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겪어 보는 3개의 이벤트 한꺼번에 겹쳐…긴 호흡으로 미래 준비해야

[FuturePlay's Signal]
[FuturePlay's Signal] 경기 침체를 넘는 법,‘푸드와 에너지’에 있다
안지윤 퓨처플레이 전략기획팀 이사

퓨처플레이 전략기획팀이 경기 혼란 가능성을 감지한 것은 2021년 10월 즈음이다. 탈중앙화 금융인 다파이(DeFi)와 블록체인·웹3 등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면서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달러의 당황스러운 양적 완화가 그 신호였다. 현대 자본주의는 기축 통화가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없다. 시장에 달러가 한꺼번에 늘어났다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져야 한다. 즉 다른 상품들의 가격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달러의 가치는 변동이 없었다. 양적 완화의 영향이 뒤늦게 나타나면 뭔가 혼란이 오겠구나 생각했다. 7개월이 지나고 혼란이 시작됐다.

우리는 경기 침체를 처음 겪지 않는다. 필자 생애에만 걸프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닷컴 버블, 신용카드 대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 등 최소 대여섯 차례다. 대여섯 번의 경기 침체를 겪었지만 우리는 계속 우울하게 살지 않는다. 그간의 경기 침체는 길어봤자 18개월 유지되고 사람들은 그리고 사회는 과거를 잊고 다시 뽐내기 시작한다. 패턴상으로 이런 호시절은 50개월 이상 유지된다.

신냉전과 기후 변화, 길고 긴 경기 침체의 시작

사실 벤처캐피털업계는 전통적으로 침체의 타격을 타 시장보다 훨씬 덜 받는 영역이다. 1970년대부터의 짧은 역사에서 봤을때 경기 침체 시에도 벤처 투자는 활발히 이뤄졌다. 오히려 침체기에 드롭박스·인스타그램 등 놀라운 성공 기업들이 한꺼번에 탄생했다. 침체기에는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평가를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로, 더 초기 투자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여기에 기인해 더 많은 혁신 기업들이 탄력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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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의 근원은 인간의 과욕, 시장에 대한 과신에 있다. 대부분 양적 완화는 경기 침체의 해결책이지 근원이 아니다. 인류는 항상 진화하고 신기술로 삶이 더 윤택해진다. 시장은 항상 성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확증 편향과 욕심은 실질 성장 이상의 자본 성장을 만들어 내고 과욕과 과신은 버블을 만든다. 그리고 이번 버블은 2022년 5월 터졌다.

시작은 루나·테라 사태였다. 루나·테라 사태는 암호화폐에 대한 믿음을 붕괴시켰다. 사실 벤처캐피털탈리스트로서 암호화폐의 버블을 더 잘 알아차렸어야만 했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그렇지 못했다. 이더리움에 물렸다.

필자는 대략 암호화폐의 80%는 폰지 사기라고 본다. 디파이는 더 무법지대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거래소를 통해서도 시장 조종자(MM : Market Making)라는 개념이 성행하는데 사각지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규제와 단속의 순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주식 시장도 함께 반응했다. 코로나19 기간 이상할 만큼 폭등한 주식 시장은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과 함께 함께 쭉 빠졌다. 그동안 정말 너무 올라 예상하기는 했었지만 그 트리거가 암호화폐와 디파이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큰 문제가 나타난다. 이럴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양적 완화와 금리 인하다. 그런데 이 두 개 카드 모두 2020년과 2021년에 써 버렸다. 어떤 패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양적 완화와 금리 인하의 역효과로 급격한 물가 상승마저 맞게 돼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초고난도의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경기 침체는 금방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인류가 처음 겪어 보는 3개의 이벤트가 한꺼번에 겹쳐 버렸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다. 20세기 이후 모든 사람들이 항시 마스크를 쓰고 다닐 만큼의 보건 위험을 우리는 처음 겪었다. 거의 모든 국가는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동시에 시행했다. 특히 양적 완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절의 그것을 월등히 넘어서는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는 또한 공급망을 마비시켰는데 신기하게도 오히려 엔데믹(주기적 유행) 이후 수요 폭발과 인력 부족으로 공급망이 더 악화됐다.

둘째, 새로운 냉전이다. 국제 경제 시스템이 지금보다 더 얽혀 있던 적은 없다. 나비 효과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다. 이건 정말 처음이다. 우리는 더 이상 원래 에너지를 생산하던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해서는 안 되고 원래 식량을 생산하던 방식으로는 충분한 식량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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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겪어 보지 못한 규모의 ‘농업 위기’

이는 이미 너무 분명한 시그널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소비자 물가지수는 IMF 관리체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식료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은 국가는 없다. 지금은 모든 정부가 나서 억제하고 있지만 이미 스리랑카처럼 억제에 실패한 나라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예전 배추 파동으로 배추 값이 폭등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0% 미만이다. 에너지 자급률은 16%대다. 식량과 에너지 무기화는 이미 이뤄고 있다.

아쉽지만 앞으로 우리의 삶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처음 겪어 보는 이번 사태를 현명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푸드와 에너지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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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슬픈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의 스타트업 중 트릿지(Tridge)라는 곳이 있다. 트릿지는 전 세계 식자재와 곡물의 생산과 수요 추이를 추적하며 차익 거래 가능성을 확인하고 차익 거래를 실현한다. 이를 위해 실시간으로 각국의 생산과 수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책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들의 불공평한 장점(unfair advantage)이다. 즉 다른 경쟁자에게는 없고 이들에게만 있어 경쟁자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만한 승부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