 “기존 생분해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세상에 없던 플라스틱’을 만들어 환경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연간 매출 약 3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그린 바이오 분야에서 수십 년간 미생물 관련 기술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60여 년간 아미노산 등 대량 발효의 업력을 기반으로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생분해 소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아미노산과 PHA는 미생물에 원재료를 투입해 발효 과정을 거쳐 생산·정제한다는 공정상의 유사점이 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그린 바이오 사업을 넘어 PHA로 대표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택했다.

특히 2016년 PHA 생산 기술 선도 업체인 미국 벤처기업 메타볼릭스의 기술과 자산을 인수하면서 PHA 기술 개발의 토대를 닦았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PHA 생산 기술 고도화를 시작했다. 기존 그린 바이오 사업 역량인 합성 생물학 기술과 대형 발효 기술을 접목해 ‘스케일업’에 성공, PHA 기술을 상용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자체 설비 투자를 통해 PHA를 생산,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의 전용 생산 라인에서 연간 5000톤 규모로 acPHA 양산을 시작했다. 또 scPHA 생산 라인 착공에 돌입, 2025년에는 PHA 생산 규모를 연간 6만5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PHA 연구에서 다양한 균주에 대한 노하우와 발효 공법은 PHA 규모를 늘리는 핵심이 된다. CJ제일제당이 메타볼릭스에서 PHA 기술의 지식재산권을 취득했지만 연구 단계에서 소규모로 생산하던 기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먼저 ‘PHA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소재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야 했다. 그 답은 기존 아미노산을 만들던 발효 공법, ‘개량화’에 있었다. 자연 상태의 미생물을 그대로 사용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생물을 배양하고 개량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균주로 만드는 것이다.

생분해 평가 연구실 바로 옆 방에서는 실제 PHA를 만들 수 있는 균주를 키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명한 원통(발효조) 안에 대장균을 넣고 온도와 습도 등 조건을 달리하면서 균주를 키우는 과정이었다. 발효조를 들여다보니 물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산소를 일으키고 호스를 통해 당분도 공급받고 있었다. 연구진이 각 균주의 성장 정도를 확인할 때는 다른 균주에 오염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해 물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실험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은 균주는 몸속에 PHA를 점점 채워 가며 점점 자라나게 된다. 다양한 균주 후보군 가운데 생산 능력이 좋은 균주는 이후 발효·정제 과정을 거쳐 PHA 플라스틱으로 변모한다.

실제 만져본 aPHA는 말캉말캉한 쌀알과 같았다. 실제 PHA는 플라스틱의 ‘식량’으로 이 소재를 활용해 비닐봉지·빨대·식품 용기·멀칭 필름·부직포·종이컵·박스·의료용 봉합사·화장품 용기 등 다양한 용도로 만들 수 있다.

PHA는 단량체의 종류와 조성에 따라 150종 이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제일제당의 PHA는 특히 ‘해양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생분해의 분해 난이도는 산업·가정·토양·해양으로 구분되며 해양이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해양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것은 산업·가정·토양에서도 분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은 ‘실험실 밖’으로 나가 일상 환경에서 생분해가 가능한지 실험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함께 서해 대부도 연안에서 실험을 통해 PHA의 해양 생분해 능력을 확인했다. KCL은 aPHA와 scPHA 그리고 곡물 유래 생분해 소재인 PLA 필름(A4 용지 크기)을 바닷속에 넣은 뒤 11주 동안 2주 간격으로 무게 변화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aPHA의 무게는 약 57%, scPHA 무게는 약 28% 감소했다. 반면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되는 산업 생분해 소재인 PLA 필름의 무게는 불과 1.2% 줄었다. ‘PHA가 바다에서 잘 분해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고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KCL과 협업해 PHA의 생분해 특성에 대한 분석을 이어 갈 계획이다. 현재 PHA와 다른 생분해 소재를 섞어 만든 포장재와 빨대 등의 해양 생분해 실험을 진행 중이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측정하고 있다. 또 피부 접촉 시 알레르기 반응 등 사람에게 미치는 유해성도 확인할 방침이다.

PHA의 가격은 기존의 석유화학 플라스틱에 비해 3~4배 정도 비싼 편이다. 아직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 원가가 높은 데 따른 것이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수요 확대에 따라 생산량이 늘어나면 원가 절감도 가능해지고 기존 플라스틱과 가격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하나 극복할 과제는 물성이다. PHA는 100% 생분해가 가능하지만 물성이 약하고 열에 강하지 않아 타 생분해 소재와 컴파운딩해 개질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인 ‘햇반’에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고온을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PHA를 단일 소재뿐만 아니라 이른바 ‘플랫폼’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PHA는 PLA나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같은 다른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와 혼합해 강도·물성·생분해도를 개선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성 수지 컴파운딩 가공 1위 기업 HDC 현대EP와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법인(JV)을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컴파운딩을 위해 현재는 PLA를 주로 활용하지만 2024년께부터 acPHA와 scPHA를 혼합하면 생분해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장동은 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CTO(연구소장)·윤기철 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어플리케이션 센터장

