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에게만 구속될 수 있는 저작인격권…함부로 훼손하면 안 돼
[지식재산권 산책] 저작자는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을 가지는데 이들 권리를 합해 ‘저작인격권’이라고 한다.저작인격권은 일반적으로 저작물에 저작자의 인격이 반영돼 있거나 저작물이 저작자의 인격의 연장이라는 것을 그 이론적 기초로 한다.
그러므로 저작인격권은 저작자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다시 말해 저작자에게만 귀속될 수 있는 권리다. 상속·양도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전될 수 없다.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 이에 따라 저작물은 원형 그대로 존재해야 하고 저작자는 제삼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변경·삭제·개변하는 행위에 대해 금지 및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건축물 미술 작품은 그 특성상 설치 장소의 변경이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건축물 미술 작품은 건축물의 구조·크기·모양·위치는 물론 주변 공간이나 배경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절한 위치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건축물 미술 작품은 건축물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그 후 증·개축하는 과정에서 수정·변경될 수 있고 설치 장소가 변경될 수도 있는데, 이는 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제5호에서 말하는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춰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에 해당할 수 있다.
동일성유지권에 관한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작가 A는 서울시 송파구의 발광 광고 조형물 디자인 공모에 ‘빛의 세계’라는 제목의 조형물 디자인을 응모했다. 이 조형물 디자인은 최우수 작품에 선정됐고 실제 조형물이 제작돼 잠실사거리에 설치됐다.
그런데 송파구는 이 조형물에 부착된 고정식 광고판으로는 구청 홍보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이를 실시간 홍보가 가능한 전광판으로 교체했다. 작가 A는 교체 공사의 중단과 이미 설치한 구조물의 철거를 요구했지만 송파구는 응하지 않았다. 작가 A는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이유로 송파구를 상대로 변경된 부분의 철거와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 조형물의 공익 광고물 부분을 철거하고 해당 부분에 전광판을 부착하면서 원반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작가 A에 의해 이 조형물에 반영된 사상과 감정을 훼손하고 이 조형물의 구성 및 표현 방법을 변경하는 것으로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위자료 1000만원을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변경된 부분을 철거하더라도 이미 훼손된 작가 A의 명예가 객관적으로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변경된 부분의 철거 청구는 기각했다.
저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창작한 그대로 유지되기를 원하지만 작품의 소유자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작품을 변경해 사용하고 수익 내기를 원한다. 이들 둘 사이의 긴장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진구 법무법인(유) 세종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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