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은 기회이자 위협…독보적 콘텐츠 가져야 시장에서 살아남아

테슬라는 단일 전기차 인프라 플랫폼 이므로 e-로밍은 필요 없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는 단일 전기차 인프라 플랫폼 이므로 e-로밍은 필요 없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2017년 버킨스탁, 2018년 이케아, 2019년 나이키가 아마존을 벗어났다. 거대 플랫폼이 아닌 ‘자사 몰’에서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확고한 자기 브랜드, 즉 독보적인 콘텐츠를 가진 회사는 플랫폼에 의지하지 않는다. 왜일까.충성 고객 빅데이터가 쌓이니까브랜드 자체 콘텐츠, 브랜드 자체 채널 운영은 충성 고객 확보에 꼭 필요하다. 이들은 제품이 계속 팔리게 하고 좋은 입소문을 퍼뜨린다. 충성 고객이 많이 그리고 오래 자체 채널과 콘텐츠에 머물러야 양질의 빅데이터가 쌓인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어떤 주기로, 어떤 콘텐츠를 구매, 경험했는지 빅데이터가 있어야 그 브랜드는 사업을 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충성 고객을 많이 그리고 오래 모으려면 브랜드 자체 채널에서 자체 콘텐츠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다른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지 못하는 포인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브랜드를 찾아 주는 충성 고객에 대한 고마움·사랑·특전도 표현해 줘야 한다.

기존 거대 플랫폼 안에 브랜드 채널을 만들면 이런 빅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할까. 불가능하다. 플랫폼 검색 창을 통해 브랜드 스토어에 들어오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결제 방법과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제품을 사는 경험은 브랜드가 아닌 플랫폼에 대한 충성 고객을 만들 뿐이다. 고객은 브랜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아니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을 기억한다. 고객의 구매 여정 빅데이터도 플랫폼에 귀속된다.

브랜드가 거대 플랫폼 안에 입점하면 초기 적응 비용이 적게 들고 거대 플랫폼을 통한 파격적인 광고 노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도 있다. 거대 플랫폼에서 이 브랜드 노출을 중지하는 순간 혹은 플랫폼 구매 서비스가 제한이 생기면 브랜드 스토어를 찾는 소비자가 줄게 되고 브랜드가 받는 타격은 크다.

플랫폼이 밀어주는 신생 브랜드가 생기면 자기 브랜드에 타격이 온다. 거대 플랫폼은 더 많은 유저 확보가 생명이니 전 제품 무료 배송이나 프로모션 할인 이벤트를 자주 한다. 판매가 많이 되면 될수록 마진율이 낮아지는 아이러니도 생긴다. 플랫폼에서 검색되고 플랫폼에서 구매되므로 브랜드 자체 채널이나 콘텐츠가 힘을 쓰고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적다.

충성 고객 빅데이터를 착실히 수집하기 위해서도, 사업을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확장하기 위해서도 브랜드 자체 콘텐츠와 자체 채널 확보는 필수다. 다양한 시도, 독창적 개발이 있어야 살아남아BMW는 전자 잉크를 이용해 차량 외장 색상을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는 차를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공개했다. BMW 순수 전기차 SAV BMW iX에 전자 잉크 기술을 적용한 차다. 차 윤곽에 특수 안료를 함유한 수백만 개 마이크로 캡슐이 들어 있다. 사용자가 색상 변경을 선택하면 전기장 자극이 일어나면서 특수 안료가 캡슐 표면에 모이고 자동차 외장이 원하는 색으로 변한다.

혹시 이런 기술을 구현하는데 전기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요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전자 잉크 기술은 전기를 전혀 소모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이제 이런 사회 환경 요소도 고려하는 수준이다. 이제 미래 차는 그냥 독보적인 기능·기술만 있어서는 안 된다.

BMW는 영화관과 동일한 수준 엔터테인먼트인 BMW 시어터 스크린도 선보였다. 실내 조명, 스크린 하강, 디스플레이 기울기, 롤러 선 블라인드 등 세심한 조절이 가능해 실제 영화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스크린이 차 천장에서 내려오는 순간 저명한 영화 음악 감독과 만든 사운드도 울려 퍼지게 설계했다.

미래는 패션 아이템처럼 자동차도 일상생활 기분과 상황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단순히 ‘이동 수단’이라는 역할을 넘어선 미래 차는 독보적인 자체 콘텐츠가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뽀로로와 펭수의 성공 방정식전기차 시장은 다양한 전기차를 충전할 때 e-로밍 플랫폼 업체도 필요하다. 지역, 국가, 충전 차종, 충전 서비스, 결제 서비스 상호 운용성 확보가 핵심이다. 자신이 어느 국가에 있건, 어떤 차종이건, 어떤 결제 서비스를 쓰건 마치 스마트폰 e-로밍처럼 늘 충전 서비스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동일하게 받고자 하는 소비자 니즈가 있기 때문이다.

e-로밍은 전기차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주거래 충전 서비스 통해 충전을 관리, 정산할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최고가 된다. 전기차 이용자가 전기차로 누릴 수 있는 지역과 서비스를 최대로 확장해 줘야 한다.

테슬라는 단일 전기차 인프라 플랫폼이므로 e-로밍은 필요 없다. 하지만 테슬라는 타사 전기차 충전도 자사 충전 시스템으로 가능하도록 구현한다고 한다. 왜 그렇게 할까. 전기차 충전 시장을 리딩해 스스로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다.

전기차를 충전하기 가장 편리하고 자기에게 맞춤형인 서비스는 테슬라에 가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구매, 전기차 서비스, 전기차 유틸리티 유지·보수를 한다. 테슬라가 북적이게 된다. 테슬라는 이를 노린다. 다른 업체나 차종도 모두 쓸 수 있는 충전 서비스를 테슬라 충전 시스템에 구현함으로써 독보적인 ‘전기차 충전 채널과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완성한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충전 노하우를 공유하고 충전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위해 연합을 형성 중이다. 테슬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편리함을 제안하는 채널만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을 정확히 안다. 그래서 최고 콘텐츠를 단독으로 제공해 아예 스스로 최고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뽀로로와 펭수, EBS가 배출한 스타 캐릭터다. 하지만 EBS가 얻는 ‘수익’을 살펴보면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뽀로로의 성과는 EBS 수익으로 오지 않았다. 실질 이득은 제품을 제작해 파는 기업이 가져갔다. 라이선스 업체인 EBS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을 냈다.

뽀로로와 달리 펭수는 EBS가 전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어 냈다. EBS 자체 제작 고유 캐릭터인 펭수가 벌어오는 수익은 고스란히 EBS가 가진다. 다양한 펭수 파생 비즈니스 주도권도 EBS가 가진다. 펭수 TV·유튜브·모바일·오프라인·온라인·키즈 콘텐츠를 다 EBS가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성과와 수익도 EBS 몫이다.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장악하고, 자기가 제어하는, 자기 고유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는 이렇게나 중요하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