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전문가, 시장 한랭전선 지속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대규모 주택 공급까지 계획돼 있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한랭전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상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가계에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주택 수요 억압 및 주택 거래가 급감, 주택가격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의 시세 반영은 연속적이기보다는 단속적(불연속적)인 점을 감안할 때 물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밖에 없으며,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경제 저성장 추세를 감안할 때 시차를 두고 다시 저금리 시대로 되돌아갈 것이며, 이번 고금리 사태는 홍역처럼 앓고 지나가는 것으로서 화폐가 팽창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명목가격의 영원한 우하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테니 지금 팔고 나중에 저점 매수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위험한 생각”이라며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 다주택자는 집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지만 집값이 싼 지역의 경우 이번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으로 바꾸기로 한 만큼 굳이 서둘러 팔 필요는 없다”며 “한 채는 거주하고 한 채는 월세를 받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그는 "실수요자들이 불황을 이기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바로 빚 줄이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위원은 “요즘 수도권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 고점 대비 30%, 심지어 40% 하락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연 2%를 돌파하면서 주택 시장이 냉각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경기도 안양 동안구(–2.27%), 수원 영통구(–2.26%), 화성(–2.20%)에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수도권에서 2% 이상 하락한 곳은 이들 지역뿐이다. 같은 기간 세종(–3.87%)보다는 하락 폭이 작지만 대구(–1.89%)보다 훨씬 크다. 의왕(–1.28%)도 올해 들어 7월까지 수도권 평균(0.83%)보다 더 빠졌다. 서울 지역에서는 25개구 중 성북구(-0.3%)에서 유일하게 하락했다.

박 위원은 “통계가 보여주듯 이번 아파트값 하락세는 수도권에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며 “일부 수도권 아파트 값이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고 전세를 낀 갭투자가 많았고 여기에 GTX에 대한 기대감까지 폭발했다”며 “최근 들어 하락 폭이 큰 수원 영통구, 의왕, 안양동안구는 모두 GTX C노선 경유 지역으로서 가격이 많이 오르면 하락할 때 더 많이 떨어지는 것은 세상 이치”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에 대해 “금리가 다른 호재를 압도함에 따라 금리 파도가 잔잔해지기까지는 거래절벽 속에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개인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1차 고비는 내년 1분기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절세 매물도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