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장의 보증 계약, 총회 의결 없으므로 원칙적 무효…‘조합원 부담이 될 계약’으로 한도 정해
[법으로 읽는 부동산] 지역주택조합원들이 수년간 막대한 분담금을 부담했음에도 사업 진척이 매우 더딘 상태에서 조합원들이 탈퇴할 때 상당한 금전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기대에 차 시작한 지역주택조합은 일부 조합 임원들의 무리한 용역 계약 체결 내지 채무 보증 등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게 된다. 이에 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서는 지역주택조합의 중요 의사 결정 사항은 총회의 의결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집행부의 전횡을 방지하고 조합원들의 공동 이익을 도모한다.그런데 대표권이 있는 지역주택조합장이 해당 조합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조합장이 조합의 적법한 대표권자라는 점에서 계약 상대방은 계약의 효력이 당연히 조합에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따라서 법령 내지 조합 규약상 총회 의결 사항임에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를 무효로 보아 조합원들의 공동의 이익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유효로 보아 계약 상대방을 보호해 거래 안전을 도모할 것인지의 충돌이 발생한다.
실제 한 지역주택조합장이 어느 회사의 2억5000만원 채무에 대해 조합 명의로 채무 보증 계약을 체결한 후 채권자가 조합에 보증 채무 이행으로서 대여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이 있다. 조합은 총회 결의가 없었음을 이유로 보증 계약의 무효를 주장했고 채권자는 보증 계약이 총회 결의 사항인지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고 맞섰다. 위 사건은 결국 3심까지 갔고 이에 대한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1다231734’ 판결은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주택법 시행령 제20조는 지역주택조합의 설립 인가 신청 시 필수 제출 서류로 ‘조합원 전원이 자필로 연명한 조합규약’을 규정했고(제1항), 조합 규약의 필수적 기재 사항으로 ‘총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사항과 그 의결 정족수 및 의결 절차’를 명시했으며(제2항 제9호), 국토교통부령(주택법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3호는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의 하나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을 규정했다.
위 법령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조합 규약에 필수적인 총회 의결 사항으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을 명시하도록 해 이를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의 조건이자 필수적인 요건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는 조합 규약에 규정할 필수적인 총회 의결 사항을 사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입법적인 조치로, 이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 등의 법률 행위를 할 수 없는 법령상 제한하에서만 설립 인가 및 운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과 그 조합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제삼자는 사전에 총회 의결의 존부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 가구주들이 주택 마련을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해 주택 건설 사업을 장기간 동안 시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사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소수 임원의 전횡을 사전에 방지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택조합과 그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령의 입법 취지와 목적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함에도 관련 법령과 이에 근거한 조합 규약에 정한 총회 의결 없이 이뤄진 법률 행위의 상대방으로서는 그 절차적 요건의 흠결을 과실 없이 알지 못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밝히지 못하는 한 절차적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하는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원고가 지역주택조합인 피고와 2억5000만원에 달하는 이 사건 보증 약정을 체결하는 행위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보증 약정을 체결하기 전에 관련 법령 및 이에 근거한 조합 규약에 따라 당연히 피고의 총회 의결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해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채무 보증 계약 체결은 관련 법령 및 조합 규약에서 총회 의결 사항으로 명시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하므로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지역주택조합의 보증 계약이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은 타당한 바, 위 판결은 원고(채권자)가 피고 조합의 총회 의결 존부를 확인했는지 혹은 그러한 절차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그 과실 등 책임을 지울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보증 계약의 효력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총회 의결이 없었던 경우라도 예외적으로 유효로 판단될 가능성도 열어둠으로써 무주택 조합원들의 보호와 거래 안전 사이의 균형을 꾀했다.
법무법인 신의 조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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