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차별화된 ESG 전략 찾기 어려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이는 방법 고민해야

[브랜드 인사이트]
사진=레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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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투자의 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공표한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 회장의 서한은 ESG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ESG 경영은 글로벌 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투자사들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됐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공시 의무 사항이 됐다. 더욱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나타내는 ‘미닝 아웃(가치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며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기업의 중심에 섰다.

통상적으로 ESG 경영은 실질적인 가치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강화한다는 시각에서 전개돼 왔다. 하지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는 여기에 ‘브랜드 가치’라는 관점을 추가해 ESG 전략 및 실행 방안 수립을 제안한다.

‘나’다운 ESG, ‘나’를 나타내는 ESG,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ESG를 통해 ESG 경영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3가지 성공 전략을 살펴보자.

1. ‘나’다운 ESG

ESG 경영과 기존 사회 공헌(CSR) 활동의 근본적인 차이는 ‘나’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는 활동인가라는 점이다. ESG는 비재무적 리스크 요인을 제거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경영이라는 점에서 전방위적 사회 기여를 추구하는 CSR 활동과 차별된다.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 저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지배 구조 개선 등 다양한 ESG 활동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다만 수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표방하면서 특정 기업만의 차별화된 대표적인 ESG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ESG 경영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기업의 투자 가치는 상승시키더라도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SG 경영이 필수 요소가 된 지금 기업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ESG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인터브랜드는 그 시작이 ‘나’다운 ESG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제언한다. 즉 사회적 가치에서 나아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관점으로 ESG 경영을 확장하기 위해 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ESG에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레고는 ‘플레이(play : 만들기의 즐거움)’라는 아이덴티티를 자사 제품을 통해 직관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세상을 재건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건설하고 아이들이 물려받을 수 있는 더 나은 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ESG 선언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레고는 ‘레고 리플레이’ 프로그램에서 놀이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사용하지 않는 레고를 기부함으로써 아이들이 ‘플레이’하며 순환 경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으로 이미 12만 명의 어린이가 33kg, 12만 박스에 달하는 레고를 순환해 ‘플레이’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아이덴티티인 ‘성취’는 슬로건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서비스 ‘나이키 런 클럽’ 등으로 일관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우리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지구를 보호하며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성취의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ESG 선언과 성취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ESG 활동을 바탕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소녀들의 참여 기회 높이기’ 캠페인에서는 사회적 억압을 탈피해 본인의 길을 개척하는 ‘우먼 임파워먼트’ 메시지를 전달했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캠페인에서는 인종 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돈 두 잇(don’t do it)’의 슬로건으로 기존 브랜드와의 연관성을 더했다.

이렇듯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기반한 ‘나’다운 ESG 활동이 전개될 때 소비자는 활동의 차별성과 진정성을 체감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ESG 경영이 브랜드 가치 상승에 일조할 수 있게 된다.
사진=AB인베브 제공
사진=AB인베브 제공
2. ‘나’를 나타낼 수 있는 ESG

ESG 활동의 본질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진정성이지만 기업에는 실질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브랜드의 가치 상승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다양한 ESG 활동으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며 이를 다양한 채널에서 내·외부적으로 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ESG 경영이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ESG 경영과 참여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를 대상으로 주목도를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MZ세대가 개성·재미 요소를 추구한다는 점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반의 표현·소통을 중시하는 점을 고려해 대중 참여형 ESG 활동으로 일반 대중에게 브랜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내야 한다.

맥주 브랜드 코로나는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연상시키는 바다를 매개체로 ‘우리의 해변을 보호하자’는 슬로건 아래 대중과 함께 활동을 진행한다. 매년 1개의 해변을 자원 봉사자와 청소하는 ‘코로나 세이브 더 비치’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1400여 명의 자원 봉사자와 함께 7만 번의 청소를 수행했다.

또한 ‘플라스틱 낚시 경기’에서 80여 명의 어부와 함께 3톤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회수한 후 폐플라스틱을 어부가 매일 사용하는 도구로 업사이클링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실생활 속에서 바다를 보호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한다.

로레알은 정통 뷰티 브랜드답게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능동적인 ESG 프로그램 ‘더 나은 삶을 위한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전문적으로 양성된 테라피스트들은 암과 같은 질병에서 기인한 외모 문제와 심리·사회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뷰티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또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정 폭력 피해자, 청년 노숙자 등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활용한 헤어·메이크업 무료 교육으로 세계 25개국에서 5000여 명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좋은 일을 숨어서 하던 시대는 지났다. 적극적으로 ‘나’를 나타내고 일반 대중의 참여를 높여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브랜드 가치로 연결해야 한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3.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ESG

모든 기업 활동이 그렇듯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ESG 활동도 운영 활동과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단순히 ESG 활동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수렴하고 반영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발전시키며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신한금융그룹은 ESG 활동의 사회적 효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하는 모델인 ‘신한 ESG 밸류 인덱스’를 개발해 ESG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1년 244개의 ESG 프로그램을 통해 전년 대비 158% 증가한 2조132억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내부 ESG 성과를 체계적으로 평가·관리하는 신한금융그룹은 화학 기업 바스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화폐 가치 측정 표준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도이치뱅크·BNP파리바와는 금융업 표준 개발안을 개발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발 더 나아가 ESG 경영이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계해 평가·관리해야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발전된 ESG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추가로 필요하다.

인터브랜드는 이를 위해 세계 100대 브랜드를 선정, 발표하는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평가 시 활용되는 ‘10 브랜드 강도 지수(10 Brand Strength Index)’를 기반으로, ESG 활동이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ESG 경영의 개선 방향을 도출하고 있다.

앞서 제시된 3가지 성공 전략을 근간으로 ‘나’만의 아이코닉한 ESG 경영을 달성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다른 기업들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며 향후 한국 ESG 경영의 표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권용호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권용호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권용호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