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권경락 플랜1.5 공동대표

[ESG 리뷰]
“재생에너지는 가야 할 길, 정부의 시그널이 필요합니다”
권경락 플랜1.5 공동대표는 그동안 환경 비정부기구(NGO) 기후솔루션에 몸담으면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지난 6월 기후 대응 싱크탱크인 플랜1.5를 세우고 새로운 활동에 나섰다. 권 대표는 “에너지 전환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며 “이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를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특히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고려하는 기업과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의 적용을 받는 발전사에 정부가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요금이 언제 어느 정도 상승할지 미리 로드맵을 짜고 이를 이해관계인과 공유하면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새 정부도 기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NDC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 때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4.4% 줄인다는 기존 목표를 40%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감축 목표가 16% 정도 늘어난 거죠.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선 때부터 당선돼도 NDC 목표를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2030년 NDC 목표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섰어요. 이제는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가 문제인데 아무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연구자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우려가 큽니다. 발전·산업·건물·수송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과연 제시된 것만큼 줄일 수 있겠느냐는 거죠. 여기에 RE100이 새로운 수출 장벽, 무역 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공개됐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원전)를 늘리는 것 말고는 새로운 내용이 없어 보입니다. 이전 정부의 9차 전력 수급 계획이나 3차 에너지 기본 계획 등에서 말한 부분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요. 에너지 발전원은 한 번 설치하면 20년 이상 가는 중·장기 성격을 띠는 만큼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원전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이고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하겠다는 게 이번에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입니다. 그런데 신한울은 준공 이후 8년 뒤에나 발전기가 돌아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2030년까지 원전 확대가 아니라 유지입니다.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 허가를 해준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2030년 원전 비율 30%라는 수치가 나올 수 없죠. 아쉬운 부분은 9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석탄 비율을 낮추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 부분이 모호하게 표현된 점입니다. 9차 기본 계획은 2030년까지 석탄 발전소 24기를 폐지한다고 못 박고 있죠. 이번 정부 발표에선 9차 기본 계획에서 나온 구체적 수치가 삭제됐어요. 석탄 발전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죠.”

-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질 수 있나요.

“NDC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30%로 높인다고 했는데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은 27% 정도로 설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비율은 더 낮춰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원전이나 석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린다는 분명한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 거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도 부족합니다. 해상 풍력 원스톱 샷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요. RE100 참여 기업과 발전 사업자는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어떻게 보급될 것인지 관심이 큰데 이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보이지 않아요. 다만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전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부분은 주목됩니다. 기획재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위원회가 금융통화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독립적 성격의 위원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연말에 나올 10차 전력 수급 계획에 구체적 에너지 믹스와 함께 전기요금·전력시장 개편의 구체적 내용이 담길 것 같습니다.”

- 유럽 등 선진국은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북유럽은 과거 복지 국가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경험이 있어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사회적 대타협입니다.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예요. 가야 할 길인데 어떻게 갈 것인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든 접근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여러 가지 우려가 많아요. 재생에너지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새 정부의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합니다.”

-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을 만한 곳이 한국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요.

“재생에너지는 수력·지열·풍력·태양광으로 나눌 수 있어요. 태양광은 현재 분기별로 1GW씩 연간 4GW 정도 들어옵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태양광만 연간 400GW 정도 필요해요. 현재 4GW 수준으로는 100년이나 걸리는 겁니다. 육상 풍력도 지난해 기준 100MW가 안 됐죠. 대규모 태양광은 부지가 필요합니다. 기존에 쓰지 않은 유휴 부지를 찾기 어렵고 있더라도 땅의 용도에 대해 지역 주민, 농민들과 이해관계가 엇갈립니다. 태양광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지자체에 민원이 속출하기도 하죠. 현재 태양광 발전의 70~80%는 1MW 이하의 중소형이에요. 대개 주민 참여형이 아니라 외지인 사업자가 와서 땅을 사거나 임대해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방식입니다. 육상 풍력은 생태 자연 1등급지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보통 1등급지는 바람이 잘 부는 강원도나 경북 백두대간 같은 곳이죠. 산을 깎아 내야 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해상 풍력이 각광받지만 어민이나 수협을 설득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6일 유럽연합(EU) 의회가 2030년 NDC 목표를 32%에서 40%로 상향하는 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원전과 석탄 발전을 포함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핵심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늘리는지 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에너지 안보가 우선순위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에너지 공급의 안전성·효율성(비용)·환경성을 봤는데 이제는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졌어요. 에너지 안보에서도 첫째 옵션은 재생에너지입니다. 원전도 우라늄이 필요한데 러시아 수입 비율이 약 30%나 됩니다.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죠. 예전엔 환경성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지금 유럽에선 재생에너지가 더 싸고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안보 면에서도 이점이 큽니다. 유럽은 공급 안정성·효율성·환경성에 안보까지 만족하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있는 겁니다.”

