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현 수익에 대한 과세가 초과 이익 환수제의 근본적 문제… 이중 과세 문제도 풀어야

‘탄생부터 무리수’ 재건축 부담금, 규제 완화에도 과세 모순은 여전[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주택은 입고 먹는 것과 함께 생활의 3대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다른 투자 상품과 달리 정부에서는 집값이 적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도록 많은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오히려 주택 공급을 막는 역할을 하면서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다. 재건축 사업에서 과도하게 얻은 이익을 환수한다는 취지로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규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래서 현 정부에서는 이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9월 29일 발표된 이번 완화 조치에서 주목받을 만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초과 이익 환수제의 부담 완화다. 종전에는 초과 이익이 3000만원이 넘는 경우부터 초과 이익 환수제가 적용됐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를 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법이 만들어진 참여 정부 이후의 집값 상승률을 감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초과 이익 가격에 따라 달라지던 부과 기준 구간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넓혀졌다. 이를 통해 같은 규모의 초과 이익이라도 예전 세법에 비해 세금 부담이 줄어든 효과를 보게 됐다.

둘째는 초과 이익 환수제의 기산 시점 변경이다. 예전 법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인가 시점부터 준공일까지의 초과 이익을 기준으로 과세했는데, 새 개정안에서는 추진위 설립 인가일이 아니라 조합 설립 인가일 기준으로 과세 기산 시점을 늦췄다.

추진위는 재건축 사업의 권리와 의무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추진위 승인일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는데 이번에 개정안에 이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면 이는 무슨 뜻일까. 예를 들어 어떤 단지에서 일부 주민들에 의해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돼 재건축을 진행하다가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추진위원회 A가 해산됐다가 나중에 사업성이 부각되면서 몇 년 후 다른 추진위원회 B가 설립되고 그 이후 재건축 사업이 진행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런 경우 실제로 재건축 사업 조합을 설립하고 재건축 사업까지 이끈 주체는 추진위원회 B인데도 불구하고 종전 법에서는 과거에 설립했다가 해산됐던 추진위원회 A의 설립 인가일로부터 초과 이익 환수제가 적용되는 불합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에 따르면 과거 추진위원회 활동 시점과는 상관없이 현 조합 설립일 기준으로 부과하게 된 것이다. 다만 조합 설립 인가일 기준으로 세금 부과 기준일이 늦춰진다는 것 자체는 종전 법보다는 진일보한 조치이지만 재건축 조합 설립일로부터 10년이 넘은 단지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기산 시점을 조합 설립일이 아니라 사업 시행 인가일이나 관리 처분 인가일 정도로 뒤로 늦춰야 현실적인 감면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처분 시점 집값으로 과세해야 모순 없다
‘탄생부터 무리수’ 재건축 부담금, 규제 완화에도 과세 모순은 여전[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이번 조치의 한계는 초과 이익 환수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보다 세금을 약간 경감시켜 주는 방향에 그쳤다는 것이다.

초과 이익 환수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미실현 수익에 대한 과세다.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세금 정책의 대전제라고 하면 수익이 없는 곳에 과세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초과 이익 환수제는 아파트를 처분해 수익이 발생할 때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준공 시점에 부과된다.

그런데 준공 시점에는 집값이 올라 초과 이익 환수제에 적용되지만 나중에 집값이 떨어져 초과 이익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일정 시점이 흐른 후에는 실질적으로 초과 이익이 없어지지만 현행 법으로는 이미 거둔 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실제 소득은 발생하지 않았는데 한순간 공시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는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 초과 이익 환수 금액은 준공 시점에 산정하되 그 납부 시점은 그 집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유예하면 된다. 그래서 처분 시점의 집값이 준공 시점의 집값보다 높다면 원래 계산된 초과 이익 환수 세금을 내면 되고 반대로 집값이 떨어졌다면 처분 시점의 집값으로 재산정해 과세하면 된다.

양도소득세와의 이중 과세 문제도 이런 식으로 풀면 된다. 양도소득세도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이고 초과 이익 환수 세금도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이므로 같은 건에 대해 이중 과세가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세 대상 아파트를 처분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에서 초과 이익 환수 세금만큼 세액 공제하든지, 아니면 초과 이익 환수 세금에서 양도소득세만큼을 공제하는 방법이 있다. 두 세금 중 큰 쪽 하나만 낸다는 뜻이다. 이러면 같은 건에 대한 이중 과세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조합 아닌 조합원에게 직접 과세해야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다. 소득을 거둔 사람과 세금을 내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치명적인 모순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의 경우 인가 후 몇 년이 지나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처분했다고 가정하면 현행 세법은 B보다 A의 수익이 더 큰 경우라도 준공 시점의 소유주인 B가 A 몫의 세금까지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 B로서는 자신이 거둔 이익보다 세금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런 치명적인 불합리 때문에 세금 징수에 대한 저항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세 당국은 개인이 아니라 조합에 과세하고 있다. 그러면 세금에 대한 다툼은 과세 당국과 납세자 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과 조합원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법이 개정된다면 납세 의무를 조합에 넘기지 말고 조합원에게 직접 과세하는 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취득한 이후 발생한 초과 이익에만 과세해야 한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초과 이익 환수제는 그 탄생부터 무리수를 둔 것이다. 재건축 사업을 어떻게 하든 막으려는 목적하에 탄생한 세금이 초과 이익 환수제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재건축을 투기의 수단으로만 보던 시각에서 입지가 좋은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20년 가까이 되는 누더기 부대에 새 술을 담으면 악취에 술만 버릴 뿐이다.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주택이 공급되기를 바란다면 그에 걸맞은 새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