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소비자 신뢰 제고 위한 다양한 시도…‘멘토-멘티 제도’ 등 설계사 전문 교육 도입

[비즈니스 포커스]
박승배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대표. 사진=메트라이프생명
박승배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대표. 사진=메트라이프생명
보험은 유독 소비자들에게 많은 오해를 받는 금융업이다. 2021년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 민원의 60%가 보험 관련 민원일 정도다. 그만큼 보험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이와 같은 보험업계의 뿌리 깊은 불신을 없애기 위해 메트라이프생명이 야심 찬 도전에 나섰다. 메트라이프의 자회사형 보험 대리점(GA)인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MFS)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디딤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GA업계 첫 설계사 ‘장기 성과 보상 제도’
메트라이프생명이 2016년 100% 출자해 설립된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는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GA다. 모회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은 1868년 미국 뉴욕에서 영업을 시작해 올해로 설립 154년을 맞이한 메트라이프 금융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는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국계 GA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에서 도입한 디딤돌 프로그램은 장기 정착한 설계사에 대한 보상 제도다. 설계사가 매월 월납 보험료 20만원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고 기준 유지율을 충족하면 해당 월 초회 보험료의 200%를 매월 적립해 준다. 계약이 5년간 유지되면 100%를 지급하고 이후 24개월간 나머지 100%를 나눠 지급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설계사가 보장성 보험 월납 보험료 100만원의 계약을 한 건 판매했다면 61개월째가 되는 달에 100만원을 받고 이후 24개월 동안 100만원을 나눠 받는 방식이다.

이는 통상 GA업계가 설계사들이 신규 계약을 체결했을 때 선지급 수수료 위주로 받는 방식과 확연히 구별된다. 이처럼 설계사들의 보상 체계가 단기 성과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보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높아지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김선회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운영본부장은 “GA업계는 설계사들이 신규 계약을 체결할 때 선지급 수수료 위주로 받도록 돼 있다”며 “이 때문에 영업 행태가 단타 중심으로 이뤄지고 설계사들 또한 한 회사에 오래 정착하기보다 2~3년 만에 다른 회사로 옮겨 가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말한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의 고민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 어떻게 해야 설계사들이 한 회사에 오랫동안 정착하도록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설계사들이 회사에 오래 다니면 보험 계약 유지율이 높아질 수 있고 회사 마진에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다. 김 본부장은 “메트라이프생명에서 오랫동안 경영전략 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며 해외 시장을 지켜봐 왔다”며 “일본이나 미국 홍콩 등 다른 시장과 비교해 한국은 보험 유지율이 낮은 편이었다”고 말한다. 고객들이 한 번 들었던 보험 상품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보다 보험 상품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돼 해지하고 다시 다른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계사들이 오랫동안 한 회사에 정착하고 보험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는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을 면밀히 살펴본 뒤 벤치마킹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일본·영국처럼 보험이 발달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설계사들이 보험 계약 하나를 체결할 때 그 계약 건의 몇 %를 오랜 기간에 걸쳐 분급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며 “이를 통해 설계사들이 한 번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보험 계약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한국 보험 영업 문화를 단기 실적 중심에서 보다 장기적인 관리 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측은 디딤돌 서비스 도입 이후 보험 유지율이 3~5% 정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장기 보상 프로그램은 고객들의 서비스 관리를 높여 보험업계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설계사들에게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고객을 위해 설계사들이 열심히 뛸수록 그 보상이 추후에 돌아오는 만큼 설계사의 노후 대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첫 '설계사 장기 보상 제도' 도입...보험유지율 높일까
한국의 보험 영업 문화 개선이 목표
이를 위해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는 설계사들을 위한 장기 보상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중·단기 보상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1주일에 한 건의 청약을 목표로 꾸준한 실적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W챌린지는 연속 25주, 50주, 100주 달성 등 50 주 단위로 누적 보상한다. 메트라이프생명 상품이 아니더라도 생명보험사 상품이라면 동일하게 집계된다.

보험·재무설계의 ‘명예의 전당’으로 여겨지는 백만달러원탁회의(MDRT) 자격 획득을 장려하는 2·3·5 MDRT 웨이(way) 또한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가 자랑하는 제도다. 2회·3회·5회 연속 달성 횟수에 따라 매월 보너스를 지급하고 5회 달성 시에는 최대 누적 1억8800만원의 금액을 받게 된다.

박승배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대표는 “MDRT 지원 제도는 오랫동안 함께하자는 일종의 약속”이라며 “이를 통해 설계사들은 회사를 신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에 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MDRT를 달성한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설계사의 13회 차, 25회 차 계약 유지율은 그렇지 않은 설계사 대비 약 10%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DRT 회원 자격을 얻으려면 판매 실적이 탁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엄격한 MDRT 윤리 강령을 준수해야 하는데 결국 높은 전문성과 윤리 의식을 갖춘 설계사가 판매 실적이 아닌 고객을 최우선에 둔다는 것을 입증한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는 후보자의 신용과 직전 소득, 이직 횟수 등을 까다롭게 살펴 장기간 함께할 수 있는 설계사를 선발한다. 일단 선발된 후보자는 최고의 금융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정착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위촉 전에는 1개월간 신입 교육 과정(Partner Training Course)을 통해 초기 정착을 돕고 있다. 또한 업계 최우수 역량의 대면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모회사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 받아 ‘멘토링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멘토 설계사는 18개월 동안 노하우를 전수하며 전문가 특화 과정에서는 부동산과 법인 시장, 은퇴 설계 등 분야별로 맞춤형 전문 교육을 제공한다.

설립 초기 67명의 최정예 재무설계사들이 멘토로서 새로운 신입 설계사(멘티)를 육성하고 이들 멘티 설계사들은 다시 멘토가 돼 또 다른 멘티를 육성해 가는 선순환 구조의 시스템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는 현재 700명 이상의 대형 GA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박 대표는 “GA는 원칙적으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지만 대부분 자회사형 GA는 모회사의 상품 판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에 따라 설계사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판매하도록 하며 설립 취지에 맞게 설계사들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처럼 디딤돌 제도가 우리를 믿고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를 선택한 설계사들의 노후 대비뿐만 아니라 현재의 삶을 위한 단단한 디딤돌이 돼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한국 비즈니스에 대한 모회사와 미국 본사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경영 원칙과 투명성 그리고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디딤돌 프로그램은 애초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가 15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실시했을 때도 메트라이프생명이 신주를 전부 인수했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대고객 서비스와 설계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디지털 역량 강화, 우수 설계사 육성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우수 설계사의 유치·정착을 위한 MDRT 프로그램과 신입 설계사 육성 프로그램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