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관심 끌 인물 모델로 교체…‘영(young) 이미지’ 구축 위해

패션업계가 MZ세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모델을 교체하고 있다. 사진은 슈콤마보니 모델 장원영. (사진=코오롱FnC)
패션업계가 MZ세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모델을 교체하고 있다. 사진은 슈콤마보니 모델 장원영. (사진=코오롱FnC)
패션업계가 최근 브랜드 모델을 잇달아 바꾸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코오롱FnC·이랜드 등 주요 패션 회사 모두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젊은 모델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모델의 공통점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 사이에 관심도가 높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실제 새로 발탁된 모델 대부분은 기존 모델보다 나이대가 어리다. 이를 통해 MZ세대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젊어지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손석구·장원영·코드쿤스트까지…모델 바꾸는 패션업계모델 교체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코오롱FnC다. 코오롱스포츠·시리즈·볼디스트·커스텀멜로우·슈콤마보니·래코드 등 주요 브랜드 여러 개가 새로운 모델을 발탁했다.

코오롱FnC의 대표 브랜드인 아웃도어 분야의 코오롱스포츠는 기존 배우 공효진 씨를 2020년 하반기부터 약 2년간 기용해 왔지만 이번 가을겨울(FW) 시즌을 맞아 배우 김태리 씨로 모델을 바꿨다.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의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하반기에 코오롱스포츠의 저력을 확실히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는 배우 손석구 씨를 모델로 선정했다. 손석구 씨의 남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남성 고객뿐만 아니라 여성 고객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시리즈는 2018년 배우 윤계상 씨를 모델로 기용한 이후 별도로 모델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다시 모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손석구 씨를 선택했다.

또한 워크웨어 브랜드 ‘볼디스트’는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에 출연한 황충원 씨를 모델로 발탁했다. 중장비 오퍼레이터 황충원 씨를 통해 워크웨어 브랜드로서의 생생하고 강인한 모습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는 프로듀서 코드쿤스트 씨를, 업사이클링 기반 패션 브랜드 ‘래코드’는 모델 신현지 씨를 선택했다. 컨템퍼러리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는 여성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씨를 모델로 발탁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모델 발탁과 교체는 브랜드 고유의 권한인데 우연하게 비슷한 시기에 여러 군데에서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각 브랜드마다 모델 선정 이유에 차이가 있겠지만 소비자의 연령층을 낮추고 고객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은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세대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의 남성 사업 ‘스튜디오 톰보이 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모델로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 씨를 발탁했다. 최정훈 씨가 지닌 자유로운 감성과 강한 개성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브랜드의 콘셉트와 맞는다는 판단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모델도 배우 전지현 씨에서 유아인 씨로 교체했다. 유아인 씨의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무드가 자연 그대로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하는 브랜드 방향성과 부합한다는 것이 네파의 설명이다. 네파는 유아인 씨와 하반기 전개되는 에어그램 캠페인 등을 전개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의 여성복 브랜드 ‘타임’은 론칭 30주년을 앞두고 모델로 카이아 거버 씨를 발탁했다. 미국 유명 모델인 신디 크로포드 씨의 딸로, 약 85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확보한 인플루언서다.

타임은 그간 모델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 국내외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이아 거버 씨를 모델로 썼다. 한섬 관계자는 “전 세계 MZ세대에게 관심을 받는 모델로, 영하고 럭셔리한 이미지가 동시대 여성들에게 영향력을 준다”고 설명했다. 교체의 기준은 ‘MZ세대의 픽’교체된 모델의 공통점은 ‘MZ세대 픽’이라는 점이다. M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자 기업들은 최근 젊은층에게 관심을 받거나 인기가 많아진 인물을 브랜드의 얼굴로 선택했다.

한국은행은 ‘MZ세대의 현황과 특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성장한 MZ세대가 소비 등 경제 활동의 주력으로 부상했다”며 “한국의 세대별 인구 가운데 MZ세대의 비율은 2010년 38.7%에서 2020년 46.9%로 높아져 인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모델의 나이대도 낮아졌다. 실제 장원영(2004년생), 카이아 거버(2001년생), 신현지(1996년생), 최정훈(1992년생), 김태리(1990년생) 씨 등은 모두 1990년 이후 출생했다. 네파의 새로운 모델인 유아인 씨는 1986년생이지만 기존 모델인 전지현(1981년생) 씨보다 어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Z세대는 패션업계 주요 소비층이면서 동시에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며 “과거보다 고객층이 젊어졌기 때문에 모델의 나이대도 어려지게 됐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모델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젊은 모델 교체로 이어졌다. MZ세대의 선택을 받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드한 브랜드’가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MZ세대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반에 모델 교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실적 개선과도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다수의 기업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마케팅 관련 투자를 확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부문(코오롱FnC)은 올 상반기 매출 5762억원, 영업이익 388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을 6개월 만에 돌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91억원이었고 2020년에는 107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또한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71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478억원) 실적을 뛰어넘었다.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 92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3배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04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003억원)을 돌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패션 기업들의 분위기가 좋다”며 “실적이 개선되면서 모델 마케팅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니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밖에 나오는 고객들, 지갑을 여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