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낚시복’ 만들겠다는 포부…‘웨더 몬스터’로 900만 낚시인 잡는다
코오롱FnC가 이색 도전에 나섰다. ‘국민 낚시복’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패션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낚시 웨어 전문 브랜드’를 론칭했다. 코로나19 엔데믹(주기적 유행)에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스포츠·레저 활동이 늘어났고 그중에서도 해양 레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데 착안한 것이다..코오롱FnC는 대표적 해양 레저인 ‘낚시 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한국 패션 대기업 가운데 낚시 웨어 브랜드를 정식으로 내놓은 것은 코오롱FnC가 처음이다. 아웃도어(코오롱스포츠), 골프 웨어(왁·지포어) 등 전문 의류 사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낚시 웨어 시장에 진출해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코오롱FnC, 낚시웨어 '웨더몬스터' 론칭코오롱FnC가 낚시 웨어 브랜드 ‘웨더몬스터’를 10월 14일 정식 론칭했다. 웨더몬스터라는 브랜드 명은 악천후를 포함하는 어떤 환경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코오롱스포츠가 과거에 선보인 낚시 의류를 모티브로 하는 프리미엄 낚시 웨어 브랜드다. 웨더몬스터는 기능성은 물론 스타일까지 겸비한 낚시 웨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는 물(Water)의 W, 산(Mountain)의 M자를 결합한 심벌을 통해 바다에서 산까지 액티비티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초반에는 브랜딩과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특화된 전문 상품군을 선보인다. 웨더몬스터 라인업에는 낚시 의류뿐만 아니라 모자와 장갑 등 낚시 용품도 포함된다.
이후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을 전개할 계획이고 단계적으로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스토어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든 순간 그 진가를 발휘하는 새롭고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지포어와 왁 등을 통해 골프 웨어에 집중해 온 코오롱FnC는 차기 스포츠 웨어 사업으로 ‘낚시’를 선택했다. 최근 남성복 브랜드 헨리코튼을 통해 낚시 웨어를 모티브로 한 ‘플라이 피싱 클럽’을 선보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플라이 피싱 클럽은 정통 플라이 낚시 웨어에서 보여지는 디테일과 실루엣을 일상생활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재해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코오롱FnC가 낚시 웨어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코오롱스포츠를 통해 1980년대부터 낚시 조끼 등 관련 제품을 출시해 왔다. 2020년에는 과거 디자인을 활용해 뉴트로 버전의 낚시 조끼를 선보였다.
낚시 웨어와 같은 고기능성 웨어에 대한 접근이 다른 회사, 다른 브랜드보다 쉬웠기 때문에 빠르게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낚시 인구 규모, ‘골프’보다 많다…시장 선점 박차코오롱FnC의 결정에는 긍정적인 시장 전망이 한몫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레저 스포츠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이 가운데 해양 레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낚시’라는 레저 문화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련 인구가 골프 인구보다 훨씬 많다”며 “저변이 확대됐지만 현재 관련 산업은 의류보다 낚시 용품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의 낚시 웨어 전문 브랜드는 거의 전무하고 해외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낚시 웨어 시장은 크지 않지만 브랜드를 조기에 내놓음으로써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낚시 인구는 2010년 652만 명에서 2018년 850만 명까지 증가했다. 낚시 인구는 올해 973만 명으로 늘어나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해 약 1012만 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 인구수는 골프 인구보다 많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골프 인구는 지난해 기준 564만 명이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양 관광 관련 인프라·콘텐츠·산업 등 지원이 이뤄지면서 해양 레저 활동 중 낚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여가 시간 확대와 해양 레저 활동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낚시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인구에 비해 산업 규모는 작다. 한국의 낚시 산업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2조4358억원이다. 낚시 산업은 크게 서비스업과 연관 산업으로 구분된다. 연관 산업의 매출액이 낚시 서비스업보다 약 6배 많다. 대부분이 낚시 용품 산업으로, 의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골프 산업은 골프 웨어 시장 규모만 지난해 6조원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의 낚시 웨어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폴란드 브랜드 그라프, 일본 브랜드 다이와·시마노 등이 대표적인 낚시 웨어로 꼽힌다. 그라프는 상하의 세트 기준 40만~60만원대, 다이와는 고어텍스 레인 슈트 가격이 70만~90만원대다. 낚시 조끼는 20만~50만원대다.
반면 한국의 낚시 의류 시장은 2019년 피싱라인을 론칭한 K2 등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표적인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다. 패션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하지 않은 것도 영향이 크다.
이런 시장에서 코오롱FnC는 코오롱스포츠의 아웃도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웨더몬스터를 ‘국민 낚시복’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삼성증권은 “엔데믹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레저 서비스 수요의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며 “한국보다 먼저 리오프닝을 시작한 미국의 사례를 분석하면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2020년 미국의 전체 레저 수요는 전년 대비 27% 급감했다”며 “업종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 소비는 전년 대비 40% 급감했지만 30%를 차지하는 용품 소비는 전년 대비 13%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1년 초부터 리오프닝을 실시하면서 미국 레저 전체 수요는 전년 대비 27% 성장했는데 그중 레저 서비스 소비가 32% 성장하며 2019년의 75% 수준까지 회복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흥미로운 것은 서비스 수요 회복(정상화)과 높은 기저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도 레저 용품 소비 강세가 지속되며 전년 대비 무려 21% 성장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낚시 웨어 브랜드가 많지 않다”며 “유명한 해외 브랜드는 매우 고가에다가 배송비까지 포함하면 소비자 부담이 크다. 한국에서는 전문 브랜드가 하나 정도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보통 낚시하는 분들은 기능성 아웃도어를 많이 선택한다. 시장 공략만 잘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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