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테린의 SBT(Soulbound Token) 논문 완전 정복②]
AI가 가진 맹점 잡을 수 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

비탈릭 부테린의 새 도전, 진정한 탈중앙 견인할까[비트코인 A to Z]
올해 5월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업자가 새 논문을 발간했다. 이는 ’탈중앙화 사회 : 웹3의 영혼을 찾아서(Decentralized Society : Finding Web3’s Soul)’라는 제목이다. 솔 바운드 토큰(SBT) 논문 완전 정복 1편에서는 SBT가 가져올 시장, 웹3 툴, 공유 경제로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중심으로 부테린 창업자의 논문을 분석했다.

논문 전반부를 다뤘던 이전 글에서 SBT 도입이 가져올 웹3 생태계 변화 양상에 집중했다면 논문 후반부를 다루는 이번 편에서는 SBT 도입에 따라 궁극적으로 형성될 탈중앙화 사회(Decentralized society, 이하 Desoc)의 형태와 정당성을 알아본 후 SBT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문제와 실현 방안을 알아본다. 탈중앙화 사회(Desoc)의 형태와 정당성
비탈릭 부테린의 새 도전, 진정한 탈중앙 견인할까[비트코인 A to Z]
이전 글에서 SBT를 통해 진실된 선호를 반영하는 공유 재화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웹3 환경에서 공유 재화의 지배적인 형태는 네트워크 재화(network goods)다. 네트워크 재화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즉 한 사람의 수요 행동이 다른 사람의 수요에 영향을 끼치는, 수요의 외부 효과를 발생시키는 재화를 말한다.

유튜브의 알고리즘 영상 추천과 같은 예측 모델은 사용자의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부테린 창업자는 논문에서 이러한 네트워크 재화는 사적 재화(private goods) 혹은 공공재(public goods)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소유권 체계와 의사 결정 체계가 필요하고 그것을 ‘Desoc’라고 명명한다.

웹3 생태계 상에서 논의되고 생산되는 프로토콜들은 오픈 소스의 특성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참여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재화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격과 능력이 갖춰진 복수의 주체에 의한 소유 및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고 그것이 SBT 도입을 통해 형성되는 Desoc가 될 것이다.공유 지능의 형성과 거버넌스의 개선1) 예측 모델의 비교 분석(AI vs 예측 시장)
디지털 세계에서 취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 재화 중 하나는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모델이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 모델은 크게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 영상과 같은) 빅데이터 예측 모델(이하 AI 모델)과 시장 참여자 개개인의 예측치를 경쟁하고 종합하는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 모델로 나눌 수 있다.

AI 모델은 데이터 접근권에 대한 독점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 올리고 종합해 예측을 진행하는 반면 예측 시장 모델에서는 (보통 투기 시장의) 참여자들이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결과 지향적인 베팅을 하고 참여자들의 예측이 모여 균형 가격(equilibrium price)이라는 종합 예측치를 형성한다.

두 모델 모두 유저 데이터를 종합해 하나의 객관적인 결과를 산출하지만 그 산출 과정에 각각 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벽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먼저 AI 모델은 상기했듯이 데이터 접근 권한에 대한 독점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데이터 자주권을 박탈한다. 이러한 특성은 예측 모델 생성 과정에서 데이터 생산자들의 주관을 배제하며 결과적으로 완성된 모델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고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다.

최근 미국에서 알고리즘을 통한 빅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에 대한 규제 법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알고리즘 책임성에 대한 법안(Algorithmic Accountability Act)’ 사례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예측 시장 모델은 참여자들이 미래 결과에 베팅하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진 이들은 시장을 떠나게 되며 예측 시장 모델의 예측치는 다소 편향된 특성을 가진 표본을 바탕으로 생성된다. 또한 승자가 모든 보상을 차지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숨기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2) 평판의 측정과 사용자 데이터 활용 방식의 변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SBT는 솔(soul)의 특성을 나타내며 그것을 수치화하고 측정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따라서 SBT의 도입은 각 사용자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신뢰성 혹은 평판을 평가할 수 있게 만들어 기존의 예측 모델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면 예측 분야에 따라 높은 연관성을 가진 SBT를 보유한 솔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가중치를 높게 설정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예측의 생산을 유도하거나 제공한 데이터의 예측 적합도를 평가하고 쿼드래틱(quadratic : 이차의) 메커니즘을 사용해 각 참여자가 받는 보상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설령 이러한 방식을 통해 생성된 예측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해당 결과 혹은 성과를 SBT에 반영해 이후 예측 라운드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더욱 정확한 예측 모델로의 개선을 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방식은 기존의 예측 모델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맥락의 배제, 데이터 자주권 박탈(이상 AI 모델), 편향된 표본 형성, 데이터 공유 유인의 부족(이상 예측 시장 모델) 등의 맹점을 극복하고 공유 지능의 형성(plural sensemaking 혹은 plural Intelligence)을 가능하게 한다.
SBT 적용 시 고려해야 할 것은?
1) 프라이버시 문제
공개적인 SBT들은 솔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를 노출시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태생적으로 공개적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SBT를 통해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예측 모델 사례에서도 각 개인의 SBT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공유 지능의 형성이 가능하므로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한다. 데이터가 사유 재산과 같은 개념이라면 데이터가 언제 그리고 누구에게 공개될 것인지는 사용자 개인이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SBT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모델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정당화될 수 없다.

부테린 창업자는 데이터를 사유 재산으로 보는 관점을 극복하고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권리의 묶음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즉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사유 재산으로 취급하기보다는 정보 공유에 관한 상황으로 이해하고 그에 따라 데이터 공개 한도를 조정하고 재산권의 내용을 다르게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여권이나 의료 기록 등의 정보는 사유 재산처럼 취급돼야 하지만 학위나 특정 커뮤니티 멤버십 등의 기록은 적격한 인물이나 집단에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데이터 이용에 따른 보상을 수취하는 등의 메커니즘 설계로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다면 프라이버시 프로그래밍을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다양한 기술들이 제시될 수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데이터를 오프체인에 보관하고 데이터가 필요할 때 해시 함수화해 온체인으로 전송하는 방법이다.

최근 자주 언급되고 있는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s) 기술은 이러한 메커니즘의 실현 방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영지식 증명은 증명자(prover)가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자격 등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검증자(verifier)에게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해당 기술을 통해 증명자의 임의적인 진술을 구체적인 내용 공개 없이 증명할 수 있으므로 SBT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를 보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서울에서 태어난 40대 여성으로, 50회 이상의 유기견 관련 봉사 활동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위의 임의적 진술을 증명할 수 있고 해당 진술을 SBT로 만들어 평판을 측정, 투표권과 보상의 가중치 설정에 사용할 수 있다.

영지식 증명과 데이터 저장소로서 오프체인의 활용은 훨씬 더 다양한 방식의 SBT 활용 방안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검증자에게만 정보 접근 권한을 설정하는 지정 검증자 증명(designated-verifier proofs) 방식이나 부정적 평판(negative reputation)을 추가하고 다루는 등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프라이버시를 보존함과 동시에 재산권의 각 영역인 이용권·변경권·수익권을 어떻게 분리하고 프로그래밍하느냐의 문제’와 연결돼 있으며 SBT 도입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BT의 도입은 웹3 생태계 새롭고 풍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SBT 자체는 도구에 불과할 뿐 그 쓰임에 따라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도, 부정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부테린 창업자 또한 인식하고 있고 SBT가 부정적으로 사용된다면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고 그들의 평판과 문화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 두기도 했다.

SBT는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이 될 수 있을까. 성공과 실패를 떠나 SBT는 그 출시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생산해 낼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디파이 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