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022년 7월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022년 7월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
미국과 중국이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등 첨단 산업에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양국의 권력 서열 3위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방한해 LG그룹의 연구·개발(R&D) 심장부를 찾아가 눈길을 끈다.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9월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LG그룹의 R&D 핵심 시설인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권봉석 LG 부회장 등을 만났다.

업계에 따르면 리 상무위원장은 이날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기 전 가장 먼저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리 상무위원장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전장 제품 등 LG그룹의 미래 기술과 주력 제품이 전시된 LG이노베이션 갤러리를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 다수 계열사가 중국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LG그룹이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시에 배터리 1·2공장을 운영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 CATL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다.

리 상무위원장의 LG사이언스파크 방문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와 함께 국가 전략무기로 부상한 한국 배터리의 위상을 보여준다. 미·중 기술 패권의 핵심인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는 한국은 전략 요충지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한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9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한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앞서 7월 한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방한 첫 일정으로 LG사이언스파크의 LG화학 마곡 R&D 캠퍼스를 찾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만나 전지 소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옐런 장관이 방한해 만난 유일한 한국 기업은 LG화학이었다.

리 상무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국회의장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2015년 6월 장더장 전 상무위원장 이후 7년만이다.

리 상무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에 이어 중국 내 권력 서열 3위로 꼽히는 인물이다.

리 상무위원장은 올해 73세로 정치국 상임위원 7명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교체 기율인 ‘7상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에 걸려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지을 10월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기점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