“급성장하는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산업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
(왼쪽) 윤기철 센터장 (오른쪽) 장동은 연구소장 / 이승재 기자
(왼쪽) 윤기철 센터장 (오른쪽) 장동은 연구소장 / 이승재 기자
- 아직 한국에서 생분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바이오 플라스틱의 범주에 포함하는데 용어를 혼용하면서 혼선을 주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바이오 플라스틱이 실제로 생분해되는지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이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 시작을 선언한 이후 많은 브랜드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문제를 중요한 환경 이슈로 인식하고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친환경 제품을 적극 수용하는 경향이 분명해지는 점이 고무적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고가지만 브랜드들의 니즈는 높은 편이다. 가격의 차이를 소비자 니즈로 극복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왔다고 판단한다. 시장은 이미 열리고 있다. 관건은 다양한 소재와 활용처의 개발에 있다.”(장동은 연구소장)

-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 시장은 유럽과 미국에 비해 제도적 지원이나 환경 규제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장규모가 아직은 매우 작다. 전 세계적으로는 올해 전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을 400만 톤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2026년에는 750만 톤 규모로 예측한다. 급격하게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정부·산업계·학계 등이 함께 노력해 제도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윤기철 센터장)

- 한국 사업 과정에서 애로 사항은 무엇인가.

“20여 년 정도 한국에서도 생분해가 꾸준히 이슈화됐다. 하지만 소재가 따라오지 못했다. ‘진짜 생분해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게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 CJ제일제당이 최근 PHA(Poly Hydroxy Alkanoate)를 개발해 론칭했는데 대표적 바이오 플라스틱인 PLA(Poly Lactic Acid) 수준을 넘어서는 생분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PLA의 분해를 촉진한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앞으로 생분해에 대한 과학적 뒷받침을 마련하면서 산업 생태계를 함께 조성해 나가면 이 소재에 대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윤기철 센터장)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가 플라스틱 분류 체계에서 기타(other)에 들어간다. 생분해 플라스틱임에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일각에선 생분해 플라스틱이 오히려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방해한다는 논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산업의 사이즈가 커져 하나의 별도 분류 체계가 된다면 기타가 아니라 바이오 플라스틱만을 모아 재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재활용 비용도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물량이 확보되지 않다 보니 재활용 분류 체계를 따로 만들 수 없고 폐기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플라스틱 소비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생분해된다’는 말과 ‘재활용한다’는 말은 상충되는 상황이 아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장려하는 것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유도하는 효과를 낸다는 우려는 산업이 제대로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종의 과도기적 오해인 것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우리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주도권을 갖고 접근할 수 있다.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다. 그래서 산업을 키우는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친환경 프레임으로만 보면 안 된다.”(장동은 소장)

- 가능성이 큰 이유는 무엇인가.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이 열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시장을 주도하려는 국가에서 소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유럽에서 PHA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유럽연합(EU)에서는 계속 바이오 함량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상당 부분 시장에 맡겨 두는 상황이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산업이 성장하면 정부가 서포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한국은 좋은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PHA를 개발하고 타사에서는 PBAT·PBS 등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산업을 하루빨리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한국이 국가 표준을 만들고 제안한다면 세계적으로 산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장동은 소장)

- 생분해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일각의 우려는 산화 생분해(oxo-biodegradable)에 관한 내용이다.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적 석유계 플라스틱에 촉매를 넣어 만든 것으로, 햇빛에 쪼이면 작게 쪼개져 말 그대로 미세 플라스틱이 생긴다. 아직 바이오 플라스틱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유럽을 중심으로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이와 다르다. 생분해되고 나면 물과 이산화탄소만 남는다. 더욱이 PHA는 생분해가 일어나기 어려운 해양 조건에서도 생분해된다는 인증을 획득했고 다른 생분해 플라스틱의 분해를 촉진하는 부스터 역할도 한다. 실제로 PLA는 토양에서 분해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PHA를 30% 이상 섞을 경우 분해되는 고무적 결과를 확보했다.”(윤기철 센터장)

- 아직은 물성이나 분해 속도 등의 한계가 있다. 향후 기술의 키워드와 목표는 무엇인가.

“바이오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바이오 플라스틱의 물성 한계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바이오 플라스틱과 블렌딩하거나, 바이오 플라스틱의 화학적 구조를 변경하는 등 기술을 개발 중이다. 물성 개선을 통해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이 가진 다양한 물성 범위를 대체하고 더 많은 영역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갈 것이다.”(윤기철 센터장)

- 생분해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기술이 개발되자마자 모든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한다는 무리한 낙관은 지양했으면 한다. 제기되고 있는 그린 워싱인 ‘생분해 제품이라고 해서 땅속에 묻었더니 분해되지 않는다’는 기사는 현 상황에선 당연해 보인다. 아직은 바이오 플라스틱의 물성이 부족해 다른 소재와 혼용하며 대표적 바이오 플라스틱인 PLA는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의 물성을 개선하고 PHA 같이 해양에서도 생분해되는 소재를 꾸준히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하고 유통하기 위해서는 전반적 밸류 체인의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산업 생태계를 건실하게 구축하는 기반 아래 지속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바이오 플라스틱이 순환 경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장동은 소장)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5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