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
[ESG 리뷰] 지난해 영국 글래스코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한 ‘글로벌 메탄 서약’에 가입했다. 메탄 서약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 연대로 현재 약 10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메탄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규정한 6가지 온실가스의 하나로, 이산화탄소(CO₂)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지구 온난화 변화의 약 30%, 즉 기온 0.5도 상승의 원인 물질이기도 하다. 단위 질량당 온난화 영향을 의미하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보다 30배 크다.
대기 중에 배출된 메탄이 대기 중에 남아 있는 기간은 9±2년으로, 200년간 대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국제 사회는 이처럼 메탄의 큰 GWP와 동시에 짧은 대기 중 잔존 시간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자료 : 호주기상청(BoM)·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호주남극연구소(AAD), 2020년까지 기준)
최근 급증하는 메탄 농도
전 세계의 메탄 농도는 2007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메탄 농도는 지난해 1896ppb로 2020년 대비 17ppb 상승했다. 이 농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지구 평균인 722ppb의 약 2.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한국도 메탄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2021 지구 대기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안면도 지구대기감시관측소에서 측정한 메탄 농도는 연평균 2005ppb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탄 농도는 전년도보다 22ppb 상승했는데, 이는 10년 평균 증가율인 10ppb의 2.2배에 달한다.
전 지구 메탄 총배출량은 5억9200만 톤이다. 이 중 농업 및 폐기물 부문에서 2억2700만 톤, 습지에서 1억9400만 톤, 화석 연료 생산 및 사용에서 1억800만 톤, 바이오매스 소각에서 2800만 톤이 배출된다. 이렇게 배출된 메탄 중 대기 중 화학 반응으로 5억3100만 톤이 사라지고 토양 흡수로 4000만 톤이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1680만 톤이 대기 중에 남아 메탄의 대기 중 농도를 증가시킨다.
한국의 메탄 배출량은 2019년 기준 2751만 톤으로,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둘째로 많은 3.9%를 차지하고 있다. 메탄은 벼 재배, 가축의 소화 기관 및 분뇨 처리 등 농축산 부문에서 43%(1192만 톤), 매립과 하·폐수 처리 과정 등 폐기물 부문에서 33%(906만 톤), 화석 연료의 채광·공정·저장 등 에너지 부문에서 22%(597만 톤)가 배출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2030 국가 온실 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 계획을 보면 메탄을 2018년 배출량 2800만 톤에서 2030년 1970만 톤으로 30% 정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농·축·수산 부문에서 가축 분뇨 에너지화 시설 보급과 저메탄 사료를 활용해 250만 톤을 줄이고 폐기물 부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저감이나 비위생 매립지 정비 등을 통해 400만 톤, 에너지 부문에서는 화석 원료 사용 축소, 천연가스 탈루 부문 배출량 재산정 등으로 180만 톤을 감축할 계획이다.
소 한 마리는 방귀와 트림으로 매일 160~320리터의 메탄을 방출한다. 자동차 한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의 메탄을 소 4마리가 배출하는 셈이다. 지구상에 15억 마리의 소가 살고 있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소화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감소시키기 위한 연구가 여러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해초를 이용해 메탄 배출을 감소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마늘과 감귤 추출물로 젖소의 메탄 배출량을 38% 감소시켰고 벨기에에서는 발효된 보리를 사료로 활용해 메탄 배출량을 13% 줄였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CJ피드앤케어가 친환경 메탄 저감 사료를 제주도 한우 농가에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메탄을 줄이기 위해 가축에게 ‘방귀세’를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소가 전체 메탄의 25%를 배출하는 에스토니아는 2009년부터 소 사육 농가에 방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소 한 마리당 18달러, 덴마크는 110달러를 방귀세로 부과하고 있다.
소 분뇨가 재생에너지로 재탄생
메탄은 도시가스(LNG)의 86%를 차지하는 주성분이다. 소 분뇨에서 메탄가스를 생산해 재생에너지로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독일 BMW는 2019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농장과 협력해 소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적용된 바이오 다이제스터(bio-digester) 기술은 축산 분뇨에서 생산한 메탄가스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물론 생산된 전력이 농가의 부수적 수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 가스를 포집, 연간 1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3억5000만kWh의 전기를 생산해 35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이를 기후변화협약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등록해 2018년까지 자동차 340만 대 배출에 해당하는 882만 톤의 탄소 배출권(CER)을 확보했고 459만 톤의 탄소 배출권을 거래해 464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기술을 적용해 전 세계 31개국을 대상으로 마스터 플랜과 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행했고 베트남과 미얀마 등에서 여러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한국환경공단은 개별 시설에서 처리하던 음식물 폐기물,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 분뇨를 하나의 시설로 모아 통합 처리하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서산시 통합처리 시설은 음식물 6065톤, 하수 슬러지 1만4806톤, 가축 분뇨 1만2692톤, 분뇨 7063톤을 처리해 연간 바이오 가스 109만㎥(2020년 기준)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44%를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49%는 바이오 가스 생산 시설에 활용해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있다.
또 유기성 폐자원에서 연간 468톤의 메탄을 회수하고 회수된 메탄에서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시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전주 음식물 바이오 가스화 시설’은 2024년 완공되면 20MW의 연료전지 발전을 하게 된다. 함께 건설 중인 ‘창원 하수 처리 시설’은 2024년부터 하루 수소 3.5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폐기물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포집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음식물 폐기물에서 바이오 메탄을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도 한다. 메탄은 온실가스 처리, 전력이나 수소 에너지 생산 그리고 수익 창출이라는 일석삼조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메탄은 감축하고 처리해야 하는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탄소 중립 시대의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7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전의찬 세종대 교수 겸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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