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IBK기업은행, 배당 기일까지 발생 이자 우선 배당 받을 권리 있다”
부동산 경매는 안 되니 유의

[법알못 판례 읽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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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권자는 채권 압류 명령을 신청할 때 이자·지연 손해금 등 부대 채권을 신청서에 적게 된다. 이때 이자는 신청일 무렵까지 발생한 만큼만 기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실제 배당은 신청 후 시간이 흐른 뒤 이뤄진다. 이때 신청일부터 배당 기일까지 발생한 이자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근저당권자가 신청서에 적지 않았더라도 배당 기일까지 발생한 이자를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압류 신청서에 이자 범위를 신청일까지 적도록 하는 것은 압류 범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배려일 뿐 우선 변제권을 포기하게끔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유사한 경우 부동산 경매에서는 배당 기일까지 이자분은 받을 수 없으니 경매 신청인들은 주의해야 한다.

IBK vs NH농협, 이자 놓고 벌어진 다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022년 8월 11일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이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배당 이익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11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기업은행에서 16억31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은 A 씨가 소유한 땅과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A 씨는 2012년 농협은행에서도 2억원을 빌렸다. 농협은행은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됐다.

A 씨는 2014년 10월부터 이자를 내지 못했다. A 씨가 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은 재개발 지역 안에 있었다. A 씨는 사업 시행자가 분양 공고를 냈는데도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 청산 대상자가 됐다. 분양권 대신 돈으로 보상받게 된 것이다.

기업은행이 빚을 돌려받기 위해선 A 씨가 받은 보상금에 대해 저당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부동산 근저당권자는 소유자의 청산금 등 채권에 대해 물상 대위를 행사할 수 있다. 담보 물권 목적물이 사라지면서 그 대가로 금전을 받게 된 경우 저당권자가 그 대가에 대해 저당권을 행사하는 것을 물상 대위라고 한다.

물상 대위 행사는 채권에 대해 압류·추심 명령 또는 전부 명령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은행은 2014년 법원에서 총 18억8000여만원 상당의 압류·추심 명령을 받아냈다. 후순위 채권자였던 농협은행도 8억4000만원 정도의 압류·추심 명령을 받아냈다. 재개발 조합이 내놓은 보상금은 29억8000만원이었다. 법원은 2016년 배당 절차를 시작했다.

그런데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사이에 이자 문제가 발생했다. 기업은행은 압류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이자만 계산해 압류 명령을 신청했다. 추후 채권 계산서를 제출할 때 배당일 전일까지 이자를 추가했지만 법원은 압류·추심 명령 신청 당시 제출한 금액만 기업은행에 배당했다. 나머지 이자는 후순위권자인 농협은행이 받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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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배려일 뿐 포기는 아냐”


기업은행은 신청일 이후 배당 기일까지 발생한 추가 이자분을 배당받아야 한다며 농협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기업은행에 패소 판결했다. 기업은행은 신청서에 적은 청구 금액 내에서만 물상 대위권을 행사한 것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우선 변제권을 상실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1심 재판부는 “(압류 신청 당시) 청구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해선 이를 청구 금액으로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신청하거나 배당 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그러므로 원고는 부동산에 근저당 설정 등기가 된 것만으로는 이 사건 공탁금에서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기업은행은 배당 기일까지 발생한 이자도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저당권자가 부대 채권(이자·지연 손해금 등)에 관해 신청일까지의 액수만 배당받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 계산서를 제출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부대 채권을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현행 민사 집행 실무에서 압류 신청서에 이자 부대 채권의 범위를 신청일까지의 확정 금액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제3 채무자가 압류 범위를 파악하는 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는 한도에서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배려하기 위한 것일 뿐 나머지 부대 채권에 관한 우선 변제권을 확정적으로 포기하려는 의사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제3 채무자의 공탁 등을 이유로 배당 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제3 채무자의 보호가 처음부터 문제되지 않는다”며 “물상 대위권을 행사하는 저당권자는 원래 배당 절차에서 우선 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우선 배당을 받고자 하는 게 통상적인 의사”라고 했다.

이 판결은 근저당권자가 물상 대위에 의해 채권 압류 명령을 신청하면서 이자·지연 손해금 등 부대 채권의 범위를 신청일 무렵까지의 확정 금액으로 기재했더라도 신청일 이후 배당 기일까지 발생한 이자를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첫 대법원 판결이다.


[돋보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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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채권 집행과 경매 신청은 다른 사안이다”

이처럼 근저당권자가 압류 신청서에 적지 못한 추가 이자도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는데, 같은 날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부동산 경매의 경우 근저당권자가 신청하지 않은 이자는 받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유사해 보이는 사안인데 왜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일까.

근저당권자인 B 씨는 부동산 임의 경매를 신청하면서 이자는 신청일까지의 액수만 특정해 신청했고 배당 요구 종기일까지 이자를 추가하지 않았다. 종기일이 지난 다음 배당 기일이 지정됐고 B 씨 측은 배당 기일까지 이자를 추가한 채권 계산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자 등 부대 채권의 확장은 종기일까지만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B 씨에게는 신청일까지의 이자만 배당했다. 나머지 이자는 다음 순위 근저당권자인 기술보증기금에 배당했다. B 씨는 이를 받아야 한다며 기술보증기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신청 채권자가 경매 신청서에 청구 채권 중 이자·지연 손해금 등의 부대 채권을 확정액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나중에 배당 요구 종기까지 채권 계산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부대 채권을 증액해 청구 금액을 확장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종기일 이후 이자를 추가해 채권 계산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부대 채권을 증액해 청구 금액을 늘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판결에는 채권 압류 신청과 부동산 경매 신청 간 차이점이 반영됐다. 채권 압류를 신청할 때는 청구 금액 중 이자 등 부대 채권을 신청일까지 발생한 분까지만 특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매를 신청할 때는 신청 채권자가 신청할 때 배당 기일까지의 이자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채권 집행 때는 이자 등에 관해 최초 신청을 하지 않았어도 배당 기일까지 이자분도 배당받을 수 있지만 부동산 경매에서는 이자 등에 관해 최초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배당 기일까지 이자분은 배당받을 수 없다”며 “경매 신청인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한종 한국경제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