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세계 경제 부담 가중
카타르 LNG 놓고 한‧중‧일‧독 등 경쟁
ESG 차원에서 탄소 포집 투자 촉진 필요

[경제 돋보기]

국제 유가의 급등세가 다소 진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 현상이 유럽 등 세계 경제의 부담이 되고 있다. 스폿(수시 계약) 가격 기준으로 올해 7월의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률은 미국이 전년 동월 대비 89.6%, 유럽이 308.4%, 아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는 192%라는 위기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물론 발전사 등의 천연가스 도입 가격은 장기 거래가 많기 때문에 실제 가스 수입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신규 장기 계약 시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의 저렴한 파이프라인 가스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고 유럽 각국이 앞다퉈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LNG 시장에 들어왔다. 그 결과 LNG 가격의 급등과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도 LNG 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천연가스 대란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만성화될 우려도 있다.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 속에서 석탄 발전보다 가스 발전이 선호되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매킨지에 따르면 2040~2050년의 아시아 가스 가격은 열량당 기준으로 원유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는 전기차의 보급으로 휘발유 소비가 장기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 반해 가스 가격 불안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스 발전도 탈탄소화에 따라 2050년 이후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가스 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도 주저되는 면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일본 기업은 카타르 정부와 25년간의 장기 계약으로 LNG를 수입해 왔는데 탈탄소화와 함께 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2021년 말 계약 갱신 때 일부 대형 조달 계약을 끊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가스 부족이 에너지 안보 문제로 부상하자 일본 정부와 경제산업성이 전면에 나서 카타르 정부에 가스 수입의 계약 확대를 구애하는 처지가 돼 한국·독일·이탈리아·중국 등과의 치열한 경쟁에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강점을 가진 탄소 포집 기술을 앞세우면서 천연가스의 개발·수송·발전 과정에서의 탈탄소화를 통해 천연가스 개발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자원 부국의 평가도 받는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탄소 제로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데 탄소 포집(CCUS)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스 관련 사업자로서는 이 CCUS로 안정적으로 가스 자원 개발에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자원 부국도 이러한 기술적 기여도가 높은 국가의 사업자를 우대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이 탄소 포집에 관한 기초 기술 개발과 양산화 사업에서 그동안 실적을 거둬 왔다. 탄소를 흡수하는 화학 성분을 개발해 전문 플랜트를 운영하는 방식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텍사스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하루 4776톤이라는 세계 최대급의 이산화탄소 흡수 플랜트를 상용화했다. 이 밖에 압력 차를 활용하는 공법, 막 분리 공법 등이 일본 기업에 의해 개발되면서 대규모 발전소뿐만 아니라 철강 등 공장의 탄소 포집 사업에도 응용되기 시작했다.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전기차·수소·재생에너지·원자력 등과 함께 기존 산업 인프라를 탈탄소화하는 기술도 강화하면서 차세대 에너지 간의 경합을 통해 가격 이점과 효율을 높여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단계다. 따라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력 발전과 각 제조업의 탄소 포집 투자에 대해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차원에서 금융 자원의 원활한 흐름이 촉진될 필요가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천연가스 위기, 이산화탄소 포집 사업 활성화할 때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