-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현재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6~7%밖에 안 됩니다. 결국 물량과 가격의 문제죠. 먼저 재생에너지의 인허가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증가합니다. 이러한 비용이 발전 단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재생에너지가 비싸지는 거죠. 둘째로 애초 물량이 부족합니다. 입지 제한 때문에 물량이 제한되다 보니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셀러 마켓이기 때문에 당장은 가격이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런데 정부로서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빨리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가격 자체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어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는 거죠.”

- RE100 참여 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RE100은 글로벌 무역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 움직임입니다.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는 크게 RE100에 참여한 기업과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에 묶인 발전사에서 나와요. 이 두 시장에서 모두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죠. 정부가 병목 현상을 뚫어줘야 RE100도, RPS도 충족할 수 있습니다. RE100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RPS도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어요. 공급은 제한돼 있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발전소 개발이나 운영의 애로 사항을 듣고 이런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발전사나 환경 단체가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요.”

- 한국에서 RE100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기업 전력 담당자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데 그게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확신이 없어요. 정부가 기업에 제대로 된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당장은 재생에너지가 비쌀 수 있지만 고정 가격으로 20년 장기 계약을 하면 그 사이 기존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기요금이 2배로 오르기 때문에 오히려 이득이라는 분명한 시그널이 없으면 누가 지금 재생에너지를 사려고 할까요.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87%인 107원 정도 됩니다. 정부에서 중·장기 전기요금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탄소 비용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이 5년 뒤 2배, 10년 뒤에는 3배가 될 수 있고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지 않는 이상 기업은 관심을 갖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기업들이 전력 구매 계약(PPA)이 아니라 손쉬운 녹색 프리미엄을 선택하는 거죠. 재생에너지는 가격도 높고 물량 확보도 어렵고 연도별로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 PPA에서 전력망을 운용하는 한전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전이 중개 역할을 하는 제삼자 PPA를 하면 상하수도처럼 송배전하는 데 망 이용료를 내야 합니다. 망 이용료는 기본 요금까지 kWh당 40~50원 정도 합니다. 산업 전기요금이 107원 정도 하는데 태양광 발전 단가는 지난해 기준 136원입니다. PPA를 맺으려면 136원에 망 이용료 50원을 더해 계약 단가가 176원이 돼야 합니다. 기업으로선 산업 전기요금 107원과 PPA 계약 단가 167원을 비교할 수밖에 없어요. 한전이 기본 요금을 빼주는 등의 혜택을 준다고 해도 150원대예요. 여전히 1.5배 차이가 나 기업이 선택하기 어려운 거죠. 현재 PPA를 맺은 건수가 두세 건밖에 안 되고 해당 전력 소비량의 1% 미만 수준에 그치고 있어요. 기업들은 한전이 부과하는 망 이용 요금이라든지 제반 부가 요금을 할인 감면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한전은 재무 상황이 어려워서 안 된다고 하는데 정부의 중재가 필요합니다.”

-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시그널을 줘야 합니까.

“전기차 시장을 예로 들어보죠.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기차에 국비와 지방비까지 1500만원 이상의 구매 보조금을 주고 한전은 초기에 전기차 충전 요금을 50% 이상 감면해 줬어요. 이 밖에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과 자동차세 취득·등록세 감면, 혼잡 통행세 감면 등 혜택이 많습니다. 재생에너지에 그만큼의 지원을 해주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전기차가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쓰고 있어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지금까지는 한전의 책임·역할·희생을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했어요. 이제는 기업들도 제품 혁신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해야 합니다.”

-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요구합니다.

“산업계는 인센티브만 강조하는데 사실 채찍과 당근이 필요합니다. 당근만으로 잘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전력 가격이 올라간다는 시그널을 줘야 하는데 이를 채찍으로 볼 수 있죠. 이행을 빨리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움직일 유인이 없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탄소 예산(carbon budget)이 중요합니다. 2030 NDC 달성보다 탄소 예산이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누적으로 온도가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기업들이 지금부터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도록 규제하고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지금 같은 고물가 저성장 시기에는 탄소 중립과 NDC 달성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틀을 만들어야 해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한전의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투자가 늘어 수요 관리에 도움이 되고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도 올라갑니다. 전기요금을 산업용·일반용·가정용을 나눠 순차적으로 올리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대만은 최근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산업용과 일반용부터 적용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한전이 자구책을 통해 감당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안이 있습니다.”

- 기후 대응 기금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죠.

“결국 기후 대응도 재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전 정부가 약 8000억원 규모의 기후 대응 기금을 기획재정부 산하에 만들었습니다. 재원을 어떻게 확대하고 어디에 쓸지가 문제죠.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나 RE100 대응도 기후 대응 기금을 활용하는 게 맞아요. 석탄 발전소가 줄어들면 발전소 노동자, 지역 사회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내연기관 부품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직무 전환이나 신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에너지 효율 및 수요 관리,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등 돈이 필요한 곳은 많습니다. 재원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각 부처에는 전력 사회 기반 기금, 에너지 이용 합리화 기금 등 기타 기금과 특별 회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기금은 산업통상자원부, B기금은 국토교통부, C기금은 환경부에서 하는 식이죠. 중복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이를 통폐합해 사이즈를 늘려야 해요. 부처별 예산을 과감하게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7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