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지 않는 ‘면허 대수 25만’…가맹 사업 확장 ·중개업 진출로 점유율 경쟁

[비즈니스포커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의 주요 모빌리티 기업이 성장 기반을 닦을 기회를 얻은 곳은 단연 ‘택시 시장’이다. 차량 호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고객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 확대의 기회도 얻었다.

카카오를 시작으로 다양한 플랫폼 택시가 진출하면서 시장 경쟁이 더 심화하고 있지만 면허 총량제 때문에 플랫폼 업체가 기존 택시 사업자와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키우기에는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문제 등이 엮여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플랫폼 업체들이 가맹 택시를 늘리거나 호출 시장에 진출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 ‘한정된 자원’ 택시 시장, 플랫폼이 살길은 ‘가맹·중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발표한 전국 택시 산업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택시는 법인 6만6184대, 개인 16만4414대 등 총 23만598대로 집계됐다. 전체 면허 대수는 24만9620대, 운전자 수는 23만9283명이다.

플랫폼 택시가 시장에 진출하기 전인 2014년과 비교해도 시장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4년 6월 당시 전국에 등록된 택시는 법인 8만4729대, 개인 16만4537대 등 총 24만9266대, 전체 면허 대수는 25만5133대, 운전자 수는 28만4160명이다. 올해 6월과 비교하면 전체 택시 수와 면허 대수는 8년 전인 2014년이 더 많았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사업 구역별 총량제’를 통해 면허 대수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대중교통의 확충과 자가용 자동차 증가 등으로 택시의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택시 공급이 과잉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국토부는 총량제 지침에 ‘무분별한 택시 공급을 억제하고 적정 공급량의 안정적 유지를 통해 택시 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택시 총량은 현재 면허 대수과 현재 거리 실차율, 목표 거리 실차율, 현재 가동률, 안정적 가동률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 국토부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총량제를 시행하는 만큼 앞으로도 면허 대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가 2015년 4월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며 플랫폼 업체들이 택시 시장에 뛰어들면서 법인 택시와 개인 택시 외에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이 탄생했다. ‘플랫폼 택시’가 그것이다. 플랫폼 택시는 지난해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타입 1(운송 사업) △타입 2(가맹 사업) △타입 3(중개 사업) 등으로 나뉘는데 타입 1은 총량제가 없는 대신 심의를 받는 형태로 총량을 규제하고 있고 타입 2와 타입 3은 기본 택시와 같은 형태로 운영돼 총량제 안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플랫폼 택시의 핵심 생존 전략은 ‘가맹 택시 늘리기’다. 다수의 면허 대수를 보유·관리하는 법인 택시 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어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택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법인을 인수하는 등 별도로 면허 대수를 확보하는 것은 택시업계와의 마찰을 일으키는 만큼 기존 택시 산업에 영향을 최대한 미치지 않고 플랫폼의 경쟁력만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월간 이용자 수(MAU) 1000만 명 이상을 확보해 택시 호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 온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자회사 티제이파트너스에서 총 9개의 법인 택시 회사를 인수해 900여 대의 면허를 확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면허를 추가 확대할 계획이 없고 자율 주행 등 신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반면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는 적극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2만6000여 대 수준에서 올해 2분기 3만8000여 대까지 확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으로도 가맹 택시를 더 확보할 예정이다.

이 밖에 가맹형 택시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VCNC(타다), 우티(우티), KST모빌리티(마카롱M), 코나투스(반반택시·리본택시) 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나머지 10% 내외의 시장을 여러 업체들이 나눠 먹고 있다”며 “그래서 카카오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이 공개적으로 가맹 수가 얼마인지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조용한 택시’로도 알려진 아이엠택시는 진모빌리티가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코나투스·진모빌리티·우티 등은 가맹 사업뿐만 아니라 플랫폼 중개 사업자로도 등록해 호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합법적 타다’로 인정해 택시 면허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인정한 운송 플랫폼 업체도 있다. ‘타입 1’에 해당하는 코액터스(고요한택시)·레인포컴퍼니(LANE4)·파파모빌리티(파파) 등이다. 다만 운영할 수 있는 택시 수는 지난해 말 국토부에서 지정한 440대(코액터스 100대, 레인포컴퍼니 220대, 파파모빌리티 100대) 수준에 그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