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남편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남편 쪽 형제들이 저희가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1순위 상속인이라며 남편의 재산을 달라고 한다. 억울한 마음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라도 제기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면 유족과 남은 배우자 사이에 상속권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법률상 부부는 한쪽이 사망한다면 남은 배우자가 1순위 상속인이 되는 게 원칙이다. 다만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라면 재산상속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엄정숙 변호사는 “돌아가신 분의 배우자는 1순위 상속자"라며 "다른 1순위 상속인이 있더라도 공동으로 상속인이 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아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는 상속권 주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상 사실혼 관계는 상속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조차 제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 관념상 부부의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있지만, 혼인 신고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사실혼 부부는 재산 분할에 대해 권리 주장은 가능하다. 하지만 상속권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엄 변호사는 “상속권은 법률상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권리가 허락된다”며 “만약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는 법률혼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상속권이나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 없고 다른 1순위 상속인이 단독상속인이 되거나 후 순위 상속인이 선 순위로 재산을 물려받게 된다”고 말했다.
사망한 배우자와 사실혼이 아닌 법률혼 관계일 경우 배우자는 다른 1순위 상속인이 있더라도 상속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고 배우자 중 한 명이 사망한다면 법률상 자녀가 1순위 상속인이다. 이때 배우자는 1순위 상속인인 자녀가 있더라도 자녀와 공동상속인이 된다.
엄 변호사는 “자녀가 없는 상황에서 한쪽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남은 배우자는 단독상속인이 되거나 사망한 배우자의 부모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부모는 없고 형제만 있는 경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다가 사망 했다면 사실혼은 법률상 배우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혼인하지 않은 경우와 같다. 이럴경우 형제가 상속권을 갖는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