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성별‧나이 등이 바뀐다면…상상이 현실이 되는 외모 대여점 이야기

[서평]
“희망하신 외모를 준비해 뒀습니다…대여하시겠습니까?”
외모 대여점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 양지윤 역 | 마시멜로 1만5000원


평범한 외모의 주인공이 안경을 벗고 아름답게 꾸미거나 성형이나 다이어트를 통해 아름다워지자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그에 따라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바뀌는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 ‘내가 배우나 아이돌과 같은 외모로 바뀔 수 있다면…’과 같은 상상을 하며 일상이 바뀌길 꿈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을 가꾸고 더 아름다운 외모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요즘, 외모가 곧 자신의 가치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흔히 ‘얼굴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마음보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 의해 불합리한 판단을 하거나 판단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외모만이 나를 대표하는 유일한 가치인 것일까. 원하는 외모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도 바뀌게 될까.

‘외모 대여점’은 우리가 막연히 상상만 해봤던 가정을 ‘외모를 빌려주는 대여점’이라는 독특한 공간과 설정을 소설 속에서 현실화한다. 외딴 마을 변두리에 문을 연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은 언뜻 보면 평범한 대여점처럼 보이지만 사실 세상의 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대여 서비스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원하는 ‘외모’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외모’를 대여할 수 있는 대여점을 발견한 손님들은 외모를 빌리는 선택을 하게 될까. 빌린다면 ‘어떤’ 외모로 ‘무엇’을 하고자 할까. 이 책은 저마다의 이유로 대여점을 방문하는 열 명의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외모’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다.

‘외모 대여점’을 찾은 손님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눈앞에 닥친 문제를 현재 자신의 모습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외모를 대여해 해결하고자 한다. 자신감 없는 모습에서 벗어나 당당해지고 싶은 마음에 ‘미소녀’의 외모를 대여하는 10대 소녀, 외모로 인해 받은 상처를 복수하기 위해 ‘팜므파탈 같은 미인’의 외모를 대여하는 20대 직장인, 어른에 의해 상처 받고 도움조차 받지 못해 ‘성인 여성’의 외모를 대여하는 초등학생, 과거의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소년을 도와주기 위해 ‘비쩍 마른 남고생’의 외모를 대여하는 30대 남성 등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별과 나이라는 고정 관념과 선입견으로 인해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각자의 이유와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하나둘 외모 대여를 의뢰하고 점장 안지는 여우술사의 능력을 이용해 인간으로 둔갑한 여우와 손님의 혼을 서로 맞바꾸는 방법으로 외모를 대여해 준다. 대여에는 두 가지의 조건이 있다. 첫째는 범죄 행위에 이용하지 말 것, 둘째는 혼이 뒤바뀐 상태에서는 서로 가까이 있을 것이다.

하루 동안의 대여를 마친 후 손님들은 하나같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을 나서는데 과연 ‘외모’가 그들에게 진정한 해결책이 됐던 것일까. 인간적인 욕망으로 인해 이상적인 외모를 갖고자 하는 손님과 이상적인 외모를 가졌지만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여우가 서로의 외모를 바꾼 채 나서는 기묘한 동행은 예상하지 못한 과정과 결말을 통해 우리에게 잔잔한 깨달음과 감동을 선물한다. 진실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고 외모로 인해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 사랑받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고립에 빠져 있다면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을 방문해 보길 바란다.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